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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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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5-08-12 07:05 조회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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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생각.

깊은 생각이란, 얕은 생각이란 사건이나 현상 등에 대한 고민의 수위를 뜻하는 것일 게다. 사회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받아들이고 고민하는 정도에서, 그 찰랑이는 수면 위를 가볍게 찰삭이고 있는 것을 얕은 생각이라 한다면, 그 정도의 수심이 깊어서, 특히 타인에 대한 배려의 차원이 남다를 때 우리는 ‘깊은’이란 표현을 쓴다.


‘얇은’의 반의어를 ‘두터운’이라 한다면 그것은 살짝 비틀거나 손가락 끝으로 살짝 튕기기만 해도 찢어질 성질에 대한 표현이겠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무엇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는 구별되는, 감정이나 기분에서 반동되어진 짤막한 생각의 표현정도가 아닐까.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흔히 ‘색이 얇다’라는 표현을 한다. 그렇다면 그 반의어는 무엇일까, 두터운? 깊은? 중후한?..

물감을 두텁게 바르면 얇은 색감이 아닐까? 도화지를 비추는 투명한 색감은 얇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관조자와의 소통이라는 전달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견고한 표현력에 의존한다.


상념.

도시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버스 안에서 나는 얇은 색감을 지닌 마블링이었다. 회색 시멘트 건물에 담담하게 걸려있는 간판들과 그리 요란하지는 않지만 끊이지 않는 소음들과 느리게 혹은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그들을 실은 교통수단들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들과의 견고한 매듭을 끊어버린 채 불안한 비행을 하고 있다. 중심과 목적을 잃은 채, 비대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작은 혹은 너무 가늘고 긴 날개를 허우적이며 마치 비행이 아닌 추락을 거부하는 가련한 몸짓 마냥 정처 없이 떠돈다. 도시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버스 안에서 그 비행이 얇은 상념을 지어낸다. 누군가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내 이름을 부르면 한 순간에 흩어져 사라질 손바닥만한 얇은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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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가을님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흐흐흐..
그대가 나비의 날개처럼 찢어질 듯 불안하게 상념하거나
종이의 날개를 가지고 하늘로 비행하거나
사월의 프라타너스 새순처럼 얕은 잠이 들거나
얇거나 얕거나 엷거나
형용사로는 나타나지 못하는 그대 속의 것들이 있지.
투명한 그대의 뇌막이 들여다 보여.
불투명한, 투명도 34.5%의 커텐을 친  그대의 영혼이 들여다 보여..
나댜님, 건강하게 사세요. 잡념에 항복하지 말고,,, 흐흐흐..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나댜님
제일 중요 한건 님의 손 이에요. 무리하지 마세요.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거 있지 마세요.      emoticon_045  emoticon_075


가을님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흐흐흐..란 뭔가 음침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아주 음흉하고 간교한 웃음..
손 뒤에 송곳이나 손도끼를 감춘 늑대 같은 웃음..흐흐흐...
홍홍홍~ 이란 귀여운 웃음은 어째 영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ㅡㅡ;;
그래서 신림동 도토리묵파 보스 같다는 이야기를 다시 듣더라도 이 몸은 계속 흐흐흐..를 연발하겠나이다..  왜 꼽습니까, 나댜님? 흐흐흐...


가을님의 댓글

가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아..
같은 흐흐흐인데, 저건 밝지 않고, 이건 밝게 느껴지셨나요?
...
음, 대단한 감각이시군요...
어떻든, 그대가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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