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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겨울과 눈, 죽음과 생명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007회 작성일 05-01-29 19:09

본문

schnee.jpg


눈 많이 오는 날 라이프치히 필립 로젠탈 기숙사 뒷길.

올해는 눈이 안 오나 했더니 늦게야 이렇게 눈이 많이 오네요.

내 책상 앞은 벽면 전체가 창문이라,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거나 침대에 누워서 창 밖으로 함박눈 오는 것을 바라보았어요.

보글보글 물을 끓이고,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부르는 브람스 가곡 음반을 올려놓고...



schnee01.jpg


눈이 이렇게나 많이 왔습니다.
이 와중에 이런 자전거 타고 다니는 독일 사람들 대단하죠.



wohn01-1.jpg


우리 기숙사입니다.
지난 5월, 한 때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그 자리에...



wohn02-2.jpg


...바로 그 자리에 이렇게 흐드러지게 눈꽃이 피었습니다.

죽음의 계절이라 불리는 겨울의 한 가운데,
죽은 듯한 가지 위에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같은 흔적이 싹을 틔웁니다.

사실 오늘은 우연찮게 며칠 전 빌려온 브람스 가곡 음반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두 곡의 자장가(Wiegenlied와 Geistliches Wiegenlied) 가사를 음미하다
약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어린 아이를 위한 달콤한 레퀴엠'같이 들렸다고 할까요.
달콤하고 사랑스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둔 그림자가 베어든 곡조.

이 두 곡 모두 가사를 민요에서 일부 취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브람스의 자장가
'Guten Abend, gut Nacht'의 1절은 '소년의 마법 뿔피리'에서 가사를 취한 것이었습니다.

클레멘스 브렌타노와 아힘 폰 아르님이 수집한
'소년의 마법 뿔피리' 독일 민요시들 중에는
어린아이의 죽음을 비롯하여 팍팍한 삶의 진실을 다룬 내용이 많습니다.
단순하고 천진한 어조로 소스라칠만한 내용의 현실을 담담히 노래하고 있죠.

이 곡 1절의 가사는 이렇게 끝맸습니다.

-Morgen früh, wenn Gott will,
-Wirst du wieder geweckt.

-아침 일찍, 하나님이 뜻하신다면,
-너 다시 깨어나리라.


잠은 흔히 죽음에 비유되곤 합니다.
갓 태어난 생명의 잠.
이 노래에서는, 아이가 어쩌면 하나님의 뜻에 따라
그 잠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정합니다.

브람스의 자장가들은
아이를 잠 재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잠든 아이에게 좋은 꿈을 꾸라고 노래합니다.

Guten Abend, gut Nacht,
이 곡은 첫 소절부터 gut Nacht라고 작별을 고합니다.

그리고 꿈 속에서는 하늘나라와 천국,
즉 순결한 영혼이 닿는, 그 영원한 세계를 누리라고 노래합니다.
지상의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달콤한 안식을 누리라고 노래합니다.

Geistliches Wiegenlied의 3절 내용은 이렇습니다.

-Der Himmelsknabe
-Duldet Beschwerde,
-Ach, wie so müd' er ward
-Vom Leid der Erde.
-Ach, nun im Schlaf ihm
-Leise gesänftigt
-Die Qual zerrinnt.

-천상에서 온 소년
-고난을 참아낸다.
-아, 지상의 고통에
-그는 얼마나 지쳐왔나.
-아, 이제 잠 속에서
-고통은 고요히 스러지고
-괴로움은 녹아내린다.


독일의 아름다운 묘지들, Friedhof, 즉 '안식의 뜰'을 거닐다보면
역시 이런 죽음에의 동경이 느껴지곤 합니다. 죽음, 잠, 안식...

죽음의 계절, 하늘에서 내려온 탐스러운 눈송이들이 지상에서 생명처럼 꽃 피우던 날,
브람스의 자장가 속에서 잠과 죽음, 죽음과 생명, 삶과 죽음을 듣습니다.
추천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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