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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남자 좀 사귀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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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트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1-09-04 21:45 조회5,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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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처음 독일땅 밟을때는 독일인 친구들 잔뜩 사귀고 걔네들이랑 놀러도 다니고 가끔은 진지한 토론도 하고 한국친구들 못잖은 우정을 쌓는 기대에 부풀어있지 않았나요? 그래서 입에 안맞는 독일 음식도 맛있는 척 먹고 별로 안웃긴 농담에도 재미있는 척 웃어대고 독일 애들 모이는 데 괜히 한 번 끼어도 보고 뭔소리인지 이해가 안가는 신문도 뒤적여보면서 대화 거리 찾으려고 애쓰고...여러분들 그런 시도 해보지 않았나요? 기왕 독일땅에 왔는데 또 한국 사람이랑 어울리고 싶은 사람 누가 있어요? 결국 말통하고 정서 통하는 게 한국 사람이라 어울리게 되지만 사실은 그보다는 독일 친구가 더 사귀고픈 게 아닌가요?

근데 왜 친구는 되는데 남자 친구는 안되는 거죠? 그 나라 이성을 사귀면서 하루종일 붙어다니고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같이 하고 살도 섞고 그러면서 책에서는 못배우는 걸 배우고 체험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사대주의, 인종주의라구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한국 여자 개개인의 사고 방식을 탓한다고 끝날 게 아녜요. 우리 한국 사람들 미의식이 서구적 미를 우선으로 쳐주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키크고 얼굴 윤곽 뚜렷한 독일 남자들이 잘생기고 섹시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얘네들은 어려서부터 남녀 합반에서 크다보니 여자 대하는 법이 더 세련되었다구요. 한국 사람들은 청소년기에 격리되어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자나 여자나 서로를 지나치게 이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대학 첫 미팅때의 그 어색한 분위기를 잊을수 없군요). 그리고 독일 남자 사귀면 재밌어요. 무뚝뚝하다고는 해도 한국 남자만큼은 아니어서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고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애정표현도 해주고. 로맨틱하죠. 이런 저런걸 떼놓더라도 일단 외국인라 신비하고 호기심이 가잖아요.

여러분들 가끔 그런 얘기 하죠? 독일인들은 논리적 사고가 발달했고 합리적이라 토론을 해도 말이 잘 통한다고. 어울리는 와중에 독일어 외에도 배우게 되는 거 많다고. 같은 한국 유학생들끼리 몰려다니는 것보다 독일 친구 사귀는 게 훨씬 유학 생활에 도움된다고. 그런데 독일 친구를 선호하는 건 괜찮고 독일 남자를 선호하는 건 안되나요?

한국 여자 유학생들은 한국 남자 유학생만 사귀어야 하나요? 수적으로 따져도 여긴 독일이라 독일인이 더 많은데, 그래서 독일 남자 사귀는 쪽이 더 선택의 폭도 넓고 경우의 수도 많은데요? 아니면 사실은 여자들이 남자 밝히고 연애 하고 다니는 꼴 자체가 보기 싫으신건가요? 학생이니까 공부만 해라, 네 나이가 방년 스물이든 스물 다섯이든 학생 신분이니까 절대 남자 신경쓰지 마라, 이거에요?

'진짜 서로 좋아 사귀는 거면 누가 뭐라 하냐, 그놈의 사대주의 때문에 독일 남자 추종하는 게 문제지'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죠. 하지만 정말 연애라는 게, 인간 관계라는 게 아무 조건 없이 성립될 수 있는 건가요? 처음 본 순간부터 눈에 뭐가 씌어 미친듯이 좋아하는 게 아닌 이상 상대방 재력이나 학벌, 집안 분위기, 관심사 이런 게 나랑 맞는 수준인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계산하고 또 얘랑 같이 어울리면 어떤어떤 점이 좋고 그런거 생각하며 지내다가 충분히 정이 든 다음에야 상대방 모자란 점까지 다 감싸주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 거 아닌가요? 누구나 가능하면 내눈에만 멋진 게 아니라 남들 눈에도 그럴싸한 애인을 원하는 거 아녜요? 대체 어디까지가 계산적인 인간관계고 어디서부터가 진실한 관계일까요? 그걸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독일 남자 하나 갖고 머리 끄댕이 싸우는 게 추했다구요? 그럼 그렇게 추한 꼴을 보일 정도로 그 남자애를 좋아한 거라는 생각은 안드세요? 오죽했으면 자존심 팽개쳐가며 그런 광경을 벌였겠냐구요.

그리고 독일 남자애들한테 별 관심없는 한국 여자 유학생들은 사대주의자가 아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사실 남자나 연애 자체에 생각이 없는 경우에요. 얘네는 한국 있을때 한국 남자에게도 통 관심 둔 적 없다구요. 아님 한국에 너무너무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두고 왔거나. 지금 독일 남자애들에게 열올리는 애들, 그러다 한국 돌아가면 다시 한국 남자 찾을거에요. 독일 남자 아니면 안되는 게 아니라 원래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데 그러다보니 그 중 조건이 괜찮은 독일애들에게 눈이 돌아갔던거죠. 이건 어디까지나 적성 문제에요. 연애에 적성과 취미가 있는가 없는가.

/09-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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