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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Re..독일에 온 붉은 악마,그리고 터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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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이름으로 검색 02-03-29 00:41 조회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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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즐기기 위해 일한다"라고 언젠가 이탈리아의 前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이었던 아리고 사키가 말했던 적이 있다. 자신이 지도한 팀이 상대 팀을 이겼다 하더라도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했을 때, 비록 패배하긴 했으나 관중에게 재미를 선사한 게임보다 못 하다는 말이었다. 승리와 패배로만 코드화된 스포츠 경기를 다른 맥락의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킨 멋진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 스포츠 미론가美論家, 사키처럼 어느 한 팀의 승리와 패배에 관심 없이 이곳에서 분데스리가의 축구를 즐겁게 감상했던 교포, 유학생들이 꽤 많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어젯밤에 벌어진 한국 과 터키의 축구 국가 대표팀의 경기만큼 신나게 갈채를 보냈던 때가 있었을까?

사실 한 골의 득점도 없이 무승부로 종료한 한국과 터키의 이번 축구 시합 자체가 그렇게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날 우리들이 경험한 즐거움과 아낌없이 보냈던 갈채는 승리의 여부나 경기의 내용도 아닌 또 다른 곳에 있었는지 모른다. 보훔의 루어 스타디움을 매운 전체 21675명의 관중들 중에 2만 가까이 되던 터키인들의, 홈경기를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목이 쉬도록 풀어대던 우리 한국 응원단의 신명, 개인기와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전후반을 끊임없이 민첩하게 움직이던 우리 선수들의 성실함과 철저한 밀착 방어에도 특별히 거친 반응 없이 끝까지 페어 플레이를 보여준 터키 선수들의 태도에 대한 아낌없는 박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경기가 끝난 후, 미리 준비해 온 빗자루로 주변을 청소하던 우리 응원단들의 모습, 그리고 경기장 밖의 곳곳에서 양쪽 응원단들이 함께 어우러져 즉흥적으로 벌인 우호의 놀이마당...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향해 쏟아진 갈채는 그 어떤 승리를 기리는 박수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일 수 있다.

스포츠 제전에 있어서 '아름다운 승리'야 더 할 나위 없이 이상적이긴 하다. 그러나 때론 광적인 집착으로 이뤄진 '추한 승리' 보다는 '아름다운 패배'가 더 뜻 깊을 수 있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지난번 동계 올림픽에서 주최국인 미국이 취한 몇 가지의 한심스런 작태에 대해 크게 실망한 바 있다. 실추된 스포츠 정신이 다시금 정상적으로 회복되길 기대하는 그들의 이목이 머지 않아 개최될 월드컵 축구 대회로 집중될 것이다.






'80.133.40.159'자유로니: 드디어 말씀하신 글이 떴군요.  잘 읽었습니다.   [03/29-01:05]
'80.133.40.159'자유로니: 나는 터키친구들이 경기장 바깥에서 한국대표단버스에 환호해주고 코리아를 외쳐주던 모습을 참 기분좋게 기억합니다.  [03/29-01:06]
'80.133.40.159'자유로니: 현재 히딩크 감독 밑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축구선수들이 이제 적어도 축구를 즐기게 됐다는 기사를 한겨레에서 접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계속 그렇게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또 국민들이 그럴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주어야겠죠. 승부에 졌다고 일거에 매도하는 것보다 그게 훨씬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유익하고 의의있는 일같습니다.  [03/29-01:13]
'80.135.148.201'동감: 저도 그래요.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03/29-01:22]
'80.135.148.201'동감: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님의 바램에도 동감합니다.그런 조건이 성숙되지는 않고, 오직 좋은 성적만을 요구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같죠.   [03/29-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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