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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어머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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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소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2,553회 작성일 13-04-17 12:25

본문

어머니의 기도

옥색 물명주처럼 마알간 아침 햇살 머리에 이고, 졸수(卒壽)의* 어매, 밭을 일군다. "내년에도 내가 콩을 심을지....." 몇 해 째 거듭되는 어매의 능청스러운 거짓말은 봄이 가고, 해가 바뀔 때까진 참말이다. 해마다 다른 무게로 전해지는 거짓말의 부피를 재며, 내가 묻는다: 사과나무도 심자,스피노자처럼’

한 뼘 텃밭에 봄볕 가득 내려앉은 사월의 아침,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당신은 땅에다 대고, 땅이 들으라고, 불확실한 생명을 호미질하며 콩 여무는 날까지만을 다짐한다. 부끄러이 숨어 있던 새싹과 여름을 기다리던 벌레들과 배고픈 새들이 한 데 모여 봄을 노래하면, 호미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봄밤 시냇물 푸르게 흐르는 날, 어머닌 인심 좋은 잡초들의 땅에 그들의 불편한 이방인 콩을 이주시키고, 콩 싹이 돋아날 소만(小滿)쯤 이면, 콩밭에 내려오는 어치와 산비둘기를 쫓고, 갈숲에 서늘한 바람 깃드는 처서 이후면, 어머닌 하마 내년 콩 농사를 즐거이 걱정하신다.

생명을 몸부림치게 하는 봄볕을 희롱하며 사흘째 되던 날 칠십 평 콩밭을 일구었다. 어매의 이랑은 하나님이 엿세만에 만드신 사람보다 아름다웠고, 새순과 애벌레와 새들을 더불어 살게한 어매의 이랑은 아담과 이브가 살던 에덴동산보다 더 보기 좋았더라!**

콩 여물때까지만을 기도하던 어매는 추수 이후를 타산하고 있다. 작년엔 일곱 되, 제작년엔 아홉 되, 그 전해엔 여덟되! 올 해엔 네가 있어 한 말 넘게 하겠구나!’ 어머니는 오늘도 생명의 파수꾼이 되어, 쉬이 바래지 않는 봄볕에 앉아 작은 호미 하나로 생명의 확실성을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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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수(卒壽)는 90세를 일컬음.
**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엿새째 되는 날 인간을 빚으셨다. 코에 생기를 불어 넣어 생명을 주시고 에덴동산에 살게 하니 보기에 참 좋았더라! [구약성서, 창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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