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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옥수수를 몰래 따 먹으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2,844회 작성일 13-10-20 16:37

본문

가을 햇볕이 따사롭게 내려쪼이는 한 낮에 회관 주변의 들길을 산책하다가 한여름 내내 보지 못했던 옥수수밭을 발견했다. 전에도 이 길을 산책한 일이 있거늘 옥수수밭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눈에 뜨인 까닭은 왜일까?
산책하면서 신변의 잡다한 문제들에 몰두하다보니 주위의 사물들이 눈에 안 들어 왔던 것일까 ? 아니면 한여름의 초록색 들판에 자리한 초록색의 무리라서 무심히 보아 왔기 때문일까 ?
옥수수밭은 가을걷이를 할 때가 되어서 그런지 한여름 동안 진한 녹색을 뽐내던 잎사귀들이 갈빛으로 갈아입고 추수의 손길을 부르고 있었다. 문득 어린 시절 6.25 전란이 일어나던 해 한여름의 굶주림 가운데 맛있게 먹었던 찐 옥수수 생각이 나서 “저걸 몇 개만 따서 쪄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판엔 사람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고 누가 밭임자인지도 모르니 누구에게 허락을 받을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해 서너 개만 그냥 따갖고 가야지” 하고 밭에 들어가 잘 영그른 것으로 골라서 따고 있는데, 밭 저쪽에서 한 독일인 농부가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구텐 탁! “ 하고 인사를 했다. 도둑질하다가 들켜버린 열적음에 “이 옥수수 먹어도 됩니까? ”하고 황망하게 물었더니 “나는 사료로 재배했지만 사람이 먹어도 되는 게 틀림없지” 하고 내 옆에 자전거를 세웠다.
“그럼 당신이 이 밭 임자요 ?
“이 옥수수밭 뿐이 아니고 저쪽 밀밭도 내것이지”하고 너른 들판을 둘러보는 그의  모습에서 풍요로운 가을걷이를 앞둔 농삿군의 긍지를 느낄 수 있었지만,  도둑질을  하다가 옳게 들켰다는 무안한 마음으로 빙긋이 웃으며 사과부터 했다.
“미안합니다. 지나가다보니 옥수수가 탐스럽게 영글었기에 옛날에 배고플 적에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떠올라서 밭임자도 보이지 않고 해서  그냥 허락도 받지 않고 몇개 땄습니다.“
“아니 아니 미안할 것 없소 ! 필요하면 얼마든지 더 따가시오 !“ 하면서 자기도 밭으로 들어와 몇 개를 따서 내 손에  들려주었다.
‘’아니, 아니,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
나는 당황해서 손사래를 치며 밭에서 나왔다.
“내가 알기로는 당신은 저기 한국문화회관의 관리인이죠?  올여름에 이웃초청 한국무용공연에 초청을 받고 가서 훌륭한 공연도 보고 한국음식도 대접을 잘 받아서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니 옥수수는 얼마든지 따가도 됩니다.“
공연과 음식대접은 아리랑 무용단이 했는데, 그 보답은 엉뚱한 내가 받았으니,
“나는 또 그 보답을 누구에게 해야 하는건지 ?
옥수수를 냄비에 쪄서 맛있게 먹으며옥수수를 냄비에 쪄서 맛있게 먹으며, 무용공연이 어땠는지 ? 한국음식은 맛이 있더냐 ? 하고 좀더 대화를 할 것을 도둑질 들킨 쑥스러움에 그 자리를 뜨기에만 급급했던 내 모습이 참 한심스러워졌다.
"난 언제나 사람 대하는 것이 유연해질까 ? 왜 그렇게 맨날 서툴기만 할까 ?"
나이가 일흔 살에 이르렀어도 그 자리에서 꼭 해야 할 말을 못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이 서투른 인간관계는 영영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인가 싶다.
추천7

댓글목록

anpigone님의 댓글

anpigo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제 남의 밭의 옥수수를 슬쩍하실 정도로 쾌차되셨나 싶어 기쁩니다.
저도 이상하게 슈퍼에서는 옥수수가 있어도 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이상하게 밭에 있는 것만 보면  당장에 따먹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

물봉선님의 댓글

물봉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옥수수를 들고 서 계신 한겨레님을 생각해 봅니다.
안그래도 미안해 죽겠는데 주인은 옥수수를 둑둑 잘라다가 한겨레님
팔에 가득 올려줍니다. 저절로 미소가~
저는 오늘, 일부러 심은 옥수수를 텃밭에서 따서 삶아먹었는데 아무맛도 없었다는.
들판에 심어진 옥수수는 식용이 아니고 동물들 사료용이라서 옥수수맛이 별로라더라는
말을 들었는데 한겨레님, 옥수수맛이 어땠는지 알려주시면 저도 텃밭에 애써
키우지 말고 내년부터는 서리를 하러 다닐까 하는 못된 생각을 해봅니다.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봉선님,
그게 동물사료도 아니고 에탄올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됩다고 합디다.
벤진 Super E10이 에탄올이 10% 들었다고 하잖아요? 거기에 사용하는 에탄올을 만드는데 쓰이는 원료래요. 그래서 최근에 옥수수가격이 전세계적으로 많이 올랐고 미국의 드넓은 옥수수지대 평원의 주인들은 큰 수익을 올리고 있고 가격이 오른 덕분에 옥수수를 한우 사료로 먹이던 한국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소에게는 옥수수를 먹이지 말고 건초와 풀을 먹여야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그런데 쇠죽은 어떻게 쑤나요? 쌀로 쑤나요? (제가 시골에 안살아봐서..)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자리에서 할 말 다 노치고 뒤늦게 후회하는 것은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인간관계가 서툴러요.

전 작년에 여행 중에 옥수수밭을 서리했는데 그 옥수수가 아무리 쪄도 물러지지 않아서 결국 못먹었습니다. 3개를 서리했는데 가죽도 씹어먹을 정도로 비위가 좋은 저도 아무리 노력해도 한 개를 채 끝까지 먹지 못하고 나머지는 식탁장식용으로만 사용했단는 서글픈 사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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