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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절구와 구멍가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5,186회 작성일 11-06-04 17:13

본문

옛날에 유명한 두 방귀장이가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그 둘이 누가 더 방귀를 잘 뀌는지 시합을 하였는데 방귀의 힘으로 돌절구를 마치 탁구공처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결국은 달나라로 날려버렸다는 내용이다.
 
우리집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한국전래동화 그림책에 나온 이야기인데 이것을 읽고 난 산이가 물었다.
 
"엄마, 절구가 뭐야?"
 
그러고 보니 독일에서는 절구를 본 기억이 없다.  하긴 한국이라고 해도 이젠 민속촌이나 가야 볼 물건인데..
 
"응, 절구는 큰 두꺼운 그릇같이 생긴 건데 그 속에 쌀이나 보리나 그런 것을 넣고 절국공이로 꽁꽁 찧어서 부수어 가루로 만드는 것이거든. 절구공이는 아주 무거운 몽둥이 같은 막대긴데 엄마집에 있던 것은 쇠덩어리었지, 얼마나 무거웠는지 몰라."
 
"할머니도 절구가 있었어?"
 
"그럼."
 
옛날, 어머니가 쓰시던 쇠절구가 생각 났다. 부엌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가 김장 때나 되어야 꺼내지는 물건이었고 절구치고는 자그마한 놈이었는데도 얼마나 무거웠는지 이사 때마다 우장바우처럼 이지 저리 밀리며 미움을 받다가 어느 틈엔가 집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큰 오빠가 장가들며 집에 데리고 들어 온 새며느리의 혼수에는 전기모터가 칼날을 돌려주어 마늘을 갈아버리는 첨단 전자제품은 있었지만 절구 같은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엄마, 그럼 담에 한국가면 그거 가져오자."
"호호호, 한국에서도 이젠 그런 거 보기 어려워. 할머니의 절구는 벌써 없어졌어.너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아주 옛날에 있던 거거든."
 
여섯살 된 아이의 이해력으론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있던 일은 죄다 먼 옛날이다.
 
"그럼 하나 새로 사오자."
 
아이는 아직 보지도 못한 물건에 대한 호기심으로 혼자 환상 속의 그림을 그리는 듯 했다. 한국 동화책을 좋아 하여 자주 읽어주는데  거기에 첨보는 말이 많아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을 나름 혼자 지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그렇게 하자. 만약 하나를 보게 되면은.."
 
아이의 호기심을 꺾어버리기가 안되어 대충 얼버무리려고 동의하였다. 그랬더니 바로 따라나오는 말.
 
"엄마, 그리고 담에 한국가면 구멍가게도 가져오자."
 
그러면서 두 손으로 작은 구멍을 만들어 보인다. 엄마가 어릴 적에 살던 집 골목에 구멍가게가 있어 그 안에 들어가면 작아도 없는 물건이 없이 다 있었다는 말을 예전에 해준 적이 있는데 아이는 그것을 무슨 요술상자 같은 것으로 이해했었나 보다.
 
너무 우스웠지만 한편으론 산이의 엉뚱한 생각이 귀여웠다.
 
"얘, 구멍가게는 가방에 들어가는 그런 작은 물건이 아니야. 하하하."
 
엄마가 왜 웃는지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가만, 절구는 민속촌에 가면 볼 수 있지만 구멍가게는 어디가야 있을까? 대형 마트에 밀려 죄다  사라진 거 같던데.. 
 
내가 어느 덧 그렇게 옛날 사람이 되었나? 주변엔 내가 어릴 적에 상상도 못했던 물건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사는 세상과 내가 살았던 세상이 너무나 다르다. 어쩜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은 무엇일까?
추천1

댓글목록

미미모나님의 댓글

미미모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이 어머니와 산이가 알콩달콩 얘기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구멍가게사오자" 라는 말에 오늘 내린 비 처럼&nbsp; 가슴이 시원토록 웃었습니다...^^<br><br>글세요...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건&nbsp; 엄마와 아들의 사랑???<br><br><br>

미미모나님의 댓글의 댓글

미미모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흑흑...남친들이 생긴후론 엄만 완전 뒷전....ㅠㅠ <br><br>울 아들 여친 생길까봐 은근히 걱정하고 있다능~~~ <br>

똘똘이01님의 댓글

똘똘이01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IV>전 독일에서 절구를 보았답니다. </DIV>
<DIV>지난달 저희 동네에서 열린 &nbsp;Flochmarkt에 나갔더니 크기는&nbsp;예전에 저희 친정어머니께서 쓰시던 절구보다&nbsp;많이 적었지만 모양은 똑같은 쇠절구가 보이더군요. </DIV>
<DIV>반가운 마음에 제겐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집어올뻔했답니다.</DIV>
<DIV>&nbsp;</DIV>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IV>똘똘이님 답글보고 구글그림에서 찾아보니 저희 어머님이 쓰시던 거랑 비슷하게 생긴 것이 뜨네요. 님이 보신 것도 이런 건가요?</DIV>
<DIV>&nbsp;</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tyle="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alt="" src="http://berlinreport.com/data/mw.cheditor/1106/wMdVsSxoyPzDlmfJ.jpg" width=434 height=336></DIV>
<DIV style="TEXT-ALIGN: center">&nbsp;&nbsp;</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align=left>&nbsp;</DIV>
<DIV align=left><BR>&nbsp;</DIV>

똘똘이01님의 댓글의 댓글

똘똘이01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IV>예 바로 그 정도 크기에 그정도 모양이었어요. 더 작은것도 있었구요.</DIV>
<DIV>저희 어머니 쓰시던건 절구 공이가 끝이 동그랗게 공모양으로 생겼었는데 독일에서 본건 위에 그림처럼 일자형이더라구요. </DIV>

미미모나님의 댓글

미미모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독일에서 절구 많이 봤어요. 아주 큰 것도 있던데.. 그라니트로 만든 것도 있고.. 보아하니 타이아짐들이 절구질을 많이 하더라구요..<br><br>제가 한국에서 가져오고 싶은건 맷돌이예요.. 비지 해먹게...ㅠㅠ<br><br>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IV>그냥 저랑 스누피님이랑 찾아가서 머리 맞대고 비벼드리리다. </DIV>
<DIV>&nbsp;</DIV>
<DIV>그저 돼지고기 숭숭 썰어 넣은&nbsp;비지찌게나 해 주쇼.</DIV>

미미모나님의 댓글의 댓글

미미모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하!!! 말 되네요... <img alt="" style="width: 37px; height: 37px; margin: 5px; vertical-align: middle;" src="http://berlinreport.com/skin/board/mw.basic/cheditor/icons/em/79.gif" border="0"><br>삼복더위 때 해드립매!!! 대신 머리는 빡빡 깍고 오시라요!!! <br>

grimm36님의 댓글

grimm3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IV>&nbsp;</DIV>
<DIV>목로주점님 글을 읽다가 (이럴땐 산이 엄마라고 읽는다)</DIV>
<DIV>후다닥 뛰어 내려가서 울 지하실에서 세월만 먹고 있는 절구를 꺼내 봤네요.</DIV>
<DIV>독일로 실려 온지도 30년에 세월을 후~울쩍 넘겨버린 저 절구를...</DIV>
<DIV>&nbsp;</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tyle="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alt="" src="http://berlinreport.com/data/mw.cheditor/1106/9u29MmGY.jpg" width=550 height=412></DIV>
<DIV><BR>&nbsp;</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tyle="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alt="" src="http://berlinreport.com/data/mw.cheditor/1106/xPpFxcy9UAW5yz.jpg" width=550 height=412></DIV>
<DIV>&nbsp;</DIV>
<DIV>절구야~ 절구야~</DIV>
<DIV>넌 내가 떠나면 어디로 갈거니?</DIV>
<DIV>&nbsp;</DIV>
<DIV><BR>그동안 한국에 갈때마다 열심히 싫어다 날랐던 추억속에만 머물어 버린 것들</DIV>
<DIV>&nbsp;</DIV>
<DIV>결코 우리 아이들은 이해 할수도 필요하지도&nbsp;&nbsp;않는 것들 인데..</DIV>
<DIV>&nbsp;</DIV>
<DIV>학교 다녀오면 아랫목 이불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스뎅밥통. </DIV>
<DIV>팥고물에 김이 물씬 나게 쪄낸 뜨뜻한 시루떡을 생각하며 가져온 양은 시루. </DIV>
<DIV>뚜껑달린 스뎅 반상기. 식구수 대로 고무신. 신앙촌 담요.</DIV>
<DIV>연탄불에 달궈서 말아주는 고데기 까지... 뒤지다 보면 줄줄이 한참 나올 물건들을 </DIV>
<DIV>이젠 서서히 정리 해야 하는데...</DIV>
<DIV>&nbsp;</DIV>

미미모나님의 댓글의 댓글

미미모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잉~ 그림님 글을 읽으면 괜스레 눈가에 눈물이 막 고일라고 합니다래~~~<br><br>그림님은 한번 안틱벼룩시장을 여셔야겠네요.. 저 절구는 목로님이 후딱 업어가실테고 전 고무신에 확 필이 꽂쳤습니다..<img alt="" style="width: 37px; height: 37px; margin: 5px; vertical-align: middle;" src="http://berlinreport.com/skin/board/mw.basic/cheditor/icons/em/80.gif" border="0"><br>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IV>고무신이라면서 신발치수는 알고나 계신건가요?</DIV>
<DIV>&nbsp;</DIV>
<DIV>전 사실 절구보다 연탄불고데기에 삘이 확 꽂혔습니다. </DIV>
<DIV>&nbsp;</DIV>
<DIV>그나저나 그림님, </DIV>
<DIV>(넙죽) 존경합니다.&nbsp;&nbsp;<IMG style="MARGIN: 5px; WIDTH: 50px; HEIGHT: 50px; VERTICAL-ALIGN: middle" border=0 alt="" src="http://www.berlinreport.com/skin/board/mw.basic/cheditor/icons/em/36.gif"></DIV>

연금술사님의 댓글

연금술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친구에게 전래동화책 한권을 받아서 아이에게 읽어주는데,<br>저희집에 있는 책에선 방귀쟁이들이 방망이 가지고 방귀끼기 시합하다가<br>방망이가 바다에 빠져, 새우등에 맞아 새우등이 굽고, 가자미 눈에 맞아 눈이 쏠렸다는 내용이었어요. ㅎㅎㅎ<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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