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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독일서 만난 사람들] 두번째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흰돌이름으로 검색 댓글 5건 조회 4,677회 작성일 02-07-28 04:08

본문

글쓴 날짜: 2002/4/15(월)

그 동안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 뜸을 좀 들이다 이제사 [독일서 만난 사람들] 두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부하건데 특별한 만남이나 별난 이야기를 하기위해 이런 글 쓰는게 아님을 먼저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마음 따뜻한 기억들이기에 그냥 묻어두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 이야기도 독일 온지 얼마지나지 않아서 만난 사람에 관한 것이다. 은행 구좌를 개설하러 동네 은행으로 갔다. 두리번 두리번.. 누군가 나와 눈이 마주쳐주길 바라며 어정쩡하게 촌스런티를 좀 내고 있으니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누군가 재빨리 다가와서는 용건을 물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야기가 좀 길어지고 번거로운 확인 절차도 더 있을것 같으면 간혹 이런 어수룩한 재스처를 사용하곤 한다. 그러면 시간낭비하지 않고 책임있는 담당자를 바로 대면할 가능성이 많은것 같다.

독일은행의 내부 구조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는 고객들과 은행 직원들의 근무 공간이 완전히 분리가 되어 창구를 통해서만 대화가 가능한 폐쇄적인 구조인데 반해, 이곳의 공간 배치는 자유롭다. 물론 일반고객들의 입출금이나 공과금 납입 등을 위한 창구는 따로 있지만, 그 이외의 작업 공간은 창구와는 별개로 배치되어 있어 고객이 쉽게 접근하고 대화가 가능한 개방적 구조이다.

구좌개설을 위해 왔다고 하니 기대대로 일반 창구가 아닌 담당자의 데스크로 안내해 주었다.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어투로 이런저런 안내해 주던 직원이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며 자리를 비웠다.

잠시후 누군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안녕하세요?"라는 서울말씨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동네가 크지도 않을 뿐더러 외국인들도 거의 보기 힘든 곳이라 갑작스런 한국말에 상당히 놀랐었다.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독일인 아주머니는 다시 "서울에서 오셨어요?"라고 묻는다. 물론 발음은 어눌하고 서툴다. 이 아주머니가 독일서 만난 사람들의 두번째 주인공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88올림픽때부터 서울에서 3년을 살다고 오신 분이다. 남편은 한독상공회의소에서 근무했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 난 은행 갈때마다 이 아줌마의 우리말 솜씨를 듣곤한다. 거의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많이 잊어버린것 같다. 돈을 셀때면 일부러 우리말로 하나, 둘, 셋... 그리곤 아홉을 빼먹고 열로 넘어가버려 다시 세곤한다. 언젠가는 자신이 보던 독한사전을 건네며 이젠 필요가 없다며 가지란다. 덕분에 이것은 연구실 책장에 꽂아놓고 가끔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얼마전엔 집부근의 대형매장으로 가족과 함께 장보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 집사람과 아이들은 처음 대면하게 되었다. 두 개구장이 아들들을 보더니 자신은 다 자란 딸만 둘이 있다고 한다. 한국 생활하면서 먹던 김밥을 잊지 못해 요즘도 딸들 때문에 김밥을 말고 있다는 말이 신기하게 들린다. 어디서 김이며 재료를 구하냐고 물어니, 한국식품점 아니더라도 구할 수 있는 가까운 아시아 식품점이 있다며 자세한 정보까지 주었다.

그러고보니 독일 오기전 김밥을 열심히도 먹었다는 기억이 난다. 집부근에 김가(金家)네 분점이 있어 나체김밥(김을 거꾸로 말아 밥알이 바깥으로 나온것), 못난이김밥(소고기와 김가루로 버무린 고소한 주먹김밥), 김치깁밥, 샐러드 김밥, 모듬김밥(영양가 캡), 등 지나가다가 하나씩, 밥하기 귀찮을때 하나씩, 어디 멀리 갈때 차에서 먹을려고 하나씩... 라면이나 오뎅하고 곁들이면 사망입니다. 쩝~

요즈음에야 독일생활에 많이 적응되었고, 한번씩 멀리 여행갔다 오면 그래도 집이 좋다고 느낄정도로 친숙해졌지만, 모든것이 낯설기만 했던 얼마전까지는 계절이 바뀌는것 마저도 상념에 잠기게 하였다. 그럴때면 은행 창구에서 반갑게 맞아주던 푸근한 서울 아줌마의 미소가 약이되곤 하였다.

추천5

댓글목록

뽀나님의 댓글

뽀나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근데요, 누드김밥을 나체김밥이라고 하는사람은 흰돌님이 처음 입니다. 히히 아.. 김밥이 먹고 싶어욧!!!!!! [04/15-23:50]

silbie님의 댓글

silbie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안녕하십니까,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흰돌님의 글은 전에 읽은적이 있는데...
가슴 뭉클해 졌습니다. 흰돌님글을 읽고서... 제각기 평생을 가슴에 끌어안고 살아야 할 고민이 있다는 것 아는데 왜이리 님글을 읽고나니 마음이 무거워 질까요.
님께서 링크해놓은 사진모음 사이트 들어가 봤습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한 장소에 눈을 고정시키고서 그 풍경을 담아냈을지를 생각하니, 제가 그 사진을 찍은양 가슴이 벅차올랐답니다. 자주자주 들러야 겠습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반푼수님의 댓글

반푼수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 이름도 아릿따운 흰돌님! 흰돌님을 칼럼에서 뵙게되니 저에게 멋진 주말이 되어줄것같습니다. 님의 글이 좋아서 두번 거듭 읽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요. 사노라면 우리곁을 무심히 스쳐가는 이들도 많지만 가슴에 남아 가끔 가끔 그 추억을 꺼내어보게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추억들은 목 마른 우리 삶에 오아시스가 되어주지요. 그리고 자식교육에 대해서는 저도 진즉부터 한번 다뤄보고 싶은 테마입니다, 님이 들어오시니 칼럼이 환하게 빛이 납니다. 오늘 날씨처럼요. 앞으로 자주 봅기 빌면서,,, 반푼수 드림.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어디에 올려야 할지 몰라서 그냥 여기 올려봅니다. 주인장께서 알아서 제자리 찾아주시던지 알아서 처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어 부리나케 칼럼게시판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10년, 100년후에 베리를 방문할 사람도 님의 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뒤늦게 대처한거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부담갖지 마시고 계속 지금 템포로 쓰고 싶을 때 쓰시면 됩니다. 아마 다른 많은 분들이 거들어 주실겁니다.  2002/07/28

흰돌님의 댓글

흰돌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운영자님의 배려에 너무 감사할 따르지만, 저의 경험과 글솜씨가 미천하여 어찌할바를 모르겠습니다. 전 이곳의 다른 많은 게시판에 올릴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너무 기라성같은 분들이 많아 감히 저의 자리를 찾지못하고 방황할 따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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