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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쪽지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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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리이름으로 검색 조회 4,711회 작성일 02-11-09 08:55

본문

새벽 두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끙끙대며 괴로와하다가 피곤한 잠에 빠져들었는데 새벽 네시쯤 파티에 갔다가 우루루 들어오는 옆방 아이들의 우당탕, 시끌적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 다섯시가 넘어가도록 심장이 두근거리고 퀭한 눈과 텅빈 머리로 다시 잠들지 못하고 있다면?

바로 그 전날 새벽 4시에도 밤과 낮의 리듬이 뒤바뀐채 잠들려 누웠는데 부엌에서 옆방 여자애와 그 남자친구가 스타게티를 요리하며 떠드는 소리가 고스란히 머리를 쿵쿵 울리며 들려와 역시 다섯시가 넘도록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면? 힘겹게 잠들었는데 8시에 친구의 전화로 깨어났다면?

어수선한 한 주이다.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 주가 지나기 전에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의 장을 마무리하겠다고 방안에 박혀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바로 옆방 아가씨는 고향에서 여동생이 놀러와 일주일을 함께 지내며 분주하고 소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 옆방 아가씨 역시 고향에서 남자친구가 올라와 함께 장을 잔뜩 봐와서 부엌에서 뭔가 만들며 먹고 떠드는 시간이 많아졌다.

4명이 함께 지내는 기숙사 구조, 작은 부엌은 사용한 남비와 그릇들로 가득차고 방음이 좋지 않은 벽을 통해 부엌의 소음은 고스란히 전해져 그렇잖아도 예민하게 곤두선 나의 신경줄을 쥐고 흔든다.

처음 독일에 왔을때 비웃었던 일 중의 하나가 독일애들 쪽지 잘 붙이는 것이었다.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이 사람들은 제꺽제꺽 쪽지를 붙이곤 했다. 맨날 보고 사는 사람들끼리 말로 하면 될 것을 정떨어지게 무슨 쪽지질이람!

그보다 더 웃기는 건 어설프게 독일화된 외국인이 자기가 보고 배운 대로 붙여놓은 쪽지였다, 어설프다 어설퍼.

그 어설픈 짓을 내가 하게 됐다.

이틀 연속 새벽 4시에 소음 폭격으로 곤한 잠을 훼방 받은 나는 분이 치밀어 방안을 뱅뱅 돌았다. 하지만 당장 뛰쳐나가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돌아온 4명의 어린 친구들을 향해 잠에서 깬 부시시한 모습으로 짜증을 낼 용기는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쪽지를 쓰기로 한 나는 우습게도 머리에서 김 나는 그 순간에 독한/한독사전을 찾아서 뒤적여야 했다. 외국인이 쓴 문장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너무 딱딱하거나 차갑게 읽히는 수가 많기 때문에 문장 구성에 대해서도 한참을 생각하며 지웠다 썼다 했다. 독일인 남편과 살고 있는 몇몇 한국인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열불날때 사전을 집어드남? (펼칠까 던질까)

- 미안하지만 한밤에 잠자는 사람을 생각해서 부엌에서 조금만 조용히 얘기해 달라. 나는 어제 오늘 새벽 4시에 깨어나서 잠들기 어려웠다 -

그 사이 조용해진 부엌에 나가 식탁에 노란색 쪽지를 두고 들어왔다.

피곤하고 불안한 잠을 자고 대낮이 되어 깨어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쪽지에서 동사어미변화 하나가 틀렸다는 것과 전치사 하나도 빼먹었다는 거였다. 슬그머니 나가서 고치고 들어왔다.

유학 말기, 이렇게 웃기지도 않은 코메디를 그리며 난 망가져 가고 있다... 지금 집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리자
2002-11-03 14:26:55  
Wohngemeinschaft에 사시는가 봐요.
죄송합니다.
여긴 한국이지요.
과거 학교 기숙사 생활하던 친구 이야기가 생각나서... 거의 유사한 상황이 아직도 그데로 이군아 싶어서... 그리고 님의 아주 사실적인 글이 저에게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군요..
독일가정 다락방에서 살던 저는 그런 소소한 재미도 못보고 유학을 마친것 같아
차라리 부럽기조차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런 생각가진 마음이 님에게 죄송하군요...
논문 쓰시는데 힘내시라고 전해드립니다. 화이팅~!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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