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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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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8-31 18:18 조회2,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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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에도 "체면 (體面)을 잃다"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이 표현이 조선 시대나 혹은 그 이전부터 있었던 표현인지, 아니면 근대에 들어서 생긴 표현인지, 서구에서 전래된 말인지 정확하지 않군요. 이런 어원에 관해서 학계 의견이 다양하기도 하고요. 물론 그 외에도 체면이 안 서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등 여러 가지 표현이 있지요.

"체면을 잃다"와 거의 동일한 표현이 서구어에도 있습니다.

Das Gesicht verlieren
lose face

일부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이 표현은 사실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니랍니다. 17,8 세기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에서 자리 잡은 표현이라고 하는데요. 당시 상류, 지배층에서는 남녀 모두 얼굴에 메이컵을 했는데 재료가 왁스였습니다.

북유럽의 스산한 날씨는 올해 우리도 직접 체험해보았고요. 일 년 12개월 중 11개월이 겨울 (?)이다 보니 난로 앞에서 지내는 시간이 아주 많았습니다. 특히 지배층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때문이지요.

거의 매일 밤 우아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모이는데 젊은 남녀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습니다. 그런데 벽난로 앞에 앉으면 그 열기 때문에 얼굴에 바른 왁스 화장품이 줄줄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요즘 아이라인 진하게 하고 엉엉 울고 났을 때처럼 얼굴에 왁스가 녹아 내리는 모습도 대단히 보기가 좀 그랬던 모양입니다.

물론 여성들은 "얼굴을 잃지 않기 위해" 대처 방법이 있었습니다. 악기를 연주할 때 보면대 비슷한 형태의,  나무판자에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판대가 여성들이 앉는 의자 앞에 서 있는데 이 판자는 열기가 얼굴에 직접 와 닿는 것을 막아주는 구실을 하던 판자였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어떤 판자는 장식과 그림이 기가막힌 예술품이더군요.


{이미지:0}
Wallace Salon, Hertford House (kunstundkultur.org 라는 데서 가져옴)

여기서 나온 표현이 "체면을 잃다"라는 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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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Jivan님의 댓글

Jiva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낯가죽이 두껍다 라는, 비슷한 표현이 서구에도 있는지 그러고
보니 궁금해집니다.
근데 요즈음은  '얼굴' 잃게 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거
같아요. 아마 화장품에 실리콘이 대량 함유되어 어지간해선
녹아내리지 않는듯. ;)


Noelie님의 댓글

Noel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Jivan nim Banga!
(인사를 영어로 드려봤습니다 ㅎㅎㅎ)

음, 있는 것 같지요?

dickes Fell
thick skin

그런데 여기서는 의미가 서구어와 한국어에서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죠?
dickes Fell  하면 "그냥 낯이 두껍다", "섬세하지 못하다" 정도인데 반해
"낯가죽이 두껍다"는 경우에 따라 강도가 아주 강한, 가죽이 아니라 아예 '철'이 되어 '철면피'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녹아 내리면 되려 "까짓거 무슨 상관이야?"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Jivan님의 댓글

Jiva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저도 Bangabanga!
인사성이 나빠져 죄송.

Elephantenhaut, dicke Haut 생각하다가 흔한 게 뭐더라??
맞아요, dickes Fell!!!  감사!
말씀대로 한국말과는 어감 차이가 있지요? 
그래도 dickes Fell이 신경이 예민해서 매사에 부들부들 떠는 
duenne Haut보다 좀 낫지 않나요? ㅎㅎ


Halbe님의 댓글

Halb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Noellie 님이 또 재밌는 화두를 주셨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Gesicht verlieren 과 관련하여 회사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독일분들과 나눴습니다.
제게 중국인들이 언제 Gesicht verlieren 을 하는 지 묻더군요.
잘 모르지만, 한국 사람들과는 다를 것 같다고만 대답을 했었는데.
체면을 '잃다' 라는 표현은 사실 잘 쓰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체면을 ~ 세우다, ~구기다, ~ 차리다,~이 없다, ~이 깍이다 등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체면이 깍이다가 아마 가장 비슷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사람들이 이 체면을 너무 의식 하다 보니 실속이 좀 없는 편이긴 하지요.


쎄바님의 댓글

쎄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Sehr interessant!
전 어릴 때부터 이 표현의 어원이 궁금했었는데 단 한번도 찾아보려고 한 적이 없네요.
구라파의 중세시대에 귀족들이 왁스칠하고 다닌거 상상해보았는데 피부가 숨을 못쉬어서 엄청 답답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dickes Fell이라는 표현은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사람이 쿨하고 상처를 쉽게 받지 않는다는 뜻인데,
방금 사전을 찾은 결과 ein dickes Fell haben과 ein dickes Fell bekommen이 두가 표현이 있는데 뜻이 살짝 다르다네요.
전자는 아무리 짜증날만 한일이 많이 있어도 본인이 화를 잘 안 낸다고 하고(viel Ärger vertragen können), 후자는 "seelisch unempfindlich werden" 즉 상처를 잘 안 받게 되거나 감정적으로? 둔해 진다는 뜻으로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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