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309명
[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청각장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4,656회 작성일 05-03-27 09:08

본문

지난번 U5 종합 검사 때 산이가 등 뒤에서 나는 딸랑이 소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서 재검사 하기로 한 한달 뒤 다시 그 날이 되었다.

접수처에 서있다가 나와 산이를 본 의사 선생님은 듣는 검사만 하면 되니까 얼른 하자며 바로 진료실로 우릴 데려갔다. 두꺼운 겉옷을 채 벗기기도 전에 의사는 딸랑이를 들고 다가왔다.

"딸랑 딸랑-"

나는 산이를 앞쪽으로 보게 하고 안고 있었기에 산이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늘 그러듯 딸랑이 소리를 듣고 미소를 짓는 산이의 얼굴이 느껴졌다.
왼쪽에서 울리자 왼쪽으로 약 10도 정도 약간 고개를 돌렸고 오른쪽에서 울리자 전혀 안 움직였다.

의사는 좀 당황하는 것 같았다.
내가 얼른 말했다.
"아무래도 옷이 두꺼워서 몸을 못 움직이나봐요."
의사는 그럼 옷을 벗기고 다시 하자고 한다.
얼른 우주복을 벗겼다.

"딸랑딸랑-"

이번에는 왼쪽으로도 반응이 없다.

자리를 바꾸어 보았다. 바라보는 벽도 바꾸어 보았다. 그런데 산이는 단 한번도 오른쪽에서 나는 소리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왼쪽에서 나는 소리에는 그런데로 조금씩 반응.

의사는 확실하게 하기위해 큰 병원가서 정밀 검사를 해보라고 한다. 의뢰서를 써주기
전에 의사가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며 한번 더 시도 하였으나 역시 실패.

의사가 건내준 큰 병원에 보내는 의뢰서에 쓰여있는 말;
청각장애. 높은 톤의 딸랑이 소리에 반응이 없음

맙소사! 그럴 리가 없다. 산이가 얼마나 소리를 잘 듣는데.
딸랑이 흔드는 소리를 유달리 좋아하여 벌써 4-5개월부터 딸랑이 흔들기는 박사였다. 뒤통수가 침대바닥에 박힌채 뒤집지도 못하고 큰 대자로 누워있던 그 당시에도 벌써 딸랑이를 용케 쥐어선 위아래로 흔들어 대고 또 흔들어대었다. 또한 바시락거리는 종이도 좋아하여 한번 손에 쥐면 역시 흔들어대며 한참을 가지고 논다. 그렇게 종이를 좋아하는 걸 보아 나중에 커서 분명 공부하는 학생이 될 것이라며 흐뭇해 했는데... 뽀시락거리는 과자 비닐봉투는 좋아하는 것은 또 어떻고. 학생이 아니라 과자장수가 될려나?

애 아빠는 병원에서 큰병원 가라했다는 소리를 듣더니 기암을 한다. 산이가 우주복을 입고 집을 나설 때마다 '헤이- 우주 여행사! 잘 다녀와'하고 인사하였는데 대뜸
"아이고, 그럼 산이가 우주여행사가 못 되겠네."
하면서 '너 이제 어쩔래?' 하는 표정으로 산이를 쳐다본다.

"큰애에게 하도 치여서 소리에 둔감한 걸꺼야. 큰애가 오죽 소란스러워?"

그러면서도 나는 슬금슬금 딸랑이를 들고 산이 뒤로 다가갔다.

왼쪽에서 딸랑 딸랑-
산이 머리가 왼쪽으로 약간 미동한다.

오른쪽으로 딸랑딸랑-
산이는 꿈쩍도 안한다.

산이 얼굴을 바라보며 안고 있던 애 아빠는 펄쩍 뛰었다. 왼쪽에서 소리가 날때는 산이가 눈을 반짝이며 반응을 보였는데 오른쪽에서 소리가 날 땐 눈동자에서조차 전혀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애가 오른쪽 소리는 못 듣는 것이 분명하다고 난리가 났다.

나도 비로소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산이가 소리에 둔감한 적도 있는 것 같다. 내가 큰애에게 큰소리 지르며 혼낼 땐 저도 따라 크게 울곤 했으니 아주 못듣는 것은 분명 아닌데..어지간히 큰소리가 나도 멀뚱멀뚱 계속 하던 일 하면 놀았던 적도 많았던거 같고..모르겠다.

정말 한쪽이 안들리는 것이면 어떻하지? 그래서 혹시 나중에 다른 한쪽 귀마저 쉽게 멀게 된다면 어떻하지? 별생각이 다 들었다.

산이가 아직 배속에 있을 때였다. 산부인과 의사가 노산이라며 양수검사를 권했다. 노산은 기형아 출산률이 높기 때문이었는데 그 양수검사가 100% 안전한 것이 아니기에 목 뒤에서 뭔가를 (정말 못알아 듣는 독어였음)추출해서 1차로 태아에게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은지 여부를 보고 그에 따라 양수검사 여부도 결정하자고 했다.

그땐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독일에 와서 길에서 마주치는 노인들이 다 나를 젊은 여자라고 칭했고 스스로도 한국에서 느끼던 것보다 훨씬 젊게 느꼈다. 큰 애 유치원에 가보면 할머니인지 엄마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나이 많은 엄마들이 여럿이어서 산이를 갖고 전혀 늦었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그때 비로서 내 나이를 대면하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에 만약에 태아가 이상이 있다고 하면 너 어떻게 할 건데?

대답은 하나였다. - 그래도 낳는다.

어차피 태어나서 생존하지 못할 아기는 임신 중에 유산된 확률이 많고 태어난 후 생존 할 수 있을 정도의 장애라면 살 수 있다는 뜻이니 내 맘대로 유산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낙태반대주의자인 천주교 신자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정말 어렵게 얻은 둘째인데 어떠한 경우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데 올챙이적 시절은 누구나 잊는 법이어서 설혹 장애아가 태어나더라도 좋다던 당시 결심은 까마득히 어디가고 산이 한쪽 귀가 정말로 안들리면 내가 믿는 하느님께 대판 따지러 가야지 벼르면서 정밀검사 날만 기다렸다.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아침 일찍 부랴부랴 준비해서 FU부속 병원에 갔다. 예약한 교수 밑의 레지던트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가 우릴 어두운 작은 방에 데리고 가더니 산이를 재우랜다. 그러면서 유모차 가지고 오셨어요? 하고 묻는다. 이런! 유모차를 차에 실고 왔어냐 되는구나. 낯선 곳에서 잠투정이 심한 애를 재울 일이 태산이다.

애아빠는 아일 재우는 그런 약이 있냐고 묻어본다. 뭐시여? 지금 애기에게 수면제를 주겠다는 것이여? 이 무식한 아빠가!
막상 그 레지는 신이 나서 아기 체중과 개월수를 묻더니 교수에게 뛰어 다녀 온다. 그래서 내가 재동을 걸었다.

"우리애는 젖만 물면 자거든요. 한번 약 안 먹이고 시도해 볼께요"

레지는 다시 실망한 표정이 되었으나 모든 것은 내 의사대로 진행한다며 2시간 뒤에 다른 예약이 있다는 말만 하고 떠났다.

그때부터 '낯선 곳에서 산이 잠재우기 한판' 씨름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애 아빠랑 방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캡슐이라고 불러야 될 것같은 좁은 그 곳에서 티격태격하면서. 10분 정도 젖을 빨았지만 산이는 잠이 안 들었고 나만 꾸벅꾸벅 졸았다. (애가 귀먹어리일까봐 검사하러 온 그 순간에도 졸다니 어쩜 나는 계모인지도 몰라) 안고 이리저리 다녀도 보고, 얼러도 보고, 혼도 내보고, 별의 별 수단을 다 써보았지만 산이는 말똥말똥. 뇌파를 검사하기 위해 머리에 붙여놓은 전선줄을 잡아당기고 논다.

1시간이 후딱 지났다. 레지에게 지금 아기가 안자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니 다른 날로 새로 예약을 잡아야 한댄다. 아이구 맙소사. 다음번에도 아기가 잘 잘거라는 보장이 없으니..오늘 꼭 검사를 해야겠네!

그래서 재울 수 있는 약을 주기로 했다. 뭐 큰애도 한국 소아과에서 처방받은 감기약 먹은 후 수시로 업어져 자곤 했는데 아기가 약 먹고 조금 잤다기로서니 큰일이야 나겠는가? 의사가 알아서 주겠지.

레지는Tee가 들어있는 젖병에 약을 타며 끝까지 다 마시게 하랜다. 아뿔사, 금방 젖을 빨아 배가 부를 텐데 이 Tee도 다 안마시면 어쩌지?

안 마시려는 아기를 얼러가며 간신히 Tee를 다 먹이고 나자 산이는 정말 졸린 것 같은데 칭얼거리기만 할 뿐 정작 잠이 들지 못한다. 다시 젖을 물렸다. 그러자 간신히 선잠이 들었다. 품에 안겨 자는 아기에게 살짝 헤드폰을 씌우고 검사를 시작했다.

이마와 귀 아래부분, 그리고 뺨 5군데에 선이 연결되었고 헤드폰에서 들려주는 여러가지 소리를 대한 산이의 왼쪽과 오른쪽의 반응이 컴퓨터에 연결된 그래프에 그려졌다. 산이가 깰까 봐 엉덩이 한번 들썩도 못하고 '얼음'이 되어 계속 안고 있을려니 팔이 저리다 못해 떨어져 나가려한다. 30분쯤 지났을까? 레지가 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 밀며 비로서 '땡'해준다. 휴-

산이는 다 끝난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금방 일어났다. 이렇게 금방 깨는것을 보니 먹인 수면제가 정말 미량이었나 보다.

검사결과를 받은 박사가 우리를 불러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결과는 양쪽 청력 다 정상!!

비로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산아, 엄마는 욕심 없이 널 키울께.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추천6

댓글목록

*soo*님의 댓글

*so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놀래라.. 정말 다행이예요! 으아.. 여행가기 전에 잠깐 베리 들러야지, 하고 왔더니만.
으찌나 놀랬는지~!! 하긴 엄만데 비교도 못하게 맘 쓰셨겠지만. ^^ 여튼, 축하드려요!

온유님의 댓글

온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후아.. "결과는 양쪽 청력 다 정상!" 읽기 전까지 숨죽였답니다.  많이 놀라셨겠어요?  산이가 오른쪽으로 고개 돌리기가 싫었던 모양이네요. ^^  음...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요.  너무 큰 소리에 익숙하다 보면, 작은 소리는 당연히 잘 듣지 못하잖아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소리, 음악 들을 때 소리를 너무 크게 하는게 좋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작게 하고 듣기 시작하면, 또 그 소리에 익숙해진다고.... 그냥...생각나서요.  목로주점님, 두발 쭉 뻗고 주무세요.  놀란 가슴 진정도 시키시구요.  육아일기 읽을 때면..엄마도 날 저렇게 키우셨겠구나..싶고, 엄마 생각도 많이 나고... 앞으로도 계속 계속 산이 얘기 올려주세요.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두들 이렇게 산이를 염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힘을 모아 주시는군요, 그 힘을 비축하여 10kg짜리 쌀 한푸대 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산이를 안고 올리는데 보태겠습니다. (아직 혼자 기지도 앉지도 못해요. * *)

bttb`님의 댓글

bttb`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아; 정말 놀랬어요;; 목로님 육아일기 잘 읽고 있답니다. 산이가 엄마 속 안 썩이고 건강히 자라기를 빌어요-

낮에뜨는별님의 댓글

낮에뜨는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깜짝 놀랐어요... 설마 청각장애라니.... 하고 말이죠...
아무래도 산이가 오른쪽 딸랑이 소리는 관심이 없었다 봅니다...
아니면, 병원에서 왠 딸랑이야 하고 생각했든지 말이죵...  ^^
음..  병원 딸랑이가 맘에 안 들었는지도 모르죠..  ^^

무스타파님의 댓글

무스타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두 놀랬어요.
전 아직 아기도 없지만 혼자 이런글 읽고 텔레비 보면서 온갖 궁상 다 떨며 맘 졸인답니다.
다른건 모르겠는데 건강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민감해서 혼자 별 상상다하고...
나중에 임신할때 애기날때도 얼마나 난리를 칠지... 벌써부터 참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그런데 목로주점님은 참 의연하시네요. 두번째 아기라 그렇겠죠.
아무튼 산이 아무 문제 없다니 참 다행입니다.

[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66 유학일기 melang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9 03-29
265 유학일기 saillu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7 03-28
264 유학일기 saillu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9 03-27
263 유학일기 pir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9 03-28
열람중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7 03-27
261 유학일기 네버스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6 03-19
260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6 03-19
259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7 03-13
258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3 03-12
257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32 03-05
256 유학일기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6 03-03
255 유학일기 하늘에 심긴 사과나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93 02-26
254 유학일기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9 02-26
253 유학일기 Scandinavi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7 02-25
252 유학일기 Scandinavi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8 02-24
251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2 02-22
250 유학일기 Yeonmuk Liu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5 02-17
249 유학일기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5 02-16
248 유학일기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4 02-12
247 유학일기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1 02-12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