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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Kinderbiblioth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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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4,126회 작성일 05-03-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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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디 어디에 도서관이 있는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책 빌려 읽을 시간도 없고 아이도 굳이 독일 그림책을 거기까지 가서 빌려 볼 일도 없고 해서 처음 몇번 구경가고는 까맣게 잊고 지냈었다.

큰애가 자기 전에 꼭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이는 굳이 한글 책을 고집한다. 나야 애가 한글에 관심을 갖는 것이 대견하여 굳이 독일어 책을 읽으라고 하지는 않았다. 몇십번도 더 읽은 한국책들을 또 읽자고 들고오는데 내가 오히려 지겨워 독일책을 읽자고 사정하는 판이었다.

그런데 다른 한국 엄마들과 모인 자리에서 들어보니 다른 애들은 같은 1학년인데 모두 독일어 책을 줄줄 읽는다는것이 아닌가? 집에 있는 한국책들이 제한되다보니 수십번도 더 읽어 이젠 아이도 안 읽으려고 하고 그래서 도서관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책을 빌려보고 있다고들 하였다.
'그래 내가 너무 게을렀어. 큰애를 위해 뭔가를 해야해. 독일어휘가 아무래도 딸리는데 학교 다니려면 독일어도 중요하지!'

독일 오자마자 세살짜리 아이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을 본 주위 교민분들이 절대 아이와 독일말 하지말고 한국말을 지켜주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셨다. 당장은 독일어를 못하니까 답답해도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 독일어가 저절로 앞서가게 되니 그 걱정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굳히 아이에게 독일말을 잘하라고 강조한 적도 없고 독일어를 좀 못해도 그리 크게 걱정 안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나도 한국엄마다 보니 애가 학교 들어간 이후로 공부에 대해 엄청 염려를 하고 있다. 오히려 담임 선생은 괜찮다고 하는데 학교 입학전에 한글 읽기.쓰기는 마스터하는 한국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학교 다닌지 반년도 더 된 지금까지도 독일어 그림책 한권 제대로 못읽는 우리 아이가 한심하기도 했다.

그래서 작심하고 학교가 파한 아이를 그대로 끌고 도서관으로 갔다. 회원 신청을 하니 어린이 회원이 되려면 만 7세가 되어야 한단다. 이제 3개월만 있으면 7세인데 이거 참!

그래서 아기엄마 회원제를 하기로 했다. 6세 이하의 아이들은 엄마가 회원이 되고 그림책을 빌려가는 것이었다. (혹시나 들고 갔던 주소지 안멜둥 용지가 있어서 가능했음) 어린이 회원은 공짜지만 엄마 회원은 연회비 5유로를 내야 한댄다. 지금 우리 아들 책 읽으신다는데 5유로를 아끼랴.(물런 무지 아까왔지만) 일반 성인 회원은 연회비 10유로인데 그에 비하면 싸지. 아까워도 참자. 대신 엄마도 책을 빌릴 수 있고 베를린 시내 어느 시립 도서관에서도 책을 빌릴 수 있고 한번에 60권(!)까지 빌릴 수 있고, 무엇보다 좋은 건 4주간 대출인데 전화 한통화면 대출기간을 다시 4주간 연장할 수 있다니까...

옛날에 아직 학생이었을 때 학교 도서관은 대출 기간이 일주일이었다. 그리고 개설된 전공과목이나 교양과목과 관계있는 교재들은 특별관리되고 있어서 그 대출기간이 3일(!? !)이었다. 연체료가 비싸서 책을 며칠 묵힌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졸업 후에는 서울 시내 여러 시립도서관을 이용했는데 주로 열람실만 사용했고 책을 빌리지는 않았었다. 사실 여태 동네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은 것은 그 탓일게다. 한국에서도 도서관 회원이 아니었는데 남의 나라까지 와서 돈내고 책을 빌릴 일이 있나 싶은 저항감...

이제 책을 고를 차례다. 우리 착한 산이는 제 형을 위하여 조용히 유모차에서 자고 있다. 어린이 책들이 있는 선반을 죄다 뒤져 독일어가 가장 짧게, 그리고 큰 글씨로 쓰여있는 책들만 골랐다. 그 중 하나가 '아빠의 친구'였는데 별 생각없이 빌려왔다. 그림을 대충 보니 집에서 두 아저씨가 우왕좌왕 한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자세히 내용을 보니 세상에! 제목이 '아빠의 친구'가 아니라 '아빠의 남자친구'였다.

한국 있을 때 각기 아기를 데리고 있는 두 아줌마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얘기를 하다보니 둘이 같은 집에 사는 것이었다. 사연인 즉 애 아빠들이 죽고 못하는 친한 친구인데 각기 결혼 한 후에도 자주 서로 왕래하며 가족끼리 다 친하게 지내다가 같이 살자고 둘이 의기 투합해 결국 한지붕 두가족이 되어 살고 있다고 했다. 그 생각만 하고 그림책을 휘리릭 넘길때 본 장면들이 그냥 집에 놀러온 아빠 친구인 줄만 알았지..

우리집 애들 아빠는 절대 자기는 동성연애자에 대한 편견이 없으며 그들을 싫어하지도 않는다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만에 하나 우리아이가 나중에 커서 남자친구라며 소개시키려 집에 데리고 오면 어쩔건데?"
"뭐시라? 당장 호적에서 파버리지. 그걸 말이라고 해?"

무엇보다 어린이용 그림책이 동성연애자들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충격이었다. 아이에게 읽게 하여야하나 말아야하나...

책의 내용 :

작년 어느날 엄마 아빠는 헤어지기로 하셨어요.
그리고 난 아빠를 따라 아빠 친구의 집으로 이사 갔어요.
그 둘은 같이 집안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면도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때마다 화해하곤 해요.
(여느 부부의 일상을 두 남자 하는 그림들이 계속 나옴)
아빠친구 프랭크는 나랑 같이 놀아주고
재미있는 얘기도 해주고
간식도 만들어 주고
책도 읽어주고
학교 숙제도 도와주고
나를 좋아해요.

주말이면 나는 엄마에게 가요.
엄마는 아빠와 프랭크가 Schwuch라고 말씀하셨어요.
난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엄마가 설명해 주었어요.
그런 다른 방식의 사랑이래요.
사랑은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구요.

아빠와 프랭크는 아주 행복해해요.
나두 그렇구요.

동성연애자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미리 그들에 대한 책을 보여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빌려온 책을 아이에게 읽지 말라고 하면 더 우스울 것 같아서 그냥 읽도록 내버려 두었다. 동성연애.. 글쎄... 내 이웃이나 내 담당의사나 우리동네 시장이 (실제로 베를린 시장은 게이다) , 백번 양보하여 아이 학교 선생이 동성연애자라면 난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애가 나중에 동성연애를 한다면? 정말 별로 생각해보고 싶지 않은 가정이다.

다음부턴 책의 내용도 잘 살펴보고 빌려와야지.
추천6

댓글목록

dobo님의 댓글

dob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림이 그려지네요. 아이와 함께 도서관엘 간다.... 참 부럽군요. 제 사무실과 집이 다른 도시여서 엄두도 못내는데... 여유를 가질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요. 그리고 정말 아이들이 외국에 가면 어른보다 스트레스 덜 받고 그곳의 언어가 되나요. 전 큰놈이 6학년 정도가 되어야 갈것 같은데 말이죠. 두렵네요.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들 성격나름이에요. 물런 언어는 어른보다야 훨씬 빨리 익히지만 받아들이는 속도나 새 환경에 대한 반응은 애 성격에 따라 크게 다르더군요. 제 주변을 둘러보면 사교적인 성격의 여자애들이 제일 수월하게 말을 익히는 것  같고 고집 센 남자애들이 힘들게 말을 익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어른이에요. 어제도 주변 엄마들이랑 그 얘길 했는데 접촉하는 사람들이 주로 한국사람이다보니 도통 독일어가 늘지도 않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장보러가서 쓰는 말이야 뻔한거고. 집에서 애들 TV를 못보게 한 뒤론 그나마 듣는 일도 없어 여전히 생소하다는... 저도 산이 낳고 독일어 코스를 쉬고 있는데 역시 독일어가 퇴보하고 있습니다.
 

낮에뜨는별님의 댓글

낮에뜨는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흠..  예전에 한국의 독일어선생님이 말씀하시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분의 자재분이 이곳을 들를까봐 감히 글은 못 올리겠습니다...  (독일 유학중이라고 하시더군요...  ^^)
함튼..  재미있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도서관은 그렇게 싼가요? 함북은 학생 아니라고, 50유로나 받던데... --;;;
흠흠...
dobo님 아이 걱정 마시길...  저희 학원에 중국여자애가 독일어배우러 등록을 하러왔는데....
자기는 이제 독일에서 1년반을 살아서 독일어를 잘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날은 테스트용 수강이었는데...  다른 학생들의 부러운 눈길과 함께 바로 학원 강사가
바로 중급으로 쫓아버렸습니다.. 허걱...  --;;
그만큰 언어 적응이 빠르다는 얘기겠죠....  아차 그 아이 나이를 말씀 안드렸네요...
독일 나이로 11살...  한국으로 하면 12살입니다...  그럼 초등학교 6학년이 되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낮에 뜨는 별님, 반가워요.

사실 말이 어린이도서관이지 일반 시립 도서관 한쪽 코너에 어린이 책 모아두고 사서 한명이 앉아 안내해 주는 것이 다 예요. 그 사서는 대출 업무는 안해요, 어른 책 빌리는 곳에서 긑이 빌립니다. 그리고 7세부터 16세까지는 공짜구요. 대학생, 아기 엄마, 아쭈비, 실업자는 5유로에요.
함북이 그렇게 비싸군요. 시재정이 구멍난 이곳도 곧 오르겠군요. (독일에서 가장 가난한 지방정부라는..)
.

mirakim님의 댓글

miraki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로주점님 글을 읽으면 십수년전 제가 독일에서 겪었던 기억들을 되새기게 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한국에도 요즘은 시립도서관들이 많이 생겨서 사정이 좀 나아졌어요.
아동도서들은 주당 3권을 빌려주고, 1회에 한해서 연장이 가능해 졌습니다.
처음엔 빨리 읽고 다시 빌려오고 싶은 마음에 3권을 하루에 읽어치웠던 적도 많았지만, 갈수록
나태해 지더군요. 사람 마음이 늘 그런것 같아요. 없을 때 더 갈구하는...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들락거릴 때가 가장 행복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자식들이 자라면 친구랑 같이 지낼 시간은 있어도 부모랑 같이 지낼 시간은 별로 없는것 같아요.
그것도 그럴것이 우리나라에는 청소년들이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이 별로 없는것 같아서... 요즘도 우리아이들은 어릴적 마인강가에서 오리먹이 주던 시절을 그리워 하며 가끔 옛날
사진들을 꺼내 보기도 한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어떻게 보면 무척 불쌍하고 측은해요. 학교에 가면 선생님께 pushing당하고
집에 오면 엄마에게 또 잔소리 듣고, 그 다음엔 또 학원으로 내몰리고...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의
자살율이 그렇게 높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목로주점님, 아이들이 어릴 때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도록 노력하세요.
그 아이들은 후일 같이 보낸 그 시간만큼 여유로움을 갖는 것처럼 생각이 되더군요.
어떤 주변분이 말씀하신것처럼 독일어를 잘 못하는 것 때문에 너무 신경쓰시지 않아도 될 겁니다.
제 경우를 예를 들면 365 Geschichtenbuch을 침대옆에 두고 잠들기 전 한 대목씩 만 읽어주었어요.
얼마후 큰 아이가 1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 담임 선생님이 면담을 하러 오라는 통지가 와서 찾아갔더니, 얼토당토 않게 제게 여쭤 보셨어요. 혹시 집에서 따로 독일어를 가르치느냐고...제가 의아해 하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시험지를 제게 보여주시면서 독일 아이들도 모르는 어휘시험을 우리아이만 만점을 맞았다는 거에요. 물론 1학년 전체라야 100명 정도 밖에 안되지만... 저도 좀 놀랐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늘 읽어주던 그 Geschichtenbuch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귀국하면서 우리말을 빨리 익히기 위해서 독일어를 일절 못하게 해서 그런지 이젠 독일어를
깡그리 다 잊어버리고 다시 해야 한다며 울상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올바른 교육을 시키는 건지 아직도 그 해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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