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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칼브와 마울브론 수도원 - 헤르만헤세의 자취를 따라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6,179회 작성일 05-07-19 05:33

본문

geburt.jpg


지난 7월 2일은 헤르만 헤세의 생일이었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 7월 2일생,
나는 1977년 7월 6일생,
헤세와 나의 생년월일은 100년하고 4일 차이가 난다.

나의 23번째 생일을 4일 앞두었던 지난 2000년 7월 2일,
헤르만 헤세의 123번째 생일에 맞추어 나는 그의 고향 칼브를 방문했다.

헤르만 헤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모여든 마을의 악대.


hesse.jpg


내가 헤르만 헤세의 저서를 처음 읽은 것은 1990년 중학교 1학년 때이다.
그 책은 '수레바퀴 아래서'였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인 '수레바퀴 아래서'에는
헤르만 헤세 자신의 유년기 모습이 투영된 두 소년이 등장한다.
한스 기벤라트와 헤르만 하일너, 그 소년들은 당시 꼭 내 나이 또래였다.

중학교 2학년이던 14살 때, 나는 디자인으로 내 진로를 확정했다.
14살이었던 헤르만 헤세는 마울브론 신학교에서 도망쳐 나와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중학교 때 나는 헤세 소설의 번역본을 다 찾아가며 읽었다.
그리고 번역을 거치지 않은 독일어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꼭 9년만인 1999년,
나는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출간한 '수레바퀴 아래서' 독일어본을 읽어내려갔다.

한 때, 사춘기 시절 헤르만 헤세는 내 삶 한 켠을 깊숙이 장악했다.

나는 예전처럼 그의 소설에 매혹되지는 않는다.
그가 훌륭하거나 위대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헤르만 헤세에게 가족과 같은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

1999년 당시, 나의 미숙한 독일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매끄러운 문장은 술술 읽혔다.
글을 참 잘 쓴다고 생각했다.



내가 작업한 앨범, 책, 그리고 CD-Rom


2000년 7월 2일, 주어캄프의 '수레바퀴 아래서' 책 한 권 옆에 끼고,
나는 그의 고향인 칼브와 그가 신학교 시절을 보냈던 마울브론 수도원을 방문했다.

벌써 누렇게 빛바래기 시작한 오른쪽 책이, 내가 밑줄 쳐가며 읽었던 그 소설이다.


books.jpg


2000년 가을, 서울으로 돌아와서 대학교 3학년 2학기를 보내는 동안,
나는 틈틈이 칼브와 마울브론 수도원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앨범으로 정리했다.
사진과 관련있는 소설 속의 장면들을 독일어와 직접 번역한 한국어로 앨범에 손수 써내려갔다.

바닥의 커다란 책이 그 앨범이다.

그렇게 앨범을 정리하던 중,
마울브론 수도원 건축 구조를 담아내기에는
인덱스 방식 아날로그 서적이 강제하는 선형성이 답답하게만 여겨졌다.

2000년 겨울, 나는 CD-Rom에 디지털 북을 담는 시도를 했다.
수도원 전경을 맵으로 만들어 하이퍼텍스트로 본문을 연결시켰다.
오른쪽 위, 수레바퀴 모양의 CD가 바로 그 디지털 북이다.

2001년 겨울, 앨범이 단 하나 뿐인 점이 아쉬워서 CD 케이스 크기의 작은 책을 만들었다.
초판 3부, 재판 1부를 찍었다.

2005년 여름인 지금, 인터넷으로 이 글을 쓴다.

헤르만 헤세는 생의 매 순간 이렇듯 내 삶에 불쑥 나타나서 관여하곤 한다.



책 - 인덱스 방식 아날로그 서적


표지 _ Cover design
cover.jpg



여러 펼침면 페이지들 _ Editorial Design
page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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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Rom - 디지털 북


CD 라벨
CD.jpg



시작화면
CD01.jpg


오프닝 화면을 캡처하다 실수를 하여 제목이 어디론지 유실되었다.
제목을 클릭하면 인덱스 역할을 하는 맵이 뜬다.



CD02.jpg


마울브론 수도원의 전경.
건물의 특정 부분에 마우스를 누르면 세부 모습이 클로즈 업 되고,
더블클릭하면 본문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본문
CD03.jpg


예컨대 배경의 호수를 클릭하면 이런 본문이 이어진다.
건물의 내부와 외부는 동영상으로 연결하여 건물 안팎을 출입하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수레바퀴 아래서 _Unterm Rad
헤르만 헤세의 자취를 따라서 _ _ Auf dem Spuren Hermann Hesse


칼브 _Calw
모든 인간 고향과 인간 숙명의 원형
_ Urbild aller Menschlichenheimaten und Menschengeschicke

Es rauschten Wald und Brunnen,
Mundart und Kirchenlied
mir in Ohr und Herz.
Freundliche Heimat, kreatürliche Welt.

1.jpg

내 귀와 마음에
숲과 분수, 고향말과 찬송가가
흘러넘친다.
정겨운 고향, 살아 움직이는 세계여.


헤르만 헤세가 자신의 고향인 칼브를 생각하며 쓴 시이다.
칼브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렇게 헤르만 헤세 분수가 세워져 있다.

분수 뒤편 다릿가, 반쪽으로 쪼개어진 듯한 작은 집은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의 초입에 등장하는 '작은 고딕식 예배당'이다.

소설에서 묘사된 풍경이 기대했던 바대로 모두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처음 확인했던 건물,
내 나이 만 13살이었을 때 소설 속에서 처음 만났던 이 예배당,
실재함에 고마웠다.


Hans Giebenrath schlenderte lansam über den Marktplatz,
am alten Rathaus vorüber und durch die Marktgasse zur alten Brücke.
Dort setzte er sich auf die breite Brüstung.
Wochen- und monatlang war er Tag für Tag hier vorbeigegangen
und hatte keinen Blicke für die kleine gotische Brückenkapelle gehabt.

2.jpg

한스 기벤라트는 천천히 어슬렁거리며 구시청에 면한 광장을 지나,
마르크트 골목을 거쳐 낡은 다리에 이르렀다.
거기서 그는 넓은 다리 난간에 앉았다.
몇주간이나 몇달간이나 매일같이 이곳을 지나면서도
그는 다릿가의 작은 고딕식 예배당을 눈여겨보지 못했다.


한스 기벤라트가 그랬듯이 넓은 다리 난간에 앉아줄 동네 꼬마가 절대로 지나가지 않았기에,
할 수 없이 내가 한스 기벤라트 역을 대행하여 사진을 찍었다.


An den Weidenbestandenen Ufer lag ein Gerberplatz neben dem andern,
wo der Fluß tief, grün und still wie ein See stand
und wo die gebogenen, spitzen Weidenäste bis ins Wasser hinabhingen.

3.jpg

버드나무가 우거진 강변에는 무두질 공장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곳의 강은 호수처럼 깊고 녹색으로 잔잔했으며,
가느다랗게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가 수면에 닿을듯 말듯 드리워져 있었다.



작고 동그란 창이 난 정면을 바라보는 건물이 앞서 소개한 다릿가 예배당이다.
깊고 녹색으로 잔잔한 나골트 강 위에는
정말, 정말로 버드나무 가지가 수면에 닿을듯 말듯 드리워져 있었다.


Auf dem Marktplatz standen Kirche, Oberant, Gericht, Rathaus und Dekanat
und in ihrer reinlichen Würde durchaus einen städtisch wohlen Eindruck machten.

4.jpg

광장에는 교회, 지방행정소, 재판소, 시청 그리고 수석 목사의 저택이 서 있었고,
말끔하고 품위있는 모습에서 도시적이고 고상한 인상이 풍겼다.


지방 열차를 한참 타고서야 간신히 도착하는 구석진 시골 마을,
독일 사람들조차 생소하게 여기는 지명, 칼브.
그러나 기차에서 내리면 뜻밖이리만치 산뜻하게 정돈된 동네를 마주하게 된다.

흙 속에 묻혀있는 진주같은 동네,
그래서 헤르만 헤세는 평생 고향인 칼브에 대한 애정을 간직할 수 있었나보다.

칼브는 이름있는 '아우렐리우스 소년 합창단'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Auf dem Marktplatz plätscherten und blinkten beide große Brunnen.

5.jpg

광장에서는 두 개의 커다란 분수가 졸졸 소리를 내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 사진의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 속, 이 분수와 똑같이 생긴 분수가
두 개의 커다란 분수 중 또 다른 하나이다.


라틴어 초급학교 _ Lateinschule

»Ich gratuliere dir, Giebenrath. Du hast das Landesexamen als Zweiter bestan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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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벤라트, 축하한다. 너는 주(州) 시험에서 2등으로 합격했다."

이 건물은 초급학교였다.
그러나 헤르만 헤세, 혹은 한스 기벤라트가 다녔던
그 라틴어 초급학교라고는 확신하지 못 하겠다.

라틴어 초급학교의 교장이 마을의 수재 한스가 공부하는 교실로 들어와
프로테스탄트 신학교 학생을 선발하는 시험에서 2등으로 합격했음을 알려주던,
그 장면이 생각났다. 그럼에도.



마울브론 수도원 _ Kloster Maulbronn
프로테스탄트 신학교로 _Zum Protestantisch-theorischen Seminar


Im Nordwesten des Landen liegt zwischen waldigen Hügeln und kleinen stillen Seen
das große Zisterzienserkloster Maulbronn.
Seit langer Zeit hat man dies Herrliche, weltfern gelegene
hinter Hügeln und Wäldern
verborgene Kloster
den Schülern des protestantisch-theorischen Seminars eingeräumt.

7.jpg

주의 북서쪽 숲이 우거진 구릉과 작고 고요한 호수 사이에
시트교단의 마울브론 대수도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언덕과 숲 뒤편에 은폐되어 속계를 떠나있는 이 훌륭한 수도원은
프로테스탄트 신학교 학생들에게 오래 전부터 자리를 내주어왔다.


수도원 전경. 내가 촬영할 수가 없는 장면이므로 엽서를 사서 스캔했다.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호수를 보면서 '힌두'라 불리던 '힌딩어'가 생각났다.
주인공 한스와 같은 헬라스 방을 쓰던 힌딩어는
살얼음 위를 건너다 호수에 빠져 싸늘한 시체가 되고 만다.
이 호수가 바로 힌두가 죽었던 장소였을까?

칼브도 구석진 동네였지만,
헤르만 헤세가 묘사한대로 '언덕과 숲 뒤편에 은폐되어 속계를 떠나있는'
이 수도원을 방문하기란 독일 그 어느 지역을 찾아가기보다 힘들었다.
지역 열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숲길을 헤매며 고생 끝에 간신히 다다랐다.

마울브론 수도원은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독일 다른 도시의 수많은 건물들과 달리 세계 1, 2차 대전의 폭격을 면할 수 있어
오리지널 본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이 외딴 수도원에 한번 찾아가본 사람은
왜 이 수도원이 폭격을 피하여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등재될 수 밖에 없었는지
뼈에 사무치게 실감할 수가 있다.

이렇게 묻혀지고 가려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이곳은 슈바벤 지역의 빼어난 두뇌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낸 요람이었다.

19세기의 헤르만 헤세 이외에도
18세기에는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
17세기에는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이곳에서 소년기를 보냈다.


Wer das Kloster besuchen will, tritt durch ein malerisches,
die hohe Mauer öffendes Tor auf einen weiten und sehr stillen Pla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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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을 찾는 사람은 높은 담 사이로 열려있는 그림같은 문을 통해
넓고 고요한 터로 들어서게 된다.


한 때 이 문으로 창백한 이마를 가진 이지적인 소년들이 숱하게 드나 들었겠지.
이곳 마울브론 수도원은 '수레바퀴 아래서'에 등장하는 마울브론 수도원의 모델인 동시에,
'나르치스와 골트문트(지와 사랑)'에 나오는 마리아브론 수도원의 모델이기도 하다.


Ein Brunnen läuft dort, und es stehen alte ernste Bäume 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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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는 분수가 물을 뿜고 있었고 오래 묵은 나무들이 엄숙히 서 있었다.


고생하며 찾아간 끝에 가까스로 대하게 된 본당의 정면, 그 앞의 터, 분수, 나무.


Und zu beiden Seiten alte steinerne und feste Häu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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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의 양쪽으로는 견고한 석조 가옥들이 있었고...


und auf dem mächtigen Dach der Stirnseite der Hauptkirche
reitet ein nadelspitzes humorisches Türmchen,
von dem man nicht befreift, wie es ein Glocke tragen s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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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의 정면 위풍당당한 지붕 위에는
바늘처럼 뾰족하고 유머러스한 작은 첨탑이 있었는데,
어쩌다 그 첨탑이 종을 걸고 있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바늘처럼 뾰족한 첨탑,
유머러스하고 작고 보잘 것 없음에도 바라보며 마냥 기뻤다.

실제로 보니 저 종은 절대로 울릴 리가 없을 것 같은데,
정말 첨탑은 어쩌다 종을 걸고 있어야 했을까?

치기어린 반항아 헤르만 헤세는
비록 신학교의 교조적인 교육에 반발하여 그로부터 도주하긴 했지만,
이 수도원 건물만은 애정어린 시선으로 관찰했던 것은 분명하다.

이다지도 구석구석 꼼꼼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Die Hauptkirche hat eine spätromantische Vorhalle, Paradies genannt,
von einer graziösen, entzückenden Schönheit ohneglei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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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의 후기 로마네스크 풍 주랑 현관은
비할 데 없이 우아하고 매혹적인 아름다움으로 파라다이스라 불리웠다.


Leienrefek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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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교도 식사실...


das Herrenrefektorium mit kräftig edlem Kreuzgewöl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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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고 고결한 십자궁륭이 있는 성직자 식사실...


Der unversehrte Kreuzgang, selber ein schönen Werk,
enthält als Kleinod eine Köstliche Brunnenkap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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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아름다운 작품인 잘 보존된 회랑에는
주옥같이 근사한 분수당이 있었다.


이 분수당은 직접 보아야 한다.
그러나 직접 보기에 너무 어려운 곳에 위치해있다.

내가 CD-Rom 디지털 북 같은 것을 발상한 이유 중 하나는,
수도원 건물에서 차지하는 분수당의 위치와
그 독특한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직접 본 그대로 전하고 싶어서였다.


Das Mondlicht floß über gotische Fenster und romantische Tore
und zitterte bleich-golden in der großen, edlen Schale des Kreuzgangbrunn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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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은 고딕식 창문과 로마네스크식 문을 통해 흘러들어
회랑에 있는 분수의 커다랗고 고상한 수반에 스미면서 옅은 금빛으로 떨고 있었다.


분수에서 돌.돌.돌.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조용하고 엄숙하기만 한 수도원 회랑의 벽과 천장 가득 명랑하게 울려퍼졌다.


»Grüß Gott, Heilner! Was treibst du?«
»Homer lesen. Und du, Giebenrätchen?«
»Glaub' ich nicht. Ich weiß schon, was du machst.«
»So?«
»Natürlich. Gedichtet hast du.«

"안녕, 하일너! 뭘 하니?"
"호머를 읽고 있어. 너는, 기벤라트?"
"그렇지 않을걸. 나는 네가 뭘하는지 이미 알고 있어."
"그래?"
"물론이지. 너는 시를 쓰고 있었지."


Der lyrische Hermann Heilner bevorzugte namentlich den Waldsee,
einen melancholischen braunen Weiher, von Rohricht umfaßt
und von alten, welkenden laubkronen überha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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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헤르만 하일너가 특별히 즐겨찾는 숲 속의 호수는
갈대 숲에 둘러싸이고 오래 묵어 시들어가는 수관에 덮인
우울한 갈색 늪이었다.


Auf die weißen Rückseiten des Heilners Atlas waren
Karikaturen gezeichnet und freche Ulkverse geschrie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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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너의 지도책 뒷면 백지에는
만화가 그려져 있었고, 대담한 풍자시가 써 있었다.


헤르만 헤세는 소년 시절에 만화를 그리는데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이 만화는 그가 직접 그린 것이다.
담장 위의 파란 꼬깔 모자 꼬마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클로즈 업 했다.

이 만화는 칼브의 헤르만 헤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Nach alten Schulgrundsatz wurde auch gegen die beiden jungen Seltsamen
sobald man Unrat witterte, nicht die Liebe, sondern die Härte verdopp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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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오랜 원칙에 따라 이 두 어린 괴짜에 대해서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자마자, 사랑이 아닌 엄한 감시가 배가되었다.


고상한 수도원, 아름답지만 한편 혈기왕성한 젊은 소년들에게는 갑갑했겠지.


Der Ephorus ließ ihn auf sein Amtzimmer rufen,
die schöne malerische Erkerstube der alten Abtswohnung,
wo der Sage nach der im nahen Knittlingen heimische
Doktor Faust manchen Becher Elfinger genossen 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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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은 한스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오게 했다.
그곳은 옛 대수도원장이 거처하던 아름답고 그림같은 돌출된 방으로,
전설에 따르면 가까운 크니틀링엔 태생의
파우스트 박사가 이곳에서 엘핑어 술을 여러 잔 즐겼다고 한다.


수도원 본채 오른쪽에서 한참 뒤로 돌아가면
이렇게 돌출된 방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의 이름은 '파우스트 탑 (Faustturm)'


»Nur nicht matt werden, sonst kommt man unters Rad«
Er druckte Hans die Hand, und dieser ging aufatmend zur Tür.
Da wurde er zurückgerufen.
»Noch etwas, Giebenrath. Du hast viel Verkehr mit Heilner, nicht wahr?«

"너무 의기소침하지 않도록 해라. 아니면 수레바퀴 아래로 깔릴 것이다."
그는 한스의 손을 꽉 쥐었고, 한스는 한숨을 내쉬며 문으로 갔다.
이때 교장이 그를 다시 불렀다.
"할 말이 더 있다, 기벤라트. 너는 하일너와 교제가 잦지 않느냐?"


Während der Lehrer noch weiterschimpfte sank Hans in die Bank zurück
begann ängstlich zu zittern und brach in einen lng dauernden Weinkrampf aus
der die ganze Lektion unterbr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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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욕설을 퍼붓고 있는 동안 한스는 다시 의자에 쓰러져서
겁에 질려 떨기 시작하더니 오랫동안 와락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모든 수업이 중단되었다.


수도원 십자 회랑으로 7월의 녹음이 찬연하게 비치어 들어왔다.
한스는 이런 복도를 걸으며 어지럼증을 느꼈을 것이다.


Der Ephrous und der Arzt schrieben je einen Brief an Hansens Vater,
stecken ihn dem Jungen in die Tasche und schickten ihn nach Ha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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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과 의사는 한스의 아버지에게 각각 한 통씩 편지를 쓰고,
그것을 소년의 주머니에 넣어주고는 그를 집으로 보냈다.


여름의 수도원은 단아하게 빛났다.
그러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을씨년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Die Stube Hellas wies nun drei leerstehende Pulte au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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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스 방에는 이제 빈 책상이 세 개가 생겼다.

헤르만 헤세 박물관에 소장된 이 책걸상은 헤세 자신이 쓰던 것이라 한다.
이 책상을 보다가 떠오른 장면,
"헬라스 방에는 이제 빈 책상이 세 개가 생겼다."
헬라스 방 소년들 중에서 힌두는 죽었고, 하일너는 도주했고, 한스는 쫓겨났다.



다시 칼브로 _Calw
주(州) 시험을 친 대장장이! _ Landexamensschlosser!


Der Junge betrachtete die wechselnde
und sich immer heimatlicher gestaltende Landschaft nicht ohne Vergnügen,
bis eine peinliche Angst, schon nach der Heimatstadt,
die kleine Reisefreude gründlich verdarb.

p25.jpg

소년에게는 경치가 바뀌며 고향의 색이 점점 짙어지는 풍경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없지는 않았으나,
고향 도시가 이미 가까와지자,
고통스러운 불안감이 여행에서 온 작은 기쁨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이 사진은 실제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찍었다.
칼브의 숲과 지붕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던 때에.


Man war eine gute Strecke die Landstraße flußwärts gegangen.
Das Volk liebt, namentlich an Sonntagen, die Landstraße,
deren Poesie ihm noch nicht verlorengegangen ist.

p26.jpg

그들은 강 하류쪽 국도를 따라 족히 긴 여정에 올랐다.
서민들은 특히 일요일에는
아직 시적인 향취를 물씬 간직하고 있는 국도를 좋아했다.


»Ich muß heim«
»Du kannst ja nimmer allein laufen«
»Doch, doch. Ich-muß-Heim«

"집에 가야해요."
"절대로 혼자서 걸을 수 없을걸"
"아니요, 아니예요. 가-야-해-요."


Ihm tat etwas im Innersten weh und stürmte eine trübe Flut
von unklaren Vorstellungen und Erinnerungrn,
von Scham und Selbstvorwürfen auf ihn ein.

그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은 아파오고,
아련한 상상과 기억, 수치심과 자책감의
우울한 물결이 그를 덮쳐왔다.


Hans trieb schon kühl und still und langsam im Flusse talabwärts.

한스는 이미 싸늘하고 고요하게 천천히 강물 속에서 골짜기 쪽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p27.jpg


Ekel, Scham und Leid waren von ihm genommen.

구역질도 수치심도 괴로움도, 그에게서 떠나갔다.


무심하리만치 평온하기만 한 나골트 강.
한스의 연약한 몸을 품었던 이 강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후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렇게 태연했으리라.


...von ihm genommen.

...그에게서 떠나갔다.
추천21

댓글목록

hjs님의 댓글

hj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지원 님, 정말 멋진 사진과 글에 감사드립니다. 그야 말로 압권입니다. (이 정도면 베리 싸이트에서 상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3년 전 헤세가 태어난지 125주년이라 하여 떠들썩할 때, 저도 한 차례 이 두 곳을 방문한 바 있지만, 그의 작품을 고 1 때 의무감으로 읽은 [데미안] 말고는 아는 것이 없기에 별 감동을 받지 못했었는데, 오늘 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니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지난 번 튀빙엔 글을 올리실 때도, 헤세 작품을 잘 인용하신다 느꼈는데, 헤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으셨군요. 또 다른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아름다워요. 사진과 책 편집, 디자인 모두..
(고백하자면 사실 저도 한 때 디자이너를 꿈꾸며 학원을 다닌 적도 있답니다.)

진작에 님의 사진을 보고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했는데 오늘 것은 정말 감동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아름다운 일기 부탁드려요.

도보님의 댓글

도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시죠! 제가 유지원님 팬인거.
너무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헤르만 헤세를 쫒아가는게 아니라 유지원님의 자취를 따라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좋아 했지만 영문으로 읽을 생각은 했는데 독어로 읽을 생각은 못했습니다.
유지원님의 책이 조만간 출판될 것 같네요.
잘 보고 갑니다. 어제 잠을 자지 않아 처음 으로 보았는데,
제가 처음으로 평가하기 부끄러웠어요. 작품에 손상 입힐까봐.

amykim님의 댓글

amyki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지원님 글 잘 읽었습니다.그리고 사진도 정말 좋네요.
하나의 예술작품이네요.
저도 사진에는 좀 관심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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