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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병역: 여성전투병허용문제와 여성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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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이름으로 검색 02-03-13 22:22 조회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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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31 Access : 169 , Lines : 13  

■ 여성운동 환경 변화와 병역 논쟁

"18세에서 55세 여성이 유사시 의무병으로서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전투 군인은 될 수 없다"라는 독일 헌법 12a조 4항이 내년에 논란거리가 될 것 같다.  이 헌법 조항 때문에 탱크 수리병이 되고자 하는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탄야 크라일 (Tanja Kreil)이라는 여성이 유럽재판소 (EuGH)에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고, 이에 관한 판결이 내년 초에 있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성 병역 문제와 관련된 타국에서의 추세를 감안할 때, 탄야 크라일이 승소할 전망 또한 크다.  이 경우, 병역의무를 여성에게도 부가해야 한다는 소송이 제기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민사당 (PDS)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과거와 달리, 여성 전투병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taz 1999년 10월 30일 자).  사민당 (SPD)은 기존 사민당 좌파 일부를 제외하곤 여성이 전투병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보인다.  녹색당은 여성 전투병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고, 자민당 (FDP)은 헌법 12a조 4항의 무조건 삭제를 요구한다.  기민당 (CDU)은 관련 헌법 조항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부분 수정할 수 있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이 문제의 직접적 당사자인 국방부는 여성 전투병을 기존 군제에서 받아들이기가 당장은 쉽지 않을 것 (Akzeptanzproblem)이라는 정도만 밝히고 있다.

여성 전투병 허용을 둘러싼 논쟁은 90년대 이후 독일 여성운동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현재 여성운동 세대가 7,80년대 여성운동 세대와는 달리 실용주의적 노선을 지향하고 있으며, 평화주의 (Pazifismus) 맥락에서 내세웠던 여성의 모습 (Friedfertige Bilder der Frauen)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약한 성 (Das schwache Geschlecht)으로서 여성 대 전사 (Krieger)로서 남성"을 대조시키는 성차별적 관점은 물론, "평화 지향적이어서 우월한 여성 대 평화 지향이라는 속성을 상실한 남성 (Frauen als bessere Haelfte)"이라는 과거 여성운동의 주류적 관점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왜냐하면, 먼저, 남성적 용맹성이 결국은 자신이 갖는 공포를 여성에게 투사함으로써 은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가고 있다.  이것은 남성연구  (Maennerforschung)의 성과물이라고 보겠다.  두 번째, 실업 문제에 대한 여성의 반응이다.  지속되는 대량실업에서 군대는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는 매력적인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 번째, 전쟁이 일어날 경우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되는데, 남성에게만 총을 줄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여성은 피해자로서만 남게 만들고, 남성에게는 공격과 자기 방어의 기회를 모두 부여함으로써 남성적 특권 내지 가부장제 유지만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과거 냉전 체제는 당시 여성운동이 평화주의에 바탕을 둔 우월한 여성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선명한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냉전 체제가 종식되고 국지적 분쟁이 늘어가면서 평화주의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반면, 분쟁 지역에서의 민간인 학살을 방지하고 치안 유지 및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무장 평화유지군의 역할이 점차 부각된다.  이같은 시대적 변화 속에서 독일에서도 지쳐서 쓰러진 남성 동료의 배낭을 대신 짊어진 채 행군을 하는 씩씩한 여성 전투병의 모습을 곧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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