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어느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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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695회 작성일 05-05-19 05:23본문
라이프치히에서 멀지 않은
구동독 지역 어느 작은 마을의 허름한 기찻길 풍경.
국내 어느 시골 동네의 기차역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모습이다.
같은 기차역이라고는 하지만,
번화한 라이프치히의 중앙역과는 전연 다른,
어딘지 아련한 저만의 페이소스를 지닌 곳.
저멀리 옅은 안개를 살풋 드리운 채
촉촉하게 비에 젖은 수채화같은 모습이
견고함을 상실한 이곳의 순간성을 환기시킨다.
잠시 서 있다가 금방 떠나버리는, 다만 길 위에 놓인 장소.
출발하는 곳도 도착하는 곳도 아닌 지나쳐가는 곳.
오래 머무르지 않을, 어느 기차역.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곳은 그저 어느 기차역일 뿐.
이 기차역에서 철로를 바라보며 서 있자면
헤르만 헤세의 어느 소설 속 내용이 생각난다.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고 싶은데,
골드문트였는지 싯다르타였는지 요제프 크네히트였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길가에 핀 꽃에 기쁨을 느끼며 방랑하는 이, 그가 누구였는지.
그는 그 꽃을 길에 그대로 둔 채 방랑을 계속한다.
꽃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을 그는 기억하리라.
어느 기차역, 잠시의 상념만 남긴 채 나도 떠나 간다.
그리고는 그 상념이 그 자리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리라.
나그네는 목적지보다 여정에 의미를 두는 사람.
댓글목록
Ex..님의 댓글
Ex..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진 잘 찍으셨네요 잘 봤습니다
제가 몇달전 동독튜어를 갔다왔었는데 라이프찌히를 비롯한 동독쪽은
다들 저 사진처럼 시골같던데..^^;;
라이프찌히는 딱 하나 중앙역 건물만! 조금볼만하더군요..
동독튜어를 마치고 사실 좀 실망했더랍니다 ㅠㅠ
물론 드레스덴에서는 재미난 일이 있었어 즐겁게 잘 놀았지만
동독의 주요도시라고 부를수있는 막데부룩 라이프찌히 드레스덴이
마치 우리나라의 전라도의 낙후된 모습을 보는듯해서 씁씁하더군요..
무슨 그리 황폐한 풀밭이 많은지...농사짓는것도 아니던데..ㅠㅠ
사랑할수록님의 댓글
사랑할수록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유지원님/ 사진도 좋지만, 글이 더 좋군요. "잠시 서 있다가 금방 떠나버리는, 다만 길 위에 놓인 장소"... "나그네는 목적지보다 여정에 의미를 두는 사람"... 여운이 길게 남는, 시화(詩畵)와도 같은 유학일기...
eiche님의 댓글
eich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에 간이역이 생각납니다. 제가 살던 곳 근처에 간이역이 있는데, 도둑기차 타기 좋아서 맘에 들어했던 곳인데, 지금은 향수로 남습니다. 그 기차역은 내리는 사람이나 타는 사람이 없을경우 그냥 기차가 지나가는데, 고등학교때에 혼자 도둑기차탈려고 기다리는데, 아무도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기차가 지나가버린 황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깨닫음을 주는 기차였었습니다.
realpine님의 댓글
realpi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좋아하는 폴 사이먼의 홈워드 바운드가 생각 납니다.
I’m sitting in the railway station.
Got a ticket to my destination.
On a tour of one-night stands my suitcase and guitar in hand.
And ev’ry stop is neatly planned for a poet and a one-man band.
Homeward bound,
I wish I was,
Homeward bound,
Home where my thought’s escaping,
Home where my music’s playing,
Home where my love lies waiting
Silently for me.
Ev’ry day’s an endless stream
Of cigarettes and magazines.
And each town looks the same to me, the movies and the factories
And ev’ry stranger’s face I see reminds me that I long to be,
Homeward bound,
I wish I was,
Homeward bound,
Home where my thought’s escaping,
Home where my music’s playing,
Home where my love lies waiting
Silently for me.
Tonight I’ll sing my songs again,
I’ll play the game and pretend.
But all my words come back to me in shades of mediocrity
Like emptiness in harmony I need someone to comfort me.
Homeward bound,
I wish I was,
Homeward bound,
Home where my thought’s escaping,
Home where my music’s playing,
Home where my love lies waiting
Silently for me.
Silently for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