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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하이네의 로렐라이 첫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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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uroni이름으로 검색 02-01-15 05:47 조회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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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글] 작성일 : 1999/01/29

우리에게 친숙한 하인리히 하이네의 로렐라이 첫소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Ich weiB nicht, was soll es bedeuten,
DaB ich so traurig bin;
Ein Maerchen aus alten Zeiten,
Das kommt mir nicht aus dem Sinn.

이것을 나는 이렇게 번역해 보겠다.

모르겠네,
왜 이다지 서글픈지
이게 뭘 말하는지
자꾸만 떠오르는
옛날옛적 동화하나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은 무심코 흘려들은 사소한 옛 이야기하나를 끝내 놓아주지 않았고 결국 이 시가 태어났다. 나는 시인은 못되지만 이 로렐라이 시구절을 접하면서 한 독일 할어버지에게서 들은 얘기가 자꾸 떠오른다.

라인강은 스위스에서 발원하여 북해로 흘러들기까지 장장 1320킬로를 달리는 국제하천이며 지금도 독일경제의 총물동량의 23%를 담당하는 경제동맥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아우토반"은 아직 자연이 만들어낸 아우토반 라인강의 경제성에 못 미친다. 강을 이용해 수톤천급 대형바지선으로 한번에 실어 나르는 것이 트럭으로 아우토반을 수백번 오가는 것보다 물류속도가 빠르다. 이 라인강은 강폭에 비해 수심도 깊은데다, 지나는 배들을 방해하지 않고 다리를 놓는게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라인강엔 의외로 다리가 흔치 않다. 대개 라인강을 건너려는 운전자들은 차를 탄 채 배를 이용해 건너게 된다. .

하나 독일에서는 흔치않게 인구가 백만이 넘는 라인강변의 대도시 쾰른에는 예외적으로 예닐곱개의 다리가 있다. 그 다리중에 가장 아름다운 다리가 50년대에 세워진 사장교 제베린교로 알려져 있다. 이 다리를 세울때 헐값의 외국인 막노동자들이 많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깊은 수심의 라인강에 사장교 형식의 특징인 두개의 대형기둥을 세우는 공사를 하면서 이 기둥의 기초부분에 콘크리이트를 쏟아 붓는 과정에서 그만 외국인 노동자 두사람이 추락해서 콘크리이트와 함께 묻혀 버렸다.

그러자 공사를 계속 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다 부수고 시신이라도 건져 수습을 하는게 옳은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 유가족을 수소문 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자 결국 공사를 계속하는 쪽으로 가닥이 났다. 그래서 쾰른의 제베린 교에는 지금껏 이집트의 파라오처럼 한순간에 미이라가 되어버린 두사람이 함께 잠들어 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흘렀다. 지금 그 유족들은 아직도 두사람이 어디엔가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을까?

세상 모든것엔 시작과 끝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제베린교의 수명이 다하는 날 두사람은 환한 햇살에 눈을 부비며 천년의 긴잠에서 깨어 날 것이다. 내게 이순간 감정의 사치가 허용된다면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 로렐라이를 이 두영혼을 위해 바치는 헌시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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