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뉴욕에서는 UN연례 정기총회가 벌어지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여수상은 기후변동에 대한 보다 더 효과적인 대책을 호소했으며 미국 대통령 부쉬는 미안마르(버어마) 군사정부에 경고를 보내며 ‘독재자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미션’을 다시금 입에 담으며 총회연설에서 전파했다. 베네주엘라 대통령 샤바즈가 이러한 미국을 향해 작년에 이어 세찬 비판을 던질 시간이 다가오며 있으며 이란의 대통령 아마디네드샤드는 이미 미국을 향해 신랄한 독설을 뿜어댔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이러한 공방전 속 한 가운데에 서 있다. 더군다나 사무총장으로서 한 쪽으로 치우친 행동은 금물이다. 그러다 보니 각국의 이해관계들 속에서 어느 정도 형평을 유지하며 중립적 위치에 선 중재자의 모습을 보이는가에 따라 사무총장의 능력이 평가되기도 한다. 독일 최대의 일간지 쥐드도이췌 신문은 어제(070925) 삼면에 실은 르뽀 형식의 꽤 긴 기사를 통해 반총장에게 좋은 점수를 매겼다. 처음 임기 시작 시기에 사형제도에 대한 반총장의 발언 등에 대해 적지 않는 비판을 받았고, 무엇보다도 미국에 대한 편향된 모습을 보인다며 불평불만의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지난 구개월간 보여준 사무총장으로서 일처리에 대한 종합적 평가는 꽤 긍정적이라는 이 신문의 평이다.

전임자인 코피 아난과 심심찮게 비교가 되곤 하는데, 코피 아난이 우아한 모습과 때론 공개석상에서 미국을 향해 직접적인 비판을 입에 담는 모습과는 달리 반기문은 앞에 나서기를 꺼리며 소위 막후에서 조용히 허나 집요하게 일을 하는 형이라고 보도한다. 달리 말하자면 코피 아난이 ‘공공외교’를 추진했다면 반기문은 그와 달리 ‘사적외교’를 추진했다고 비유한다. 그 한 성공적 예로 수단의 다푸르 지역 사태 해결을 위한 유엔군 주둔을 성사시켰음을 꼽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반기문은 수단의 독재자와 몇 차례에 걸쳐 협상을 치루었다 한다. 반기문은 이 사태 해결을 자신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막후교섭의 집요한 일처리 모습에 제삼세계 유엔대사들의 대표격인 역할을 맡고 있는 파키스탄 유엔 대사 또한 처음에 보였던 반기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고치게 되었다 한다. 사무총장 이전에 외교관으로서 들었던 ‘미꾸라지’라는 별명이 ‘여우’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들릴 정도다.

반기문 스스로 기자에게 “한국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참을성이 강하고 집요한 성격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다. 이 말에는 허나 내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다. ‘빨리 빨리’로 대표되는 이즈음 한국사람들의 전형적 모습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옳기를 바라는 마음은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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