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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포 영화와 음대 입학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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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6-13 00:29 조회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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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시절쯤인가, 티브이에서 우연히 한 귀신 영화를 보았다. 영국 지방의 한 아름다운 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원래 아동용이라고는 하지만 몇몇 장면이 너무나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건반이 저절로 움직이는 그랜드 피아노였다. 그 저택의 거실에서 밤만 되면 어둠 속에서 갑자기 피아노의 건반이 움직이는 장면이 너무나 무서웠다. 


성장하면서 기술의 발달과 함께 실제로 이런 피아노가 여기저기 등장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늘 어릴 때 그 영화 속의 장면이 연상되었다. 


대학생 때, 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옆에 있던 피아노에서 갑자기 소리가 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연주자는 없고 건반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 이것도 인건비를 줄이는 한 방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동시에 머릿속에는 또 그 어렸을 때 본 귀신 영화가 떠올랐다. 


기술은 더욱 발달했다. 지구 반대편 미국 도시에서 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위성을 통해 유럽의 어느 도시 연주회장에 전해져 그곳에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고, 덕분에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연주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음대 입학시험을 앞둔 외국인 지원자들이 독일로 못 오고 있다. 그래서 입학시험도 이렇게 치른다고 한다. 지원자는 지구 반대편 동경에서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고, 인터넷 연결을 통해 동시에 프라이부르크 음대 입학시험장에 서 있는 피아노의 건반이 움직인다.   


독일 언론 기사에서 한 지원자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곡으로 시작했다고 쓰고 있다. 바흐 당시에 누가 바흐에게 몇백 년 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설명을 했다면 바흐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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