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급한 성격도 아니어서 '아, 독일어 뭐, 시간이 지나면 듣고 보고 읽는 것도 많아질테니까 늘거야.' 이렇게 4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니 당연히 A1에 들어갔어요. 제가 다행히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공부한 양에 비해 수업은 따라가고는 있어요. 어학원에서 왠 여름방학이 그리 긴지, 2달 반을 어떻게 보내나 해서, 옆 동네 사설어학원에 오늘 시험을 봤더니 B1반으로 들어가라네요. 애초에 느긋한 성격이라 '그래, 힘들긴 하겠지만 2달 반만 잘 견디고 겨울학기에 원래 다니던 곳에서 더 잘하자.' 이런 마음 먹고 있습니다.
아직 언어 공부하고 있어서 대학은 크게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간간히 대학 홈페이지나 베리에 들어와서 살피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도 잠시 대학 홈페이지 탐방을 하던 중에 뭔가 턱, 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뭔고 하니, 제가 전공하고 싶은건 광고, 홍보(홍보쪽으로 더)쪽인데, 여기는 그런 학과가 대학에 없어보이더라구요. 그냥 커뮤니케이션학과로만 살펴보고 있었는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뭔가 내가 원하는 거랑은 안 맞아 보이기도 하고... 홍보라기 보다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이 더 비중이 높더라구요... 그래서 hochschule 쪽으로도 알아봤는데, 뭐랄까요.. 우리나라 2,3년제 전문대를 보는 느낌이 팍 들더라구요. 저는 여기서 잠시 유학생활하는 거라기 보다는 아예 정착하고 살 생각인데, 홍보쪽으로 먹고 살려고 했거든요. 기회만 된다면 영국으로 교환학생도 가보고.. 근데, 내가 전문대를 가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고... 물론 여기서 hochschule는 einfach로 '전문', '실습' 이런거잖아요. 근데 독일 내에서 uni와 비교해서 어떻게 평가되어지는도 잘 모르고. 어떤 hochschule가 홍보나 이런 쪽으로 유명한지, 교수님이 유명하신 분인지... 갑자기 막막해지는 거에요.
아 어쩌죠. 아직 제가 한국식 틀에 박혀있는 건가요? 6+1(6학기는 독일에서, 1학기는 외국자매학교에서)이런거 보면 한국식 3+1 이런 게 생각나고... 제가 여기서 홍보로 학교를 갈 수 있을까요? ㅠㅠ 그리고 지금 제가 소도시에 살고 있다 보니, 나중에 큰도시 나가서 혼자 사는 것도 너무 걱정되요. 처음 여기 왔을 때는 6~8시만 되면 상점 문은 다 닫고, 사람들도 안 다니고... 독일 애들한테 길거리에서 앙케이트 해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너넨 평소에 심심하면 뭐하냐고. 제가 아직 덜 바빠서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거겠죠?
지금은 대학문제 때문에 갑자기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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