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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독일여행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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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자이름으로 검색 조회 5,252회 작성일 01-09-04 22:46

본문

암스테르담에서 독일로 들어가는 여름 한낮의 기차는 유럽을 떠돌아다니는 여행자들의 흥분으로 술렁거렸다. 포루투칼과 스페인, 홀란드(내가 만난 네덜란드인 모두 자기나라를 홀란드라고 했는데 나는 폴란드로 알아듣고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어쩌구, 영화학교가 어쩌구 하면서 아는척을 했다),미국얘들이 영어로 떠들어 대는 객석안에서 난, 영국에서 들른 그 어떤 박물관보다 더 큰 감흥을 준, 고흐뮤지엄을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고흐의 외로운 인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처음 본 그의 후기그림들, 과수나무들을 그린 그림들의 쓸쓸함과 너무나 잘 지어놓은 박물관 건물, 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어 한번도 본적도 없고, 본적은 커녕 이제껏 별관심조차 없었던 고흐라는 인물에 대한 연민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디 가난한 화가라도 발굴해서 도와줘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뻗치고 있을때 그 흥분된 기차는 퀼른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독일이다. 기차가 국경을 넘은지는 꽤 되었겠지만 그 지독히도 불쌍한 화가 생각으로 독일입성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채 독일땅을 밟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독일은 그저 쉬어가는 곳으로 설정했다. 산책이나 하면서 며칠뒤 가게될 동구유럽을 기대하면서 마음을 다지는 곳으로... 독일, 어릴적 삼촌과 숙모가 내게 보내주셨던 불빛 찬란한 교회가 있는 성탄절 카드와 아버지몫이였던 너무 좋아보였던 전지용가위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 나이든 제자가 배낭여행간다니깐 독일에서 공부하신 지도교수는 1시간이 넘게 독일어까지 가르쳐주면서 안내해 주셨지만 나는 그저 건성으로 흘리고 있었다. 그만큼 난 독일에 대해서는 기대도 설램도 없이 무덤덤했다.

대성당은 고질라였다.
퀼른역을 서성이다 우연히 고개들었을 때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유리창을 통해 본 그 유명한 대성당이 미안한 얘기긴 하지만 고질라인줄 알았다. 건물이라는 것이 이럴수도 있구나. 검은 형체에 비까지 내려서인지 그것은 마치 움직이고 싶지만 큰 몸집때문에 꼼짝달싹 못하는 거대한 공룡같았다.
숙소를 구해야 했기에 안에 들어갈 시간이 없었으며 다음날도 난 그저 그 대성당앞의 넓은 광장만 왔다갔다했지 차마 그 안을 들여다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누군가는 퀼른대성당의 검고 거대한 외형과 아름다운 스탠딩글라스로 꾸면진 내부를 보고나면 겉은 차갑지만 속내깊은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라고 했지만 공룡같은 대성당의 안으로 들어갈 마음은 퀼른을 떠날때까지 생기지 않았다.

케테 콜비츠, 그녀에게서 힘을 얻다.
퀼른에서의 이튿날, 나는 괘 굵은 비가 옴에도 중앙역앞의 숙소에서 출발해 내내 그 공룡을 등뒤에 두고 다운타운을 걷고 있었다. 케테 콜비츠미술관은 시내를 조금 벗어난 시장거리안에 있었는데 학용품가게며, 주방용품가게, 서점 같은 것이 주변에 있어 문 열때까지 구경하기에 좋았다. 미술관에 들어서자 마자 친절한 안내인 두분이 맞아주었으며 향기좋은 커피까지 한잔 얻어마실수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는 미술관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난 그녀의 작품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작품은 소개가 없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그녀의 작품중 아주 일부분을 이용했으며 그래서 그녀에 대해 많은 부분을 오해하도록 아니 오해라기 보다는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난 다른 미술관과 박물관을 포기하기로 하고 그냥 그녀의 미술관에서 몇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익숙함때문일까? 그녀의 그 수많은 작품들중에서도 여전히 초기작품 투쟁하는 노동자를 그린 판화와 목탄화에 자꾸 눈이 갔고 그녀의 그런 그림들을 보면서 난 트리어 행을 결심하고 있었다. 숙소에서 만난 젊은 독일얘들에게 트리어에 대해 물었지만 속시원한 정보는 얻을 수가 없었다. 그저 퀼른에서 가는 기차가 있다는 거 말고는 아무 대책이 없는 상태였지만 웬지 꼭 가야 할 것만 같은 곳, 트리어. 난 후배들을 생각하면서 콜비츠의 자화상이 실린 엽서를 종류별로 다 사고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미술관을 다시한번 천천히 둘러보고 나왔다. 그녀가 나를 그 낯설고 두려운 땅, 트리어로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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