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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자동차 안에서 - 볼프 본드라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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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연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2-21 12:42 조회3,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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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안에서 - 볼프 본드라체크
 기억을 더듬어  2006/04/10 07:32

http://blog.naver.com/waffel/110003272085
 

 자동차 안에서

- 볼프 본드라체크


우리는 침묵했다
낡은 자동차에 들어 앉아
라디오 채널을 바꿔가며
남쪽 나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몇몇은 고독한 발신의 엽서를 띄웠고
우리더러 이제는 마음의 결단을 내리라 했다.

몇몇은 밤에도 해를 보겠다며
산 위로 올라 앉았고,

삶은 분명
사적인 게 아닌 걸로 되어 있었는데,
사랑에 빠지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은 어떤 혁명 보다 급진적이라는
“깨어남”을 꿈꾸었다

왕년의 영화 스타들처럼
되살아날 순간만 기다리던 이들,

어떤 이들은 목숨 한 번
걸어보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우리는 침묵했다
낡은 자동차에 들어 앉아
라디오 채널을 바꿔가며
남쪽 나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 볼프 본드라체크 / 1976
- 번역 : 조원규

무딘연필의 주해

남쪽 나라로 가는 길: 이 환상의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은 독일 문학에서 가끔 찾아볼 수 있는 환각적 요소 중 하나이다. 낡은 자동차에 들어 앉아 가는 길 또는 갈 수 없는 길 위에서 라디오로 방향을 맞추려는 시대는 분명 바다 위에서 별을 보며 방향을 맞추겠다는 <복된> 시대와는 다른 문명의 고집스러운 흔적이 묻어 있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은 찾아볼 수 없으며, 지금은 여기가 아니나 그 어디에 있을 곳을 찾겠다는 숨죽인 기대를 표현한다. 그러나 그 기대 역시 이미 과거로 전락한 무렵, 기억은 다시 반어적으로 작용한다. 시의 환각은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주파수를 찾지 못해 지직 거리는 소리로 전달된다. 이미 사라지고 없을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듯한 연상을 불러 일으키는 시. 그러나 더 이상 아름답지도 않을 소리가 그리움을 불러 일으켰을 까닭은 그 소리를 통해 방향을 맞출 수도 있었을 남쪽 나라로 가는 <복된> 길에 대한 남모를 막연한 <그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시의 이미지들은 그 소리들만큼 영락해 있고, 소리의 생생함 대신에 이미 사라진 허깨비들같은 소리처럼 죽음의 소멸한 이미지들이다. 2006/04/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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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서동철님의 댓글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Wondratschek의 작품이 대한민국에 번역 소개되어 있다니 쪼께 놀랍군요. 올리신 글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으로 그의 본래 노래를 읊어 봅니다. 극복할 수 없는 시번역의 한계를 인지하기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품습니다.
아울러 이 곳 '문화마당'에서 님과의 호흡을 조금은 더 천천히 맞추었으면 하는 바램 살짝 띄웁니다. 좋은 글들을 한꺼번에 주시니 제가 감당하기가 여의치 않군요.^^*

Wondratschek:
In den Autos

Wir waren ruhig,
hockten in den alten Autos,
drehten am Radio
und suchten die Strasse
nach Sueden.

Einige schrieben uns Postkarten aus der Einsamkeit,
um uns zu endgueltigen Entschluessen aufzufordern.

Einige sassen auf dem Berg,
um die Sonne auch nachts zu sehen.

Einige verliebten sich,
wo doch feststeht, dass ein Leben
keine Privatsache darstellt.

Einige traeumten von einem Erwachen,
das radikaler sein sollte als jede Revolution.

Einige sassen da wie tote Filmstars
und warteten auf den richtigen Augenblick,
um zu leben.

Einige starben,
ohne fuer ihre Sache gestorben zu sein.

Wir waren ruhig,
hockten in den alten Autos,
drehten am Radio
und suchten die Strasse
nach Sueden.


무딘연필님의 댓글

무딘연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본드라체크가 쓴 시의 원문까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올리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님의 관심이나 앎의 폭이 그저 흥미로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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