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길들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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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781회 작성일 05-02-12 01:00본문
새로 구입한 리코더에 기름칠을 했다.
내 책상 위에 도열한 이 녀석들은
기름칠에 필요한 도구들과 내가 길들이기로 결심한 덴너 모델 알토 리코더이다.
기름은 아몬드 기름이 좋다고 했던가?
표면도 반질반질, 안쪽도 반질반질.
고운 수건으로 발라주는 부분도 있고
기름이 닿아서는 안 되는 부분도 있고
가는 붓으로 얇게 발라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기름도 발라주고 습기로 막히는 곳도 뚫어주고,
하루에 20분씩 매일같이 꾸준히 연습해주고,
연습 후에는 반드시 잘 닦아서 건조시켜준다.
하루도 빠짐없이 20분씩 불어주어야 하는 이유는
꾸준히 습기를 제공해주고 또 건조시키는 것을 반복하면서
악기를 길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 호흡과 숨결과 체온으로 생명의 습기를 불어넣어준다는 점에서
나무 관악기는 감동적이다.
세심한 보호를 요구하는 내 악기,
마치 아기나 애완동물 같다.
그런데 내 악기는 잘 아프지도 않을 거고 죽지도 않을 거고
혹 내가 죽더라도 슬퍼하지도 않을 거고
결코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면서도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음이 놓인다.
내가 잘 보살펴줄게.
추천23
댓글목록
*soo*님의 댓글
*so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저도 관악기를 하지만, 이런 시각에서 보니 왠지 더 사랑스럽네요.
지원님 사랑으로 길이 잘 들은 악기 연주를 꼭 한 번 듣고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지원님의 댓글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고맙습니다. 저는 음악 전공자는 아니라서 부끄럽네요. 그냥 관악기를 좋아하고 관악기 곡들을 좋아하고 관악기 연주자들을 좋아하는 사람. ^^
인구슬님의 댓글
인구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멋지당... 님.. 정말 멋진분인것 같아요 ㅎㅎㅎㅎ
리코더에서 따듯한 소리가 들려올것 같아요 *^^*
낮에뜨는별님의 댓글
낮에뜨는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악기는 그러한 방법으로 길들이는 군요...
님의 글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잘 길들이셔서 풍부하고, 좋은 소리를 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