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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고학생의 요리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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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aillu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5,097회 작성일 05-05-24 10:32

본문

나름대로 이곳이 시끄러워 졌네요...

저는 스물 일곱에 독일에 유학을 결심하고 나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도 이년여 정도 하고 난 후였지요. 남들은 '너 대단하다' '너 멋지다..' 뭐 이랬지만 스스로는 참 많이 우울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유학가는 이유가 '이렇게 살기에는 내 인생에 뭔가 더 있지 않겠어?' 뭐 이따구 말을 멋지게 하곤 했지만 왠지 사회 생활에 실패해서 밀려 간다는 생각에 두려울 때가 더 많았습니다...

이 말을 했다가 '너나 그렇게 왔지 우리도 그런 줄 아냐...' 등등의 소리를 들을까 무섭네요.. ^^;;

사실 독일에 와서도 이런 열등의식은 늘 따라 다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시작한 공부가 워낙 복잡 다단한지라 언제 끝날지 아직도 요원한데다가, 학문적이든 세속적이든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독일 생활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언제나 주눅이 듭니다. 집이나 재벌집이면 하세월 잘 지내면 되겠으나 반은 공부하고 또 반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가끔, 제가 왜 독일에 왔는지 까먹을 때가 많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보내고, 버티고, 또 보내고...

무엇보다 더 저를 주눅들게 하는 것은 발전없이 점점 뒤쳐져 가는 가치관과 정신연령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그 또래 나이에 맞게 사고하고 고민했는데, 지금은 한국 친구들과 통화를 하거나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이 친구가 참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긴, 아직도 공부한답시고 이 나이에 도서관 왔다갔다 하면서 뭐 해 먹을까... 궁리하는 저랑 이미 결혼해서 아이도 키우고, 직장에서 승진도 하고, 부모님과 동생들을 건사하는 친구들은 단순 비교를 해도 이미 어른이겠지요.

그래서인지 누가 조금만 뭐라 그래도 입을 비죽거리게 되고, 옆에서 이말 하면 이게 맞는 것 같고, 저말 하면 저게 맞는 것 같고... ㅎㅎ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저는 '난 공부 이렇게 해서 이렇게 빨리 잘 했다. 너도 명심해라. 잘못하다가 어쩌구저쩌구...' 이러는 사람들 보면 괜히 잘난척 하는 것 같아서 참 밉습니다.. ㅡ ㅜ 저는 정말 덜 된 인간인 모양입니다... )

그래서 얼마 전에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설렁탕을 저는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고 기숙사를 신청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난생 처음 먹어 보았습니다. 그제까지 저는 설렁탕은 어른들만 먹는 음식이다.. 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먼 여행길에 지치쳤던지 아버지가 제것까지 설렁탕을 시키셨더라구요.

그 다음부터는 이상하게 설렁탕을 먹을 때 마다 '난 어른이다.. 난 다 컸다..' 뭐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술마신 다음날 아침으로 설렁탕을 먹을 때는요... 그렇게 생각하는 당시에도 무지 어렸겠지만..

설렁탕을 먹으면서 혼자 결심합니다.

'그래, 난 어른이야. 난 내 스스로를 책임지면서 열심히 살아가야 해. 난 어른이야...'

먹으면 '어른이 되었구나...'이런 느낌이 드는 음식을 가지고 계세요?

아, 술이나 담배 말구요.. ㅎㅎ

 

- 성인 느낌 설렁탕!

재료 : 쇠고기, 사과 한 개, 양파 한 개, 마늘 5-6 쪽, 파, 당면, 소금, 후추

1. 쇠고기는 찬물에 담궈 핏물을 빼었다가 찬물에 넣고 팔팔 삶습니다. 핏물은 그냥 찬물에 한 번 담궈서 핏기가 우러나면 물을 버리고 헹구면 됩니다.

2. 물이 팔팔 끓으면 고기는 건져 놓고 그 물을 버리고 다시 찬물을 냄비에 받아 끓입니다.

3. 찬물에 사과, 양파를 깨끗이 씻어 반 뚝 잘라 넣고, 깐 통마늘과 대충 두번 정도 자른 파를 넣고 끓입니다.

4. 찬물에 당면을 담구어 불립니다.

5. 물이 끓는 동안 고기를 결을 따라 찢습니다. 손으로 찢어야 제맛인데요, 이 때 무지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찬물에 고기를 살짝 살짝 담궈 가면서 호호 불며 찢어야 안 데인답니다.

6. 물이 끓으면 다 찢은 고기를 넣고 불을 약하게 줄입니다.

7. 15분 정도 뒤에 양파와 사과, 마늘, 파를 죄다 건져 내어 버리고 위에 뜨는 이물질을 다 건져 냅니다.

8. 뽀얀 국물이 우러날 때까지 30분 정도 더 끓이다가 국물이 뽀얗게 되면 물에 불린 당면을 넣습니다.

9. 당면이 익으면 완성!

드실때는 꼭 소금과 후추간을 각자 하셔서 드셔야 합니다. 여기에 송송썬 파와 약간의 고춧가루를 곁들여서 먹어도 좋습니다. 약한불에 은근히 끓이셔야 제맛이.... 아~~ 전기세는 어쩌란 말인지..

넉넉하게 하실때는 먹을 분량 만큼만 당면을 넣고 남는 면이 없도록 당면은 한 번에 다 드세요. 안그러면 그 당면들이 국물들을 쪽 빼먹어 냄비가 바닥을 드러내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답니다..

날씨가 요새 오락가락 하는데요, 설렁탕 드시고 힘내세요! 으싸으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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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무스타파님의 댓글

무스타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가 시키신 설렁탕을 드시고 이제 어른이 되었꾸나 생각하신 그 감정, 느낌 생각해보니까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저두 이십대 중 후반에 직장때려치고 독일와서 님이 느끼시는 감정들 잘 알지요.
그사이 친구들은 자기 분야에서 안정도 찾고 시집 빨리간 친구는 애들 유치원 보내고...
직장 생활 오래한 친구중에 하나는 빨리 다 때려치고 시집이나 갔으면 좋겠다 라고 하고..
어릴때 저런 말 하는 여자들은 다들 바본줄 알았습니다.
그친구가 그럴말을 할 친구가 아니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이 진짜 힘들지 싶습니다.

저번에 올리신 까르보나라는 고기 빼고 잘 먹었어용~
간단하게 면이랑 계란만 넣고 먹어도 맛있더군요.
설렁탕 이것도 언제 한번 꼭 해먹어봐야겠네요.
아.. 그런데 당면은 그 얇은 당면 맞지요?

공부하랴 알바하랴 힘드시겠지만 힘내시고
또 맛난 요리법 올려주세요~

saillum님의 댓글의 댓글

saillum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고맙습니다...
이렇게 맛있었다는 분이 계시니 기쁘네요.. ^^

당면은 그 당면 많습니다..
당면이 없어서 저는 식당처럼 국수를 삶아서 넣어 본 적이 있는데요, 것두 맛있긴 했지만 국수가 너무 빨리 불어서 젓가락으로 집지도 못한채 뚝뚝 끊어져 버렸던 기억... ^^;;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기는 Suppenfleisch 쓰면 되는거 맞지요?

애를 둘이나 낳아 누가 봐도 어른 취급 해주는 저도 아직 설렁탕 만들 줄 모르는데 저보다 낫습니다.
저는 만들 생각 조차 한 적 없어요. 어른 들만 만드는것이려니 했지요. 옛날에 엄마 편찮으실 때 남대문 시장 근처에 누가 병을 잘 고친다고 하여 다닌 적이 있어요. 나오는 길엔 시장 안에 있는 허름한 식당, 그러나 그 곳 상인들이 주로 배달 시켜 먹는 곳으로 무척 장사가 잘되는 식당에서 설농탕을 먹곤 하였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커다란 무 김치까지...

한번 해먹고 후기 올릴께요. 레쳅트 감사!!

saillum님의 댓글의 댓글

saillum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네. Suppenfleisch를 쓰면 되구요 Nacken 이나 등쪽 고기로 해본 적도 있는데 괜찮았습니다.
장금이가 아닌지라 그 아주 미묘한 맛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관계로.... ^^;;

참, 장금이 보니깐 국물에 우유를 조금 넣으면 아주 구수하고 맛있다고 나오던데.. 저는 우유를 소화를 못해서 집에 없기 때문에 안해봤거든요. 있으시면 조금만 넣어도 맛있지 않을까 싶으네요.
장금이가 그랬으니까니서루... ㅎㅎ

mimi님의 댓글

mim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넘넘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저두 알바하랴 공부하랴 너무 힘들어요.....
그리구, 그거, 한국에 있는 친구들하고 얘기하면 모두 어른인 것 같은 데 나만 크지 않는 것 같아서 우울해 지는거! 내가 그래요! 어른되는거 참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설탕 먹고 어른이 될 수 있다니! 너무 좋군요!!!!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이 있다니..힘이 나네요. 저두 직장 다니다 왔어요. 암튼 , 우리 열심히 해요!)

saillum님의 댓글의 댓글

saillum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쵸?
저만 못나서 그런거 아니었죠??
흑흑.. ㅠㅠ 반가움의 눈물이....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정말 우리 열심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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