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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re] 현실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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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perte이름으로 검색 02-11-09 09:02 조회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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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현실을 대할 때마다 머리속이 아득해지는 느낌입니다. 졸업을 1년 앞둔 독문학과 학생으로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반.드.시. 문학공부를 계속하리라던 저의 굳은 결심도 먹고 살 일 걱정 앞에 자꾸만 흔들립니다. 저희 학교에서도 역시 퇴직하신 독문과 교수님들의 빈자리는, 유망학과인 중국문화의 교수님들로 메꾸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저희 학교의 외국어문학부는 영미, 독일, 중국, 프랑스 이렇게 4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 중 여전히 '문학'부의 명칭을 달고 있는 것은 독어독문학과가 유일합니다. 타 학과들은 '영미어문'과 '영미문화'과, '프랑스문화'과, '중국문화'과로 바뀌어 학생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학과개설에 여념이 없으며 조금이라도 타 학과 학생들이 교양으로 들을 수 있는 과목들을 만들어내고 있더군요. 현실적이죠.
하지만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현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인기학과를 인기학과로 바꾸어보려는 학교측의 정책에 맞서 '독어독문학'을 지켜내신 저희 과 교수님들이 제 눈에 자랑스럽게 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말을 하면 가끔 사람들은 제게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래'라는 냉소를 던지기도 합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들이 꼭 돈이라는 공식과 직결되는 것은 아닐텐데요.
처음부터 '교수자리'를 꿈꾸고, 돈과 명예를 위해 문학공부를 선택한 것이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때려치우고 취직준비나 하는게 나을 테지요. 하지만 제가 독문과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점수에 맞추어 대학가기'위한 것도, '나중에 이름좀 날리려고'도 아닌, 정의를 내리기 힘든 어떤 바램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흔들릴 때마다 그 시작을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그 초심 하나만으로 제가 그 힘들다는 공부를 계속하게 될 지 자신은 없습니다만...

제가 여기서 하고 싶었던 말은, 단순히 돈과 전망을 언급하며 모든 순수학문 학도들의 꿈을 꺾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저희도 현실은 알고 있어요. 그런 부담감이 몇배로 커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그것때문에 진로를 바꾸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런 거 해서 세상에 도움되는 게 뭔데'라는 질문에 마땅히 할 말이 없어 속상한 경우도 많을 거구요. 그렇지만 굳이 베리같은 이런곳에서까지 절망을 느끼고 싶지는 않습니다. 넘 우울하네요. 돈벌기위해 책을 읽고있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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