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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독일 犬公들, 상팔자 시대 끝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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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이름으로 검색 01-09-04 11:35 조회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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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00-08-03 0245호

프랑스와 함께 대표적인 ‘개의 천국’인 독일에서 개에 대한 규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6월26일 함부르크에서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가 두 마리의 맹견에 물려 숨진 데 이어 7월13일 베를린에서 아홉 살짜리 여자아이가 또다시 사냥개에 물려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 특히 여자아이는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두 군데나 참혹하게 물려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쥐트도이체차이퉁지와 ZDF방송 등 독일 언론은 일제히 맹견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길에서 배회하는 맹견에 대해 일제소탕을 지시했으며 독일정부는 불독과 셰퍼드 등 12종을 맹견류로 분류해 개줄과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바이에른주에서는 몸집이 크거나 사나운 개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8월부터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이를 어길 경우 최고 10만 마르크(5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은 즉각 동물애호가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들은 개의 외출시 개줄과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한 것은 견권(犬權)을 무시한 처사라며 발끈하고 있다.

뮌헨에서 새끼 셰퍼드 일곱 마리를 키우고 있는 안나 슈나이더 할머니(79)는 개보험에 들 경우 수백 마르크의 경제적 부담이 생길 것이라며 분개했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이 할머니는 최근 한 마리가 다리를 다치자 유모차에 태운 채 나머지 6마리와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보를 할 정도의 애견가.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정부의 ‘맹견규제’에 맞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갖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와 관련한 법률을 개정한다는 입장이어서 ‘개의 권리’를 둘러싼 논쟁은 독일의 여름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백경학/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stern100@donga.com>


독일 애견주의 극복할까 / 맹견공포 국제적 비난에 뒤늦은 규제
한 겨 레 2000-06-29 09면 (외신) 06판 기획.연재 1070자
'개들의 천국'인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지난 26일 여섯살 난 터키계 남자 어린이가 투견 두 마리에 물려 숨진 사고가 발생한 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직접 나서 맹견소탕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28일 "사나운 개들이 발붙일 곳을 없애라"며 내각에 맹견 규제법 제정을 긴급 요청했다.
그러나 다급한 독일 정부의 움직임에 국제여론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의 냉담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해외언론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독일인들의 유별난 애견주의와 그 위험성을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규칙과 규율의 나라로 알려진 독일이 개에 관한 한 하염없이 관대한 정책을 취함에 따라, 이 나라를 방문한 이방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함부르크의 참사를 예고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가 그동안 몇차례 맹견 규제방안을 논의했으나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며 "독일 애견가들의 로비력은 미국 마이애미의 쿠바인들만큼 강력하다"고 꼬집었다. 독일의 주간지 (디 차이트)도 최근호에서 "해마다 5만여명이 사나운 개의 송곳니에 희생되고 있다"며 "2021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한 독일인들이 '송곳니의 공포'에 이렇게 무심한 까닭을 알 수 없다"고 거들었다.
독일인들은 사람이 길거리에서 방뇨하는 것은 눈뜨고 못보지만, 개들이 하루에 20t씩 거리에 배설물을 쏟아내는 것은 기꺼이 참는다. 자살한 독재자 히틀러도 저승길을 앞두고 애견을 챙길 만큼 개를 사랑했는데, 소설가 귄터 그라스는 그의 이런 모습에 영감을 받아 (개의 시대)라는 700쪽짜리 소설을 썼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을 때 상당수 독일인들은 통일의 열망에 환호하면서도 장벽을 지키던 5000여마리의 경비견이 할 일을 잃은 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독일인들의 애견주의는 "나쁜 개는 없다. 다만 나쁜 주인이 있을 뿐이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개 스트레스 해소방법' 등을 강의하는 곳도 많다. 독일 정부가 이렇게 뿌리깊은 애견주의의 벽을 극복하고 강력한 맹견 규제법을 만들 수 있을지 전문가들도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h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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