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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PEKiP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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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5,331회 작성일 05-03-05 19:48

본문

PEKiP은 Prager-Eltern- Kinder-Programm을 줄인 말. 체코 프라하의 한 소아의가 개발한 아기 프로그램이다.

정확한 이론과 발달 배경은 모르겠으나 아기와 엄마(또는 아빠)가 함께 참여하여 그룹으로 진행되는데 아기들의 행동발달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독일의 많은 엄마들이 해서가 아니라 3년 전, 낯선 독일로 처음 와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시간 죽이기가 당면과제였을 때, 큰애를 보낼 어린이 프로그램 찾았는데 그때 제일 많이 눈에 띈 것이 페킵이었다. 아무리 이름을 뜯어봐도 뭔지 모르겠고. 더우기 페킵은 참가대상이 만 1세 미만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 때부터 페킵이 뭔가 너무 궁금하였던 터라 산이 낳고는 한번 하려고 맘 먹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준비성 없는 나답게 차일피일 습관을 못 버려… 산후체조 교실 (Rueckbildung) 때도 늦게 신청하여 간댕간댕 간신히 자리 하나 얻었으면서도 이번에도 에구 에구-

진작부터 Rueckbildung 이 끝나면 PEKiP 을 시작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어느틈에 성탄절도 지나고 연말 휴가도 지나고 큰애의 1월의 겨울방학도 지나버렸다. 그러고 나니 2월 이었다. 벌써부터 집에서 제일 가까운 페킵이 어디인지는 알아두었기에 부랴 부랴 전화를 하였는데 마침 담당자가 휴가기간이다. 녹음기에 산이를 페킵에 보내고 싶다고 메모를 남겨두었더니 1주일 후 집으로 전화가 왔다.

"구텐 탁, 마르쿠스 교회 공동체 수탉(Hahn)입니다. 목로주점님 계신가요?"
"예, 전데요."
"페킵 때문에 전화하셨죠? 산이가 몇개월 째인가요?"
"이제 6개월인데요."
"그럼 7월생인가요?."
"네-"
"죄송해요, 프라우 목로주점. 지금 우리에게 댁의 아기에게 맞는 Gruppe가 없네요.페킵은 아기들 연령별로 묶어서 하거든요. 5,6,7개월 짜리 그룹은 벌써 시작하였는데 빈자리가 지금 없구요. 지금 새로 시작하는 그룹은 2-4개월 아기라 산이에게는 안 맞아요."

엥-? 머시라? 우리 산이를 보낼 자리가 없다구? 그렇게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인가? 하긴 뤽빌둥 체조교실에서 내 옆자리에 서서 열심히 따라하는 늘씬한 흑인 아줌마도 벌써 자기 아기를 이 교회 페킵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베이비 마사지도 하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저 그럼 혹시 주변에 추천해주실 만한 페킵이 있나요?"
"잠깐만요."

수탉여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일루 전화 한번 해보셔요."
하며 친절히도 한 페킵 강사의 전화번호를 주었다. 즉시 글루 전화를 했으나 역시 만원. 생후 6주-1년 이라구 참가 대상에 명시되어 있었기에 1년 이내 아무때나 하면 되는 줄 알았지 이렇게 모두들 미리미리 시작 하는 줄도 몰랐고 한번 시작한 그룹은 8회 내지10회의 한 코-스가 끝나면 재신청하여 그 그룹이 계속 유지되는 줄도 몰랐다.

산이 낳고 얼마 안되어 Gesundheitsamt에서 지역내 아기와 엄마를 위한 프로그램 리스트를 보내주었는데 그 안에 페킵도 있었다. 의료보험회사에서 대납해주는 뤽빌둥과는 달리 페킵은 자비부담으로 그 비용은 대략 70유로 전후. 그 리스트를 찾아와서 전화기 앞에 앉아 하나 하나 죄다 전화를 돌리고 나서 겨우 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 그것도 이미 진행 중인 코스로 마침 한 엄마가 직장 복귀하며 중간에 나가서 자리가 빈 거라며 10회 코스 중 인데 벌써 4번을 했는데 지금이라도 들어올려면 그렇게 하라고 해서 서둘러 신청을 하였다.

전화를 끊고 찬찬히 앉아 그 곳 주소를 지도에서 찾아보니 집에서 꽤 멀다. 그러나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인가? 더우기 산이는 행동발달이 느려서 그런 아기 그룹에 참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침내 페킵 할 날이 되어 서둘러 그 곳에 가보니 베를린 자유대 근처 한 교회의 지역 주민 교육 센터인데 복도에는 근엄한 표정을 한 역대 목사님들의 초상화가(주홍글씨 영화에서 목사님이 입었던 그런 복장을 하고)쭉 걸려있다. 1층은 유치원이고 2층이 주민 복지관. 그 중 한 방에서 벌써 엄마랑 아기랑 모여 있다. 그 동네가 베를린에서 손꼽히는 부촌이어선가? 엄마들 차림새가 여느 베를린 여자들 답지않게 '용모단정'이다. 입식생활에 익숙한 독일 여자들은 방바닥에 잘 못 앉을 줄 알았는데 날씬한 이 엄마들은 모두 90분 동안 잘 앉아있다.

페킵의 원칙은 아기들이 완전 나체로 (기저귀도 없이) 자유로이 움직이도록 놔두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에서는 온풍기를 2개나 틀어놓고 단열 매트를 바닥에 깔아 놓아음에도 Fussbodenheizung이 아니란 이유로 엄마들이 아기 옷 벗기기를 거부하여 대부분 아기들이 다 옷을 입고 있다. 아기들은 내복으로 여기서 Body라고 부르는 여자 체조 선수복 같은 웃도리에 (물런 밑은 똑딱단추로 여미어져 쉽게 풀고 기저귀를 갈 수 있다) 아래도리는 우리가 '타이즈'라고 부르는 두꺼운 아이 스타킹인 Strumpfhose를 입고 있다. 우리 산이는 위 아래가 떨어진 보통 한국 내복을 입고 있었다. 양말을 따로 신겨야 하는데 발버둥을 치면 잘 벗겨 져서 아예 거기서는 맨발로 두었다. 그런데 거기 엄마들은 타이즈 위로 또 하나의 양말을 신기고 있다. 한 용감한 엄마는 자기도 나시만 입고서 아기를 몽땅 벗겼는데 30분쯤 지나자 안되겠는지 양말을 신겼다. 기저귀는 안차도 양말은 꼭! 독일인의 겨울철 의복착용 수칙 1조다.

아기들은 5월-7월생으로 모두 산이 또래지만 산이처럼 뒤통수 바닥에 대고 있는 아기는 아무도 없다. 역시 산이 체구가 제일 크다. 기어다니는 아기가 2명, 잡고 일어서는 아기도 1명, 나머지도 모두 자유로이 앞뒤로 뒤집으며 배밀이를 하고 돌아다닌다. 강사는 행동발달이 제일 떨어지는 산이에게 유독 신경을많이 써준다. 끈달린 비치볼을 가져다 산이 앞에서 대롱대롱 들고 있으니 산이가 냉큼 손과 발로 그걸 잡으려 든다. 서커스단의 곡예사처럼 마치 누워서 손발로 공을 굴리는 자세가 되었다. 아무리 종 달린 양말을 신겨도 다리를 처들고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았는데 산이가 무척 비치볼이 맘에 들었나 보다.

페킵을 시작한 후 나는 목욕 후에 시키던 '내맘대로유아체조' 생략해 버렸다. 그 대신 이 겨울철엔 좀 과감하지만 벗긴채 그냥 제 침대에, 또는 방바닥에 담요 깔고 혼자 눞여둔다. 산이는 나름대로 용을 써가며 몸을 최대한도로 움직여 보는데 그것이 더 산이에게 필요할 것 같았다. 이제는 제 발가락에도 손이 닿는다. 뱃 살도 조금 줄어든 듯.

그리고 마침내 어제, 페킵강사가 지금 산이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준대로 정말 엎어진 상태에서 '탁'하고 다시 바로 뒤집었다. 지난번 페킵 때 다른 아기들이 마구 돌아다니며 손을 뻗어 산이가 집으려고 하는 장난감들을 죄다 먼저 가져가 버린 것에 자극을 받았나보다. 그후 매일 용을 쓰며 바로 뒤집기를 시도하더니 어제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즉시 산이는 몸을 뒤집고, 또 뒤집고, 또 뒤집고, 또 뒤집고,, 이렇게 데굴 데굴 굴러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갔다.

이런! 바닥 청소도 안하여 방 구석 구석에 먼지가 쌓여 있었는데 효자 산이가 자기 몸으로 정성껏 걸레질을 대신해 주었다.

산아, 엄마가 얼른 방 닦아 줄테니 다시 한번 잘 굴러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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