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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철학함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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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2-01 01:25 조회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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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새끼를 까듯 애지중지하는 내 일거리에 이런 밥벌이도 제대로 못하는 짓을 하면서도 어쨌거나 내 믿고 기대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잠시 고개를 숙인다.

옛날엔 이 놈이 모든 여타 학문들을 바탕짓는 근본학문으로서 톡톡히 대접을 받았었지. 고대 희랍까지 갈 필요없이 불과 200여년 전만 해도 독일에선 철학을 ‘학문들 중의 학문’으로 아주 융숭한 대접을 받았음은 역사적 사실이잖아. 그러니까 학문이라는 영역의 핵심에 아주 확고히 머물고 자리잡고 있었던 게야. 세월이 흘러 돈돈돈 하는 세상으로 넘어오면서 이 확고함에 약간의 진동을 겪는 모습도 보인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러한 어쩌면 고상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조롱조의 투박을 가끔씩 당하긴 한다만 그래도 꿋꿋이 그 위엄을 나타내곤 하잖아. 물론 항상 그리고 모든 철학자가 그런 모습을 보이진 않더라 해도 말이야.
나는 근데 이러한 학문 속의 철학함이라는 모습보다 더 중요한 철학적 모습이 있다고 믿고 있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사람 본연의 일이 바로 철학함이지. 그렇다고 뭐 도덕 윤리 따지는 말은 아니고, 바로 생명성을 돋보이고 하는 게야. 나는 철학이 사람들이 품고 있는 꿈틀거리는 생명성에 걸맞는 일을 하기를 기대해. '학문의 확고한 중심거리'라는 등의 이미 인정된 거리에 안주하기 보다는 말이야. 나아가 나는 철학이 나와 세계, 다른 사람 내지는 나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를 소리없이 희망하고 있어. 철학이 나의 사물들에 대한 사고와 감지의 통로를 일반적으로 합의된 과정 속에 묶어놓는 모습에 구토를 느끼곤 하거든. 특출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꾸준히 그 옳음이 증명되곤 하는 모습에 나 스스로 기분 좋게 놀라곤 하는데, 나는 놀랍게도 살아가면서 이미 규정화된 통로에 굴복하지 않는 베짱이 두둑하다는 사실이야. 이에 따라 나의 단순한 성격에 걸맞지 않는, 그리고 객관적으로도 찬성하지 않는 혼란의 통로는 아무리 어지럽다 하더라도 완전무결하게 규정화된 것보다 내게는 생의 긴 안목에서 바라보건대 오히려 더 전망이 좋아 보인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어.

철학은 인정된 학문으로서의 자기 안주에서는 완성되지 않는게야. 오히려 긴 안목으로 볼 때 잘못된 고정성을 되풀이하여 들추어내고 동시에 이를 통해 철학함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꿈틀거림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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