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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 저먼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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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이름으로 검색 02-03-09 23:45 조회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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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씨네마텍, 11월15일부터 뉴 저먼 시네마 영화제 개최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걸쳐 한국의 영화광들을 열광시켰던 영화는 독일영화. 달리 영화를 볼 곳이 마땅찮았던 영화광들은 독일문화원으로 몰려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나 베르너 헤 어조그의 <아귀레, 신의 분노>와 같은 70년대 독일영화 기수들의 명작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세계관과 형식 으로 70년대의 독일영화는 역사와 현실과 실험정신을 아우르는 별천지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당시 ‘세계영화의 중심지는 독일’이라는 말이 나왔 고 평단은 60년대에 시작해서 70년대에 전성기를 이룬 독일영화를 두고 ‘뉴 저먼 시네마’라 불렀다. 80년대 말부터 한동안 사설시네마테크의 단골상영 프로였던 이 뉴 저먼 시네마의 면면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행 사가 열린다.

동숭아트센터에서는 11월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동숭씨네마텍에서 ‘뉴 저먼 시네마 영화제’를 연다. 상영작품 편수는 모두 15편. 한글자막이 붙은 영화가 7편이고 나머지 영화에는 영문자막이 붙어 있다. 라이너 베 르너 파스빈더, 베르너 헤어조그, 빔 벤더스, 마가레타 폰 트로나, 폴커 슐뢴도르프, 알렉산더 클루게, 잔 마리 슈트로, 에드가 라이츠, 라인하르 트 하우프 등 뉴 저먼 시네마를 대표했던 감독들의 작품이 망라돼 있다. 이중 가장 주목을 끄는 이는 물론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동성애자이자 사디스트였으며 전위 예술가이자 마르크시스트였던 파스빈더는 한때 1년 에 서너편의 영화를 찍었을 만큼 창작의 화신이었다. 60년대 말에는 전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실험적인 성향의 작품을 찍었으나 70년대 중반부터 는 할리우드의 관습적인 줄거리를 자기식으로 비틀어 독일사회에 영속하 는 파시즘을 고민하는 대중적 스타일의 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릴리 마 를렌> 같은 영화를 보면 대중적인 화술에 진보적 관점을 녹여내는 파스빈 더의 재능이 화면과 관객을 압도하고 있다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이번에 상영될 파스빈더의 영화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릴리 마를렌> <사 계절의 상인> <이태리 사람-카젤마허> 등 네편.

파스빈더가 줄곧 현실주의자다운 관심을 놓치지 않았다면 베르너 헤어조 그는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경우. 그의 영화에는 기존사회에 적 응하지 못하고 망가져가는 인간이나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미친 듯이 매 달리는 비정상적인 인간들이 많이 나온다. 그의 대표작인 <아귀레, 신의 분노>는 병사들을 이끌고 아마존 정복에 나선 괴짜 스페인왕의 이야기를 통해 제국주의의 광기를 비판한 영화. 그 밖에도 <난장이들도 작게 시작 했다>(<난장이들도 작아지기 시작했다>)와 같은 작품에 정상과 비정상의 통념을 뒤바꿔놓아 기존사회를 냉소하는 헤어조그의 취향이 배어 있다. 두편 외에 <삶의 기호> <하늘은 스스로 돌보는 자를 돕지 않는다-카스퍼 하우저의 비밀> 등 네편이 상영된다.

이번 영화제에 상영되는 대가들의 작품은 또 있다. ‘뉴 저먼 시네마’의 이론적 지주이기도 했던 알렉산더 클루게의 <서커스단의 재주꾼> <위험과 궁핍 속의 타협이 죽음을 몰고 온다>와 도무지 생전 처음 보는 난해한 형 식의 영화를 찍는 당대의 지성 장 마리 슈트로의 <화해 안됨 혹은 폭력만 이 해결>이라는 작품이 있다. 지금은 대가가 됐지만 70년대의 빔 벤더스 감독은 뉴 저먼 시네마 감독 중에 가장 ‘말랑말랑한’ 영화를 찍었던 신 예감독. 우아하고 스산하며 시적인 영화를 찍었지만 그 때문에 장중한 영 화를 찍었던 한스 위르겐 지베르베르크 감독으로부터 ‘쇼 비즈니스계의 위대한 창녀’라는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벤더스의 초기 영화이고 실험 영화 분위기가 많이 나는 <페널티킥 때의 골키퍼의 불안>이 이번 영화제 에 상영된다. 각자 저명한 영화감독인 마가레타 폰 트로타와 폴커 슐뢴도 르프는 부부이기도 한데 이번에 상영되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 예>는 두 사람의 공동연출작품. 그 밖에 에드가 라이츠의 <시간 제로>와 라인하르트 하우프의 <머리 속의 칼> 등의 작품이 상영된다.

뉴 저먼 시네마는 미학도 미학이지만 60년대 초에 새로운 제작방식과 배 급구조를 부르짖으며 ‘운동한’ 결과로 얻은 것이기도 했다. 독일 정책 당국의 다양한 지원책과 국영방송의 제작비 지원으로 뉴 저먼 시네마가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지만, 훗날 일부 사가들은 바로 그런 독특 한 제작조건 때문에 파스빈더의 요절 이후 뉴 저먼 시네마 감독들이 주춤 하면서 독일영화가 대중영화의 토대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동숭아트센터쪽은 이번 행사가 그런 뉴 저먼 시네 마의 역사적 배경을 한국영화산업 환경과 비교하는 자리가 될 것을 바라 고 있다.(문의: 02-741-3391)

김영진 기자  


Copyright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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