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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호루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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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4-08 22:02 조회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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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의 벗님들, 안녕하세요. 지난 겨울 갖가지 고약한 전염병이 돌았는데 건강 잘 지키셨는지요.

다시 봄이 되었습니다. 우리 동네 벚꽃은 지난 겨울에 한 서너번은 피었다가 지더니 이제는 제철을 맞아 제대로 좀 붙어있는 것 같습니다. 예년에 비해 좀 앙상하긴 합니다만. 날씨가 정말 이상해져서 식물도 많이 헷갈리는 듯합니다.

다시 4월이 왔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올해로 9주기를 맞았습니다. 9년이면 강산이 변하기 일보직전이겠지요?

9년 내내 외쳐온 세가지 의문 "왜 침몰했나? 왜 구하지 않았나? 왜 숨기려고 했나?"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 대답을 들으려고 저희가 여기서 어떤 일을 더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팽목항과 목포신항에는 4월의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뮌헨 사람들도 현수막을 하나 보탰습니다. 일년 내내 잊고 살다가 돈 조금 내서 쉽게 하는 일이라고 폄하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멀거나 가까운 이웃들이 "우리도 여기 있어요"하며 보여주는 소소한 관심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고 믿습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 고 채현국 옹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남이 아플 때 직접 구해주진 못하더라도 아픈 사람 여기 있다고 소리는 질러줘야죠, 함께 못하더라도 호루라기는 불어라 이거죠. 같이 맞아죽지는 못해도 그 정도도 못하면 내가 부끄러워서 못 살죠."

부끄럽지 않으려고 9년째 하염없이 현수막도 걸고 멀리서 위령미사도 올립니다. 세월호 9주년 위령미사는 4월 16일 18시에 뮌헨 시내 한 복판에 있는 St. Michael 성당에서 진행됩니다.

주소: Neuhauser Str. 6, 80333 München

저희는 왼쪽 앞줄에 앉아 있으니 늦게 오시더라도 되도록 앞쪽으로 오셔서 같이 미사드려요. 신부님께서는 매년 위령미사 때마다 저희와 눈 맞추며 위로하고 격려해주십니다. 부디 많이 참여하셔서 위로 받으시기 바랍니다.

뮌헨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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