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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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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052회 작성일 12-07-24 02:45

본문

이름하야 중2.

북한이 왜 남침을 못하는 지 아는가?
이유는 남한에 있는 개념없는 중2들을 감당해 내 재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2를 감당할 자 누가 있으랴!!!

우리집 큰아들이 독일의 8학년, 즉 중2다.

우리집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다. 기나긴 여름방학, 하루 종일 집에서 틀여박혀 뒹굴거리는  심심 상팔자 모습에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잘못 건내었다가는 돌아오는 독화살에 후회하기 쉽상이다. 밥상머리에서 같이 밥을 먹다가도 이 녀석이 콩닥콩닥 토를 달아가며 말대답하는 통에 복장이 터져 숟가락 던지고 밥을 그만먹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논리라도 맞게 말을 해야 들어나 주지, 원!

하루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녀석을 보다가 스피커에서 모르는 목소리가 들려와 순간 머리털이 곤두서서 누구냐고 물어보니 생판 모르는 사람과 인터넷 상에서 그냥 만다 웹상에서 대결 중이라는 말을 듣고 기함을 하였다.

"얘, 상대가 누군줄 알고 아무나하고 붙어?"
"엄마, 괜찮아. 걱정마. 돈내기 같은 거 아니고 금방 끝나는 게임이야."

하면서 한 술 더 떠 프랑스애들은 게임을 못한다나 어떻다나.

벽에 스프레이로 낙서하는 아이들 따라다니다가 경찰서에서 증인으로 불려가지를 않나, 밤이 늦도록 잠이 안온다며 음악 들으며 버티다가 다음날 아침 10시가 넘도록 못 일어나지를 않나, 전화기만 붙잡으면 문 잠가 두고 몇시간이고 떠들어대기도 하고.. 그렇게도 착하고 귀엽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 것 같은 포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덩치만 커다란 틴에이져 한 명 만이 남이 있다.

덩치가 크다고 다 컸다고 믿으면 큰 오산이다. 앞집 마이클과 편을 짜고 초등학교 2학년인 산이와 이제 초등학교 갓 입학하여 글로 제대로 못읽는 니코를 상대로 총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저게 중학생 맞아?' 하는 한심한 표정이 저절로 지어진다.

"놔두세요. 다 그렇게 개똥철학 나불대며 고집도 부리고 그래야 머리가 굵어져서 어른이 되어 제구실을 하게 되는 거에요."

내 하소연을 듣다못한 이웃들이 위로의 말을 건낸다. 생각해보니 나도 눈만 뜨면 중2 아들을 흉보고 다니는 것 같다.

아침을 먹는데 산이가 니코와 어제 생달걀을 먹었느니 마느니 하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계란은 고대로 다 있는데 뭔소리?

산이에게 꼬치꼬치 물어보니 어제 오후에 포리와 마이클이 산이와 니코에게 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절차라며 이웃에게 가서 계란을 얻어오라고 시켰단다. 그래서 산이와 니코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계란을 달라고 구걸한 모험담을 늘어 놓았다. 여러집의 벨을 누른 결과 착한 브란트 부인에게서 결국 계란을 하나씩 얻었는데 그 계란을 생으로 먹어야 시험에 통과하여 포리와 마이클이 노는데 끼워준다고 했단다. 뺀돌이 니코는 계란을 안먹었는데 산이는 그걸 반이나 먹었다고 한다.

"산아, 날계란을 먹었어? 안 비렸어? 엄마는 그거 싫어하는데.. 중학교 때 음악시간 노래부르기 실기 시험 앞두고 한번 먹어보고는 다시는 안먹어."

아, 말을 잘못꺼냈다. 구멍을 위아래로 뚫고 생계란을 먹겠다고 산이가 다시 난리다. 날달걀을 밥에 비벼 먹는 것으로 간신히 타협하는데 마침 눈꼽을 비비 떼며 방에서 나오는 포리를 불러 야단을 쳤다.

"그래, 할 짓이 없어 동생에게 구걸을 시켜? "

말없이 돌아서서 거실로 들어간 녀석이 동생에게 비밀을 누설했다며 윽박지르는 소리가 부엌까지 다 들린다.  오후에 만난 마이클 엄마는 난리도 아니었다. 이웃집에 그렇게 벨을 누르고 돌아다니다가 괜히 원성이라도 듣게되면 어떻하냐며 마이클을 많이 혼냈다고 한다. '생계란에 살모넬라 균이 들어 있을 수도 있는데 어린 동생들에게 억지로 그걸 먹게하다니..' 하며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는 마이클 엄마를 보니 중2들의 막무가내는 국적을 초월한 현상임을 통감한다. (마이클은 폴란드 아이다)

아까 저녁 나절에 산이 손가락이 문에 끼는 사고가 나서 덜렁거리는 손톱에 피철철.  비명을 지르는 놈을 데리고 응급실에 뛰어갔다. 병원에서는 손톱도 손톱이지만 문제는 손가락 뼈에 금이 간거라며 기브스를 해준다. 집에 독아와서는 제 형 앞에서 기브스를 자랑하는 작은 놈은 어려서 그렇다고 치고 큰 놈은 기브스가 얼마나 딱딱하지 알아본다고 막 두들기고 난리가 났다. 마치 맨손으로 기브스 깨뜨리기 시험하는 것 같다.

"야, 이놈아, 그만두지 못해? 기브스가 무슨 장난감이냐? 아파서 치료해 논 거잖아. 너가 그렇게 가지고 놀다가 깨져서 산이 손가락이 더 도지면 너가 책임질거야?"

말이 안통한다. 고함이 통한다.

중2 아들아, 너 언제 중3 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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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스누피님의 댓글

스누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어떤 스님이야긴줄 알았더니... ㅋㅋ

저희집에도 어처구니상실넘 둘이 있어서 목로주점님 이야기가 옆동네 이야기 같지만은 않아요.
평소 얌전한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사고치는 큰아들넘과 대놓고 말썽부리며 돌아다니는 작은넘이 요즘 몸도크고 힘도 세져서 옛날의 소소한 사고가 아닌 대형사고를 치고 다니는데...
아주 돌아부려요~ ㅠㅠ
그나마 다행인건, 그 사건사고가 아직 우리집 담장을 넘지 않고, 녀석들의 불쌍한 부모들이 피해자라는것... 가끔은 경찰에 신고하고싶은 마음도...

한겨레님의 댓글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ㅎㅎㅎ~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  그 맘때 나는 어떤 놀이를 했고, 어떤 짓으로 부모님 심장을 덜컹덜컹 내려앉게 했는지를---.  달님이든 해님이든 열예닐곱 살때까지는 그렇게 놀면서 커야 건전한 어른이 됩니다. 걱정 마시고 흐뭇한 미소로 바라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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