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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포대기 예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6,331회 작성일 05-04-03 07:04

본문

내가 어렸을 때 포대기에 업히는 것을 참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날 닮아서인지 큰애도 내 등에 업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한국에선 칭얼거리기 시작하면 바로 등에 업고 골목길에 나섰다. 그러면 애는 시원한 밤바람 맞으며 곧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내내 업고 살았는데 애가 만 3살 때 독일로 오자 애 아빠가 한마디 했다.
"거, 애 업고 밖에 나가지 마."

그러고보니 길 거리에서 애를 업은 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모두들 집채만한 커다란 유모차를 밀고 다녔다. 버스, 지하철 안에 그 유모차는 쑥쑥 잘 들어왔고 전천후 아기 이동 수단으로 보였다.

꼭 남의 눈을 의식했다기보단 벌써 아이가 한국나이로 5살이나 되었고 아이도 이제 다른 애들처럼 차라리 유모차를 타고 싶어해서 이래저래 한국에서부터 들고 온 포대기 두개는 (여름용, 겨울용) 장롱 깊숙히 쳐박히게 되었다. 어쩌다 눈에 띄면
"누구 애기 낳은 집 없나? 저거 주어야지"
하고 중얼거리곤 했다.

그러다 산이를 낳으면서 포대기가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큰애는 태어나 병원에서부터 속싸게, 겉싸게에 잘 싸여있었다. 둘 둘-
그리고 백일 전에 벌써 등에 업었고 아기는 싸게에 싸이는 자세 그대로 등에 가만히 잘 달려 있었다. (그렇게 일찍 업는 것이 안좋다고도 하는데)

그런데 산이는 태어나 첫 열흘을 병원에서 지낸는 동안 독일식 발버둥 바지, Strampler에 길이 들여버려서 집에 돌아와 싸개에는 죽어도 안싸일려고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결국 풀어놓고 지냈다. 한달도 안된 간난아기가 한국 어른들이 보시면 깜짝 놀라셨을 만큼 버둥대며 지냈다.
그러다 백일 때쯤 친구가 와서
"아기는 업어주는 것이 EQ 발달에 가장 좋데."
하며 등에 업었는데 처음으로 몸을 꽁꽁 묶인 산이는 벗어나기 위해 그 작은 입으로 꽁꽁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어 대고 난리도 아니여서 결국 5분도 안되어
"거참, 포대기발 안 먹히네." 하며 내려 놓았었다.

그러나 제가 뛰어봐야 부처님 손아귀이지 어쩌겠나. 결국 6개월도 되기 전에 산이도 포대기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혼자 제 침대에 누워 아무도 없는데서 발버궁치고 울어대는거 보다야 엄마 등에 매달려 있는게 낫지. 엄마 체취도 나고 따뜻하고 높으니 이것 저것 잘보이고.. 난 두손 자유로이 움직일 수가 있고 산이도 내 곁에 둘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산이부터 들쳐 업고 달각 달각 부엌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산이는 내 등 뒤에서 잠이 들어 있다.

그러나 포대기도 딱 한가지 흠이 있는데 그건 잠든 아이를 풀러 내려놓을 때 아기가 깬다는 것이다. 큰애 때는 거의 한번도 잠든 아일 성공리에 내려놓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자주 큰애를 봐주시던 아랫집 할머니는 거의 100% 성공으로 아일 재운 뒤 방바닥에 옮겨 눕히셨다.

그래, 세상에 불가능이 어디있어.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하고 여러번 시도하니 이번엔 저절로 요령이 생겼다. 무엇보다 아기가 잠이들 때 조급하면 안된다. 세월아 네월아~하며 아기는 잊고 내 할 일을 해야한다. 아길 재우려고 애쓰면 희안하게 더 안자고 바쁜 엄마 마음 다급해진다. 그러면 벌써 실패다. 설겆이건 청소기건 독서건 한참을 하다보면 허리가 뻐근하며 아기가 축 늘어져 자고 있는 걸 보게된다. (이를 비춰 볼 수있는 거울이 있으면 더 좋다. 괜히 뒤로 돌아다보다 자는 애를 깨울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여전히 같은 속도로 걸으면서 소파나 침대로 가서 천천히 끈을 풀고 두손으로 아기를 받치며 살짝 앉았다가 여전히 천천히 아기를 등에 붙인 채 옆으로 누운 뒤 심호흡을 몇번 한다. 그래도 아기가 깨지 않는 것을 확인하면 천천히 남은 끈을 마저 풀고 아기에게서 살짝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1-2분 쯤 기다였다가 아기를 제 침대로 옮긴다. 요즘은 거의 7-80%의 성공률을 자랑하며 산이를 업어 재웠다가 옮겨 눕힌다.

앞집 폴란드댁은 내가 포대기로 산이를 업는게 그렇게 신기한 지 볼 때 마다 포대기에 대해 한마디씩 품평을 하였는데 오늘은 산이를 업은 채 지하실에 갔다오다 아랫집 할머니를 만났다. 그 할머니는 이 집에서 벌써 30년을 살았고 그 딸이 우리 윗집에 다시 집을 얻어 살고 있는데 하루에도 서너번 씩 엄마를 방문하고 있다. 그 딸이 문을 여다말고 포대기에 엎힌 산이를 보더니 Ein Rucksack! 하며 그 엄마와 같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늘 나에게 친절한 사람들인데 아기를 업은 모습을 생전 처음 보았나 보다.


하긴 요즘은 여기 독일도 Tragetuch라고 해서 긴 천으로 둘둘 아기를 앞으로, 뒤로 매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어쩔 땐 나도 희안해서 쳐다보곤 한다. 의외로 그 천이 굉장히 크고 길었는데 얼마전 육아 정보지에서 아기 매기 끈 이용법 이란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한번 하는데 10유로에 가까운 돈을 받았다. 도둑놈들!
그걸 받는 인간이나 그렇다고 그걸 주고 강좌를 듣는 인간이나 하여튼 독일인들은 참으로 웃긴 인간들이다.

나도 포대기 하나 들고 나가서 강좌 하나 개설해 봐?
Sinnvolle Babytragen!
Fuer gesunde Seele und Koerper Ihres Babys -
koreanisches Tragetuch "Podaegi"
Der kurs kostet nur 10 Euro!!

부자될 수 있을까?
추천5

댓글목록

Markus님의 댓글

Marku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Tragetuch는 아시는 대로 굉장히 긴 천이죠. 그래서 아기를 매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하네요. 부모들마다 선호하는 방법도 다르구요. 이용법 강좌 10유로도 황당하지만 사실 전 Tragetuch의 가격도 잘 이해가 안갑니다. 물론 아기를 위해선 최고.(한국식 포대기 제외)라고 하더군요.
저희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포대기에 엎히는 것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지금도 거의 매일 한번씩은 엎히죠. 잠도 잘 자고 내려놓아도 잘 자고... ~

Markus님의 댓글

Marku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때 저희 부부는 한국의 포대기를 수입해서 팔면 잘 팔리지 않을까 생각했더랬습니다.
유럽인의 체형을 고려해서 사이즈를 좀 크게 만들고 끈도 길게 만들면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saillum님의 댓글

saillu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 그 Tragetuch 말인데요... 한국에서 유행한답니다.. ^ ^;; 제 친구가 첫애를 낳고서 그 카달록을 보여주면서 이야기 해주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국에서도 그 강좌가 있구요, 백화점 문화센터 같은 곳에요... 그 Tragetuch은 더 비싸답니다.. 저도 "포대기가 낫지 않냐?' 이렇게 물어 봤는뎅, 이게 다리가 휘지 않고 아이를 다양하게 업을 수 있어서 더 좋대나 뭐래나... 전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거 참 약간 씁쓸하네요..
참, 근데 그게 원래 인디언이 업고 다니던 방법이래나요? 뭐 그렇답니다.. 쩝...

소주님의 댓글

소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음. 엄마한테 전화걸어서 엄마!! 독일에선 포대기쓰는법도 돈주고 강의한대요!! 말하고나서 리플들 보니까 한국에서도 그러나보군요. 그 얘길하자 엄청 반가워하시며 포대기의 우수성에 대해 10분간 전화기로 강의하시던데. --;;
 재밌게 읽었습니다.

Milos님의 댓글

Milo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끈으로 된 포데기
쫌 허접(?)해 보이던데,
강습료만 10유로군요 ...허허..

저도 포데기에 아기 업고 싶단 생각을 하곤 했어요.
ㅋㅋ
목로주점님 글을 읽으니
천떠다 함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똘이장군님의 댓글

똘이장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끈으로 된 포데기..한국에선 슬링이라고 불리더군요.
개인적으론.. 비싸긴 하지만, 엄마나 애기 두사람 다 편하게 해주는 천조가기란 생각이..ㅎㅎ
포대기는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 진가를 아직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는..

Markus님의 댓글

Marku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슬링과 Tragetuch는 다릅니다.
Tragetuch는 말그대로 아주아주 긴 천이고 그에 비해 슬링은 짧은 편이죠.
원리는 좀 비슷하지만 Tragetuch쪽이 좀 더 복잡한 것 같습니다.

piri님의 댓글

pir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옛날에 언니 편하게 해준다고 포대기로 조카 업고 시내에 다니는데 허리가 아파서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그 조그만한 아기가 오래 업고 있으니 굉장히 무거워 지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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