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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Beckett -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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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4-25 11:35 조회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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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green Theater (USA) 1965년 작품을 봤다. 상영시간 대략 21분. 흑백 무성 영화다. 베케트가 남긴 유일한 극장 영화 작품이다.
감긴 눈이 서서히 뜨는 장면을 제일 앞에 내세우며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한 사람이 높은 벽에 붙어 빠른 종종걸음으로 걷는다. 마치 장님이 그 벽을 자신의 인도자로 삼는 듯하다. 허나 장님은 아니다. 방해 물체가 앞에 놓여 있는 경우 그 물체를 제대로 위에서 밟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가는 길 앞에서 서 있으나 주인공은 아랑곳 없이 벽을 따라 계속 걷기를 주장한다. 두 사람은 관람객이 볼 수 없는 주인공의 얼굴을 대하고 놀란 눈빛을 감추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층계에서 만난 노파는 주인공의 얼굴을 본 후 기절하기까지 한다. 대체 어찌 생겼길래 그런가?

"esse est percipi", 에이레의 철학자 Berkeley의 유명한 문구다. 우리말로: 존재는 감지됨이다. 베케트가 자신의 작품 'Film'에서 바탕에 깔고 있는 생각이다. 주인공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고자 타인으로부터 인지되지 않으려고 악을 쓴다. 그의 방에 돌아와서는 심지어 개와 고양이를 비롯 새, 나아가 거울, 형상, 그림 등등 자신을 인지하는 듯한 모든 것을 없애거나 덮어버린다. 결국엔 허나 이러한 부정의 발버둥질이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자기가 스스로를 인지함 만큼은 결코 부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이러한 엄연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스스로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을 베케트는 말하고자 하는 듯하다. 자기인지라는 철학적으로도 예로부터 엄청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인식 행동은 '직접적인 경로'를 거쳐 이루어지기 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간접적인, 그러니까 베케트의 '필름'이 보여주듯 자기 나름대로의 온갖 (부정적) 노력을 쏟고 난 연후에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라는 게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르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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