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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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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교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12-31 05:52 조회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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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제목을 달았지만, 저는 사실 그 해의 마지막 날을 벌써 수십번도 넘게 맞아봤습니다.  언제나 같은 느낌이죠.  회한과 반성과 희망.  나이를 먹어가면서 적어도 새해를 기쁘게 맞게 되는 일은 점점 드물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해라는 것은 물론 우리가 만든 날짜를 기준으로 생겨나는 겁니다만, 그래도 동물들처럼 계절만 느끼면서 살기보다는 뭔가를 시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일년이라는 기간은 우리에게 많은 다짐과 반성을 주는 마무리와 새출발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베리니까 베리의 얘기만 하자면, 올 한해에도 베리에는 많은 좋은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많이, 아주 많이 배웠습니다.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언제나 베리에 오면 푸르고 크게 자라는 나무들을 만나는 기분입니다.  성장이 멈추었다고 생각하는 나이의 저는 베리에 오면서부터 아, 내가 다 자란 나무가 아니구나, 아직도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여전히 자라고 있는 나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맞는 분들도 계셨고, 서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은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은 분들은 또 새로 그분들만의 사이트로 옮겨가시기도 했습니다.  더 섞어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또 마음에 맞는 분들끼리 새로운 사이트를 만드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도 기쁘실 테고, 남은 분들도 불필요한 소모성 논쟁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죠.  많이많이 발전들 하시기를 언제나 바랍니다.

베버였던가... 울타리 개념으로 인간 사회를 해석해보신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인간 사회를 규정하는 외연들은 얼마나 많은 것인지... 나-형제-부모-가족-친족-회사 또는 학교-지역-국가-아시아-지구촌.... 이렇게 외연들은 넓어지고, 넓어질수록 옅어지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겠죠.  그러다가 가끔은 베리라는 외연을 생각해봅니다.  베리가족들은 어느 정도의 외연으로 어느 정도의 농도로 맺어져 있을까... 독일에서든 한국에서든, 혹은 또 어느 나라에서든, 우리가 만난 사람이 같은 베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반가울지, 혹은... 얼마까지의 돈을 빌려줄 수 있을지(^^)를 가끔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독일에 가서 베리 분들을 만나면 제게 얼마짜리 밥을 사줄 것인지, 잠은 재워줄 것인지, 통역을 부탁하면 좀 싸게 해주실 것인지...등등.

뭐, 답은 금방 나옵니다.  제가 한국에서 베리가족을 만나게 되면, 제가 평소에 먹는 밥 정도는 사드릴 예정이며, 누추해도 괜찮다면 잠자리 정도는 제공할 예정이며, 통역(?)은 필요없을 테니까.... 정도의 생각은 하고 있으니까요. (언젠가 리사마리님은 제가 독일에 가게 되면 부엌에서 정도는 재워주겠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얘기가 또 길어지고 있군요.  일년의 마지막 날, 일부러 회사에 나왔습니다.  제 방의 청소는 제가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저혼자 청소기 돌리고, 서류 정리하고, 걸레로 책상을 닦았습니다.  난방이 안되어서 추웠는데, 그거 잠깐 하고 나니까 땀이 펄펄 납니다.  평소에 청소해주시는 분께 제가 미안해지는 시점입니다.

그런 후에 컴을 켜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베리에 들어왔습니다.  올해의 인사를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비겁하지 않을 용기와 비겁해질 용기를 소마님과 길벗님이 언급하셨네요.  서로 반대의 표현을 쓰셨지만, 결국 '용기'에 관한 말씀들입니다.  저는 앞에 어떤 것을 붙이지 않고, 그냥 '용기'를 생각해봤습니다.  적어도 두분은 '솔직해지는 용기'를 가지고들 계십니다.  저는 그것마저도 모자라지 않는가 반성을 했습니다.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 아마 거기서부터 우리의 '용기'는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얼마나 솔직했는지....

이제 마무리입니다.  여러분들, 새해에는 복을 엄청 많이 받으십시오.  가족들도 모두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일에도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셔서 꼭 성취하시고, 돈도 많이 버시고.... 내년의 마지막 날에는 모두들 더욱 기뻐하면서 더 자란 나무들이 되어 계시기를 빌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제가 로또 1등에 빨리 당첨되도록 빌어주십시오.  당첨되면 바로 베를린으로 날아가서 한턱 단단히 쏘겠습니다.

나이는 먹어도, 늙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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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65happy님의 댓글

365happ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빌려주고 싶어도 빌려줄 돈은 없지만,
평소 먹는 것 이상의 한 끼 식사를 대접해 드릴 수 있으며,
잠을 재워 드릴 수는 없지만, 잠을 잘 수 있는 곳은 찾아드릴 수 있으며,
통역을 부탁하신다면 종류에 따라서는 공짜로 해드릴 수 있습니다.

쉬어가는 그늘과 세찬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시는 큰 나무 같으신
팬교주이 빠른 시일 내에 로또 1등에 당첨되시길 빌어 드립니다.
(하지만 당첨이 되시더라도 결과는 숨기시기 바랍니다.)

잘 생긴 외모에만 그냥 만족하시고,
나이는 먹어도 늙지는 않는 것은 포기하시고
같이 Kobold 님의 꿈이나 따라 갑시다.
"나이 잊고 사는 즐거운 할아버지/할머니가 되는 것."

오늘은 청소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추천 1

toscana님의 댓글

toscan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로또에 당첨되시면 도둑맞을 우려가 있으니 절대로 소문내지 마시고
은행에 넣으시고 독일 오셔서 베리 회원님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요,
독일까지 오시는 김에 그 옆나라까지 들리셔서 토스카나 지방의 "인간의 평온'을
온몸으로 들이 마시고 "와인의 길"에서 이탈리아의 와인에도 취해 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마음의 평온을 얻으러 이곳으로 이주해서 와인에 취해 살거든요.

급하실것 없으니 (앞으로 살아야 할날이 창창하신데)
좀 더 늙으셔서 아이들 다 출가시키신후 사모님과 다정하게 둘이 함께 오시면
더 좋습니다.
아마도 저는 여기서 뼈를 묻을것 같으니 살아 계시는 동안 언제고 오세요.
저도 식당의 식탁밑에 주무실 공간이 있으니 재워 드릴 수 있습니다^^

나이 먹는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는데, 이제 해가 넘어갈 때마다 슬슬 나이 먹는게
겁나기 시작합니다. 할 일은 많은데 해 놓은게 없기 때문에.

멋진 새해 되시길 팬교주님과 모든 베리분들께 기원합니다.

저도 이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청소를 한바탕하고
비빔밥을 먹어야겠어요^^


Blackmarket님의 댓글

Blackmark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로또 1등 당첨되면 베를린에만 오시지 말고 옆동네 브레멘에도 오셔서

자장면이나 한그릇 사주세요.

올해의 마지막날을 축하하며

여러분,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 라면먹으러 갑니다.


365happy님의 댓글

365happ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여기서 '베를린'이라 함은 '베를린 리포트'라고 이해 됩니다.
그러니 로또 당첨이 되어 이 많은 베리식구들에게 단단히 한턱씩 쏘고 나면
당첨액이 모자랄지도 모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니 자장면 한그릇으로 끝나는 BM 님은 많은 복을 지으시는 겁니다.
라면도 한국에서 금방온 건가요? 염장!


Blackmarket님의 댓글

Blackmark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그렇군요...많은 복..자장면 한그릇...

머리속에 왔다갔다 합니다.

원래는 라면을 먹으러 가려고 했으나... 그냥 쥔집 부부의 제안으로

다같이 독일식 샐러드 먹고 왔습니다.

맛있어요!

p.s 이러다 저 악플신고 당하는거 아니에요?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의 집에서 가장 좋은곳이 부엌 이라고 제 남친이 항상 말합니다.
그곳에 큰 냉장고에 모든 맛있는 것이 다 들어 있습니다.
아예 그곳에서 잠을 자기를 제 남친도 원하는듯 ....

팬님 복권 당첨 되셔서  그 돈 모두 가지고 독일 오시면 제 부엌 어디에 보관하실수 있는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 고양이게게 생선을 맞긴다는 한국속담이 있던가 없던가 ? )


Blackmarket님의 댓글

Blackmark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제가 얼마전에 리사마리님이 팬님 오실때를 항상 대비하셔서

냉장고 가장 깊숙한곳을 비워두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다른소문은 팬님이 가지고 오실 돈을 위해 숙성저장이 가능한 김치냉장고도 사실까 하신다는..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저런 소문이 벌써 나버렸네요.
아닌게 아니라 커다란 통에 돈과 김치를 함께 버무려 보관할 생각이었습니다.
나중에 돈이 필요하면 김치를 세탁기에 넣으면 됩니다.
(남친 옷 빨면 꼭 주머니속에 돈과 함께 빠는데요 . 뭘 .)


디디님의 댓글

디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도 청소를 했습니다.

바가지에 치약과 세제를 넣고, 따스한 물을 넣은 다음에

빡빡 물걸레질을 했습니다.

비비와 미미가 난리를 쳐서 화장실에 가둬 놓고, 여기저기 청소를 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했더니,
새해 첫 날부터 몸살이 날 것 같아,

바깥에 나가

사과와 귤도 사왔습니다.

제가 행복해야, 남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07년도에는 기.꺼.이. 행복하도록 하겠습니다.

팬교주님도 꼭!!!


까망머리앤님의 댓글

까망머리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팬교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꾸는 돼지꿈 중 몇개 그냥 꽁짜로 드릴테니까,
로또 일등당첨되셔서 독일오시게 되면, 더두 말고 덜두 말고
딱 50퍼센트만 떼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저도  팬교주님의 미모에 아무리 시기심이 북바쳐도
과자만들어놓고 얼굴찌르는 일은 하지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대신, 배불뚝이 과자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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