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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독일낭만주의(5)-파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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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4-11 00:08 조회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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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주의, 독일말로 Fragmentarismus라 불린다. 이미 얘기한 ‘낭만적 아이러니’와 함께 독일낭만주의, 특히 이 사조를 세상에 선보인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데 애용한 서술 방법을 말한다. 단적으로 말해 전체를 일관하는 체제적인 서술에 어긋나는 부분을 앞세우는 파편적인 서술을 일컫는다.
우선 이러한 서술방법의 특징을 살펴본 후 그 당시 노발리스나 슐레겔이 어떠한 이유로 이를 애용하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가능한 답을 찾아 본다.

파편주의란 무엇인가?
단상을 뜻하는 아포리즘과 때론 섞여 쓰이기도 한다. 외형적인 모습에 비추어보면 둘 사이에 차이가 없다. 글이 짧음에 상응하는 말투 내지는 어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암시적인 말투에 있어 어렵지 않게 엿보는, 무엇보다도 나타냄의 강함에 최고의 값어치를 매기는 모습 말이다. 둘 사이를 가르는 근거는 전체를 이루는 각각의 단상 내지는 파편글들 사이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아포리즘이 이러한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각각의 단상들이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일정한 뜻의 가르침을 전해준다 한다면 파편주의는 파편들 간의 상호관계에 일정 뜻을 붙임으로써 아포리즘이 보이는 개별적 글들의 독립성을 뛰어넘어 전체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부분들임을 보이는 글들의 집합을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삼는다. 이러한 뜻에서 전자를 모음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반면 후자는 엄격히 말해 내적인 움직임이 생명인 유기체적 작품이라고 보아야 할 게다. 사실 ‘파편’이라 번역하는 이유도 이러한 전체에서 떨어져 나간, 동시에 전체를 이루는 부분임을 분명히 말하고자 해서다.
바로 이러한 이유를 염두에 두어야만 슐레겔의 아리송한 문구: 파편주의는 조직적이면서 동시에 비조직적인 글이다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낭만주의적 말장난이 아니라는 소리다. 얼핏 보기에 아포리즘 마냥 비조직적인 듯 보이지만 그 내용을 파고들면 들수록 전체 글이 내포하는 조직성을 감지할 수 있다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단지 이러한 조직성이 그 글을 쓴 작가가 독점하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독자 또한 이에 생산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아니 참가해야만 하는 그런 꿈틀거리는 성격의 것임을 지나치고 싶지 않다. 파편적인 짧은 글들의 상호 관계를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독일낭만주의가 어떠한 이유로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도 절실히 요구되는 가르침인가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러한 앎은 그 당시 독일의 젊은 낭만주의자들이 왜 하필 이러한 형식의 글을 선택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더욱 더 분명해진다.

낭만적은 왜 하필 파편적인가?
조직적이 아닌 듯한 조직적인 구조가 파편주의의 특성이라 했다. 어찌 보면 열려있는 체제라 해도 무방하다. 이를테면 사각형의 꽉 막히고 치밀하게 짜여져 있는 구조에서 바른쪽 밑 모서리에서 살짝 건드려 일으킨 충동이 왼쪽 위 모서리에까지 그 진동이 연결되어 울리는 그런 모습에 대항하는 모습이 바로 파편주의적 글쓰기 모습인 게다. 사각형 어딘가의 한쪽 구석이 열려 있으니 그 내적인 연결이 치밀하기 보다는 느슨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느슨함을 논리적인 사고의 부족에서 연유하는 것이라며 젊은 벤야민 마냥 폄하 해석할 수도 있겠다만, 젊은 슐레겔 내지는 젊은 노발리스는 나름대로 그 이유를 갖고 있었다. 한정적 존재인 사람이 무한정의 절대자에 접근하고자 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완결될 수 없는 팔자를 타고 났으며 또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점차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으로서 밖에는 그 긍정적인 단면을 찾을 수 없다. 이러한 바탕 생각을 품고 절대자라는 일종의 이상향에 철학함 내지는 예술함을 통해 쉬지 않고 가까이 다가서고자 하는 인간정신의 애쓰고 욕보는 모습을 가장 적절하게 밖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 그들은 파편주의를 택한 것이다. 이 선택은 결국 젊은 독일낭만주의자들에겐 우연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필연의 산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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