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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현실을 보여주는 독일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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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호이름으로 검색 02-03-21 09:26 조회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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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 근처에 시립도서관Stadtbuecherei이 있어서 한달에 한번씩은 아이들과 함께 들러 동화책을 빌어다 보곤 한다. 따로 대여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회비(10 DM) 가 있기는 한데 그것도 학생이라는 신분 덕에 면제를 받고 있으니 참 좋은 사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시립도서관을 떠올려 꽤 큰 공간과 공부할 책상들이 있으려니 생각하면서 처음 도서관에 갔을 때 받았던 첫인상은 실망에 가까왔다. 도서관은 채 100평도 안되는 크기였고, 칸막이가 되어있는 책상은 없고 다만 신문 등을 읽을 넓은 공동 책상이 몇개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아이들 장난감이 쌓여있기도 했다. "아하, 아이들 동화책이나 대중적인 소설들을 빌려주는 책대여소라고 봐야겠구나"

  내가 사는 도시가 아주 작은 도시( 쾰른 남쪽의 작은 위성도시  Huerth)라서 그런 것 같기는 하다. 굵은 책들을 잔뜩 들고 가서 한참동안 공부를 할 그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아이들이 나무목마를 타고 놀기도 하고, 장난감 기차길을 만들기도 하는 곳이었다.

  내가 경험한 모든 독일 도서관이 그렇듯이 그 도서관에서도 대출할 책 권수에는 제한이 없고, 대출기간은 한 달이다. 수요를 따라서 그렇게 갖추어놓았는지, 그림동화책이 아주 많다. 내가 철학을 공부하다보니 궁금해 철학책들도 찾아보았는데, 칸트의 책은 순수이성비판이 한권 있는데, 니이체의 책은 꽤 여러 종류가 있다. 역시 수요에 맞춘 공급으로 보였다.


2.
  동화책을 빌어오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읽곤 한다. 아내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이곳 동화책은 우리나라의 동화책보다 훨씬 다채롭다. 어떤 책을 읽다보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까지 든다:

"이 얘기를 그대로 어른들의 말로 옮기면 아주 좋은 단편소설이 되겠다."

우리나라 동화책에 흔치않게 등장하는 허무맹랑함이 여기 동화책에는 드믄 편이다. 반면에 허무맹랑한 얘기가 있으면, 정말로 독특하게 허무맹랑해서 초현실주의 예술품을 대하는 신선함을 준다.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동화책이 잘 빠지는 함정인 '도덕적교훈'이 여기 동화책에는 아주 잘 절제되어있다. 몇달쯤 전에 아이와 함께 읽은 동화를 간단히 줄거리만 소개해볼까 한다:

  아빠와 함께 사는 여자아이  Julia는 어느날, 집이 싫어져서 신문에 "제가 함께 살 가족을 구합니다"라는 광고를 내 여러 통의 답장을 받는다. 율리아는 가방을 챙겨 집을 나간다. 율리아가 처음 찾아간 집은, 가난한 흑인 가족이 사는 집이다. 거기서 아주 특이한 음식을 대접받고, 곧 연락을 하기로 하고 다음 집으로 간다. 두번째 찾아간 집은 어머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집이어서 아이와 보모아줌마만 만난다. 그다음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사는 집, 그다음은 남자와 남자가 살면서 아이를 입양해서 기르는 집, 그 다음은 고아원, 그 다음은 주거공동체( Whngemeinschaft)를 이룬 성인 6명과 아이들 4명이 함께 사는 곳, 등등이다. 그렇게 12가지 서로다른 가족의 형태를 구경한 율리아는 집으로 돌아와 주말에 그들 모두를 자기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연다.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동화책이 나올수 있을까 물어보았다.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려면, 현실을 보여주면서 꿈을 키워주는 것이 옳을 것같다. 독일에는 위의 동화책처럼 현실을 보여주는 동화책이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에는 있을까? 실업자 아버지도 나오고, 술주정뱅이 아저씨도 나오고, 긴급사태, 유신정권, 문민정부도 나오는 그런 동화책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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