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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고전과의 만남]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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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이름으로 검색 02-03-09 13:34 조회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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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1/04/05 조회수 : 144

■ [고전과의 만남]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
-비극과 카타르시스의 실체 규명-
뉴스메이커  2001-03-15  0415호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길이를 가지고 있는 완결된 행동을 모방 하는 것이요, 쾌적한 장식을 한 언어를 사용하고, 각종의 장식은 각각 작품의 상이한 모든 부분에 삽입된다. 그리고 비극은 희극적 형식을 취하고 서술적 형식을 취하지 않으며, 애련과 공포를 통해 이러한 감 정의 ‘카타르시스’를 행한다.”

〈시학〉의 6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론과 비극 론을 다룬 이 책의 핵심이다. 그 유명한 카타르시스론이 탄생한 부분 이기도 하다. 단 한 번 언급된 카타르시스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갈래 로 나눠지지만 크게 보면 두 가닥이다. 독일 문예학자 레싱이 주장한 비극의 효용으로서 카타르시스 무용론과 르네상스 시기부터 출발해 19세기 독일 문예학자 베르나이스에 의해 강조된 유용론이다. 시인 밀턴은 두 견해의 중간 입장을 가졌다. 유용론은 근세 이후 대세로 굳었다.

비극의 목적으로서 카타르시스는 이열치열과 같다. 비극을 감상함으 로써 심리 내부에서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무거운 감정이 배설돼 밝 고 경쾌한 심정을 되찾아서다.

물론 카타르시스가 감정의 정화나 순화를 의미하는 도덕성만을 내세 운 건 아니다. 성격 교정을 의도하는 교훈성과도 거리가 있다. 비극 의 궁극적인 목표는 쾌락이어서다. 예술은 쾌락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기술에 속하기에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실용적 기술이나 지식과 구 별된다. 때문에 비극은 애련과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쾌락의 생 산을 의도한다. 다만 스트레스 해소 이외의 쾌락을 지향해서는 곤란 하다는 게 〈시학〉의 주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목적을 직·간접으로 나눈다. 직접 목적은 애련과 공포-극중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의 수난에 대한 애련과 그 앞에 다가설 수난에 대한 공포 등-로 관객의 감정을 휘어잡는 것이 다.

이는 플라톤에게서 호된 공격을 받았다. 플라톤은 “비극이 인간을 더욱 감정적으로, 더욱 나약하게 만든다”고 성토한 바 있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간접적 결과에 주목했다. “비극이 인간으 로 하여금 더욱 감정으로 치달리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억압된 감정을 배설,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스승 플라톤의 미학론 에 은근히 항변하고 나섰다.

카타르시스가 여러 감정의 완전 제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애련이나 공포에서 전적으로 벗어나는 것을 유익하다고 여 기지 않았다. “우리가 마땅히 두려워해야 할 사물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땅히 애련의 정을 가져야 할 사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여러 감정이 너무 지나치지 않 도록 조절하는 것을 뜻한다.”

이같은 정의는 현대 정신분석학자들이 주장하는 정화작용(abreaction) 과 일맥상통한다. 정신분석학자들이 변태심리 치료에 정화작용을 강 조한 데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상인의 감정 조절에 카타르시스의 효용성을 주장한 점이 다르다.

사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비극이 지닌 카타르시스의 효용성이 상당히 컸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스인과 현대인의 생활환경 은 너무 다르다. 현대인은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고 신문잡지를 읽 고 각종 레저와 오락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해소 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연 1회의 국가적 행사인 디오니소스축제 때 모여 극의 경연을 감상할 따름이었다. 그때 비로소 그리스인은 일 년 동안 울적했던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경쾌한 기분을 되찾았고, 카 타르시스론은 이같은 현실의 반영이라는 추측이다.

비극의 본질과 카타르시스의 실체를 밝힌 〈시학〉은 뛰어난 시극의 구성과 형식에 대한 방법을 실제 작품에서 찾아 고전극 이론의 전범 이 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가장 완결된 전범으로 여기며 호머의 서사시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평가하 고 있다.

〈시학〉은 또한 모방본능설을 주장했다. 인간의 예술적 충동은 모방 본능에서 발생한다는 이 설은 미의식과 예술 창조에 대한 플라톤의 고찰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예리하다. 예술의 모방본능설은 독일의 쉴 러가 유희본능설을 내놓기 전까지 미학의 중심사상으로 작용했고, 예 술론을 지배해왔다.

〈강근주기자 j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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