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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잘생긴 미하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가을이름으로 검색 댓글 1건 조회 5,432회 작성일 02-08-28 13:41

본문

딸아이는 이제 열살이다.
가슴에 몽우리가 돋아나기 시작하는 나이의  아이는 거의 매일 순정만화와 공포만화를 빌려다 보고 있다. 나는 방치한다. 오히려 어서 빨리 보고 엄마도 보여 줘, 하고 부탁한다. 울 엄마는 만화보고 있으면 공부안하고 쓸데 없는데 정신 쓴다고 화내곤 하셨기 때문에 난 남들처럼 만화를  보지 못했었다. 10대에 읽었어야할(?) 만화를 이제야 보고 만족감을 얻는다. 새벽까지 거실에 길게 엎드려 만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지나가며 혀를 끌끌 찬다. 앤지 어른인지 원....하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난 깊이 몰입한다.

잘생긴 남자주인공이 비실재하는 인물이라는 걸 모를 만큼 순진한 나이는 아니지만  만화는 티브이나 영화와는 달리 환상을 불러 일으키고 가슴 한 켠에 작은 바다를 만든다.

난 순정만화의 전형적인 남자주인공들을 닮은 한 남자애를 알고 있었다. 그는 미하엘이라 쓴 명패를  붙여둔, 기숙사의 옆방 아이였다. 아이?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 그는 큰 키와 갸름한 얼굴선과 긴 다리와 깊은 눈동자와 시니컬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그대들이 10대때 순정만화를 보았었다면 그 멋져 보이게 그려졌던 남자주인공의 이미지를 생각해낸다면 바로 딱일 것이다.
그는 기숙사 동료들과 친하지 않았다. 아주 조용했고  그냥 이가 보이지 않게 미소하는 것으로 누구에게든 인사를 대신했다.  
그런 그의 방문자는 딱 한사람이었다. 나치병정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의 또래청년이었는데,  아주 차가운 표정과 짧은 머리카락에 얼굴 절반을 나눠 긴 홍반이 있었다. 부엌에서 저녁에 그 청년과 맞부딪히게 되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만큼 그는  무섭게 보였는데 그건 그가 갖고 있던 홍반과 나치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떻든 나는 잘생기고 멋진 미하엘이 또래 아가씨들과 부엌 소파에 앉아 키스하는 대신 나치 이미지의 청년과 석양의 해를 바라보며 나즉나즉 이야기하고,  아침의 모닝커피를 함께 마시며 그에게만 이를 드러내고 웃는게 기이했다.
어느 날, 그가 우리 모두에게 거의 처음으로 인사를 한다. 다른 대학으로 간다는 이별의 인사였다. 다음 날 그의 그 친구가 와서 이삿짐이랄것도 없는 미하엘의 짐꾸러미를 함께 챙겨 나갔다...

나는 나탈리(프랑스 여학생)에게 잘생긴 그의 얼굴 보는 재미를 잃게 되었다고 섭섭해하며 왜 그렇게 잘생긴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없었을까 궁금하다고 뒷방아를 찧었다. 함께 앉아 커피 마시던 크리스티안과 나탈리는 놀라며 묻는다. 넌 그럼 여태 몰랐었냐? 갠 동성연애자잖아.  에잉? 정말?
도대체 왜 잘생긴 남자는 거의 다 동성연애자일까... 나탈리가 나즉히 한숨쉰다. 자기가 학교 다닐때 좋아했던 인기 많던 남자애도 그랬다는 것이다.

동성애에 대해 뭐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잘생긴 만화의 주인공을 볼때 그가 생각난다는 것이다. 뭔가 우리와는 다르게 보여 신비롭게 까지 보이던 이유가 단지 그 이유였을 뿐일까 가끔은 새삼스럽게 궁금해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추천7

댓글목록

yicandy님의 댓글

yicandy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멋지십니다
좋은글 잘읽었구요 제겐 유학준비하면서도 너무 무섭기만한 독일이
조금 덜(?) 무서워 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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