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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과 R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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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06-30 04:12 조회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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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야, 동철아, 내 참 미치고 환장할 일이야. 니도 알다시피 내 적지 않은 책들이 필요해 수시로 대학도서관에서 빌려 보곤 하는데, 주문한 책들을 찾을 때 내 이름을 대야 해. 물론 영자 이름으로. 주문한 책들을 주문자들의 성 알파벳을 기준으로 정리 보관되어 있거든. 그래 내 성을 말했더만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대뜸 L자로 가는 게야. 그래 내 아니요 R자로 가셔야 해요 하고 외칠 수 밖에. 그랬더만 그 사람 내게 다시 한번 묻더만. 그래 내 성을 또박또박 - 내딴엔 - 말해 주었지. 근데 어라, 이 사람 왈, 그것 봐라, 당신 스스로 L자를 말하지 않느냐 되려 따지더란 말이야. 결국 아니요, 내 성은 L자가 아니라 R, 즉 Richard 의 그 R자로 시작합니다 하며 장황하게 설명 아니 해명을 해야 될 판이었으니... 이런 해프닝이 지금까지 한두번이라면 또 몰라, 거의 매번 되풀이 되고 있으니 이젠 성질이 나. 문제야, 아주 심각한 문제.

오늘:

며칠 전 말했던 R자 발음 말이야, 그 날 저녁 한 독일친구한테 사정 얘기를 했더만, 빙그레 미소를 짓더만. 하는 말이 니 귀엔 R과 L의 발음이 하등 차이가 없이 들릴지 몰라도 독일인들 귀엔 분명 차이가 있다 하더만. 자기가 알고 지내는 일본인들 또한 곤혹스러워 하는 문제거리라고 슬쩍 위안까지 해 가면서 말이야. 어쨌든 차이가 있다는 게야. L은 짧게 끊는 듯 내치는 발음이라고나 할까, 반면 R은 길게 끄는 듯 혀를 조금은 굴려야 한다더만. 그러니까 르르르르르 하며 혀끝을 올려 목구멍에서부터 소리를 잡아 끌어 당겨야 할게야. 이거 연습 없으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내 뒷덜미를 팍 치는 게야. 그래 일 주일간 시도 때도 없이 측간에 앉으나 거리에서 걸으나 이 연습에 골몰했어. 소리를 내야 하니 적지 않은 거리 사람들이 보냈던 이상해 하는 눈짓을 감수해야 했지.

그런데 오늘 말이야, 아까 참에 도서관에 가 어제 주문한 책을 찾고자 했는데, 내 성을 아주 차분히 말해 주었지. 그랬더만, 오, 그 사람 L자로가 가지 않고 곧장 R자로 가는 게야. 그 순간 너무 기뻐 환성을 질렀어. 일 주일간의 그 집중 연습이 효과를 본 셈이잖아. 나도 R을 제대로 발음할 수 있다는 반증 아니겠어.

무슨 영문인지 몰하 어리둥절해 하는 뭇사람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의기도 당당히 어깨를 쭉 펴고 거리를 활보했지. 르르르르르 하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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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그런 일들이 있군요 ^^

그런데
이 R 는 나라마다 ,아니 지역 마다 다르지요. 휴.
 독일내에서도 이탈리아 사람처럼 발음 하는 바이언 사람들과 북쪽 사람들 R 가 다르잖아요.

저는 지난 번에 한국 갔을때 주위 에서 제가 한국어 발음 할때
" 바람이 분다 " 하지  않고 " 바감이 분다 "
" 얼음 식혜 " 를 " 어름 식혜 " 라 하지 않고 " 어금 식혜 " 라고 하더 랍니다.
 독일식 R  가 한국에 ㄹ 에 넘어 가면서.. ㅠㅠ

프랑스어의 R 와 동구권 언어들의  R 는 완전히 딴 발음 이고.
영어와 미어 에서도 다르지만 영국내에서도 남쪽과 북쪽이 달라서
지난 4월 달에 몇 주일간 Schottland 갔었을때 그사람들  R 발음은 , 껌을 한 다섯개쯤 입에 넣고 발음 하는 미국식 R 와 달리 거의 독일식 R 이라 제가 알아 듣기도 쉽고 발음 하기도 쉽더군요.
굳이 한국 말로 적어 보자면 centry 를 미국식으로 '쏀츄뤼' 하지 않고 독일 사람이 영어 하듯
'쎈트리 ' 하더라고요 !

중국 사람들은 Derick 을 ' 델릭 " 이라 한다고 독일사람들이 웃고 일본 사람들은 Cola 를 '코라' 라 한다고 미국 사람들이 웃고 , 그래도 한국어에는 그 두가지 발음이 다 있어서 아주 실용적 입니다.

그런데 서동철님 딴 애기로
저는 개인적으로  가끔 외국어를 한국어로 표기 할때
V F W 이런걸 모두 ㅂ 로 적어야 하는게 좀 답답할때가 있답니다.....


서동철님의 댓글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가끔씩 경험하곤 하는데 한국사람들의 대화가 웅웅대는 소리로 들리고 오히려 독일사람들의 대화가 귀에 또박또박 들리는 경우가 있더군요. 뭐 그날의 심기나 날씨 등의 변수가 작용했으리라고 봅니다만...

나중에 말씀하신 ㅂ 표기에는 좀 무리가 있네요:
우선 영어식 발음 표기는 V-ㅂ, F-ㅍ,  W-오, 우 가 맞을 듯하고
독일식 발음 표기론 V와 W는 ㅂ,  F는 ㅍ이 맞겠지요.
그런데 이 때의 ㅂ 발음, 입술 깨무는 이 발음을 옛 우리 한글은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를 잃어버린 셈이지요.
건강에 참 좋은 발음이라 카던데...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꺅 !
서동철님
제가 너무 간단히 표현을 해버렸습니다. ^^
 제 원래 의도는 입술을 붙이지 말고 발음 을 해야할 F V 등이 한국어 에서 입술을 붙이고 발음 하는 것으로  표기 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어 하다가 저렇게 간단히 써 버려 가지고 ^^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과거에는 그런 발음이 있었다던데 ㅡ 용비 어천가 에서도 봤습니다 .
왜 사라 졌을까요 ... 궁금...


팬교주님의 댓글

팬교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L과 R은 분명한 음가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도 금방 알 수 있죠.  다만 구분을 안하고 모두 'ㄹ'로 쓸 뿐이죠.  아주 쉽게 구분하는 법이 있습니다.

1. L은 설측음이라고 합니다.  혀의 옆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이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혀를 입 천장에 대고 'ㄹ'을 발음하면 됩니다.  한 번 해보세요. '엘'이라고.

2. 'R'은 설전음이라고 합니다.  혀를 굴린다는 뜻이죠.  이 소리를 내려면 혀를 입 천장에 대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혀가 굴러갑니다.  일부러 ㄹㄹㄹㄹ 안 하셔도 자동입니다.  한 번 해보세요.  '아 ㄹ'라고 될 겁니다.

* 옛날 2차대전 직후에 일본군들이 미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때, 이 일본군이 조선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를 구분하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즉, 'Hello'를 발음해보라고 시켜서 헤로우라고 읽으면 일본인, 헬로우라고 따라하면 조선인이나 중국인 징병이다 라고 판단했다는군요.  거기서 다시 r 발음을 시켜 보면 중국인은 r발음을 잘 못하고, 한국인은 r과 l을 모두 발음한다고 구분했답니다.

ㅂ에 관해서는 원래 훈민정음을 만들 때, ㅂ밑에 ㅇ을 붙인 것이 영어의 V 발음이었습니다.  이름을 뭐라고 했던가 잊어먹었는데, 필요하시면 검색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표기하면 사실 F 발음도 ㅍ밑에 ㅇ을 붙여서 가능하리라고 보는데.... 영어로 z에 해당하는 것도 있었죠.  전에 말씀드렸는데, 삼각형을 표기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한글 자음입니다만.  결국 세종대왕 당시의 음운학이 지금보다 표기와 발음에 더 신경을 썼다는 뜻이 되나요.

흔히들 구분 못하는 발음에 'ㅐ'와 'ㅔ'가 있습니다.  이것 역시 구분이 됩니다.  구분하여 발음하는 방법은.... 또 퀴즈로 남겨둘까요.  - 요샌 퀴즈가 인기가 없으니 그냥 말씀드리죠.  'ㅐ'는 'ㅏ'에서 나온 발음이므로 입 모양을 'ㅏ'로 만들어서 읽으면 됩니다.  'ㅔ'는 'ㅓ'에서 나왔으므로 입 모양을 'ㅓ'로 해서 읽으면 되죠.  해보시면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 가끔씩, 희망사항을 뜻하는 말로 '바램'이라고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래다'는 세월이 지나서 색상이 옅어지거나 흐려진 경우이므로 '바람'이라고 쓰는 것이 정답입니다.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라고 쓰셔야 합니다.  우리말에는 'ㅣ'모음을 첨가하면 발음이 편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이'를 '~쟁이'라고 발음하면 발음이 쉬워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옵니다.  아마 그래서 '바람'을 바램이라고 잘 쓰는 것 같습니다.

*** 얘기 나온 김에 "이 자리를 빌려"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죠.  분명히 "빌려"가 정답입니다.  흔히 "이 자리를 빌어"라고 쓰는 분들이 있는데, "빌다"는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므로 "빌려"라고 쓰셔야 합니다.


이치님의 댓글

이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순경음 비읍, 순경음 피읖 뭐 이렇게 불렀죠. 이 순경음들이 15세기 조선어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민간어원설에 가까운 설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당시 경기도 말에는 이 순경음들이 없었는데, 또는 진작에 사라졌는데 훈민정음 작업 및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같은 출판 작업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학자가 경상도 출신이라 그들의 사투리를 반영하다 보니 이 순경음들을 사용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금도 경상도 사투리에 이 발음들이 남아 있다나 뭐라나... 예를 들면, 으려버(어려워), 반가바서(반가워서) 따위, 아무튼 그렇다는 설이 있습니다.

f 발음과 v 발음의 표기에 대해선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 발음들이 각각 "ㅍ"과 "ㅂ" 발음과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1926년에 발표한 정지용의 시 "카페 프란스"가 좋은 예가 되겠는데, "카ㅇ페 ㅇ프란스"로 표기해서 이 "ㅍ"이 /p/로 발음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까지 /f/와 /v/ 발음에 "ㅇ"을 넣자는 주장이 있었습니다만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요.

좀 다른 얘기를 덧붙이자면 움라우트화한 a 즉 ä의 발음은 "ㅔ"보단 "ㅐ"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ㅐ"가 "ㅏ"와 "ㅣ"로 구성되어 그 자체로 움라우트 현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구요.


이치님의 댓글

이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제 경우엔 L과 R 발음보다도 C와 T 발음을 더 헷갈려 하더라구요. 제가 발음하는 C와 T는 제 귀에는, 그리고 다른 한국분들 귀에는 분명히 다르게 들리는데, 유럽 사람들 귀에는 똑같게 들리는 모양이더라구요. T가 아니고 C, 체자레의 C라고 하니까 테자레가 뭐냐고 다시 물어보는 일까지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티비를 보는데 해설자가 어느 축구선수 이름을 말하면서 "아'테' 밀란"에서 뛰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서 한참 웃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분명히 C가 아니라 T로 들었는데, 유럽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C로 들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산책님의 댓글

산책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저도 C를 불러줄 경우 사람들이 T로 알아 들어서 황당했었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요.
이 발음도 정확히 구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eiche님의 댓글

eich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서동철님의 경험에 백번 공감합니다.
전 언어와 관련된 학과가 아닌데다가 언어의 섬세함을 무시하고 뜻만 통하면 된다는 대충주의의 성격이라 L은 천정에 혀를 붙이고 발음하고 R은 영어처럼 천정에 혀를 안 붙이고 발음해 왔었는데, 몇년 전에 우연히 제 처로 부터 정확히 발음하는 법을 배웠었습니다.
물론 R발음은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발음이라서 배운지가 몇년이 되는데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직도 영어식 R발음이 나오는군요.

한글창제당시에 순경음ㅂ에 대해 그런 사연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전 경상도출신이라서 고등학교때에 고전수업시간에 옛발음의 변천에 대해서 시험문제가 나오면 백이면 백 다 맞았습니다. 시험치다가 혼자 조용히 발음해보면 다 나오거든요.
지금도 평소에 더울때에는 "아이고 더버라"라고 발음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순경음ㅂ을 평소에 잘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독일어로 말할때 w을 잘 발음못합니다.
특히 BMW를 발음할때에는 혀가 꼬여가지고 난리도 아닙니다.
제가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는 해괴한 현상인듯 합니다.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그래서 한국 분들이 가끔
 ' 베엠베' 라고 발음을 하시 더군요.
독일 사람들이 도대체 그게 뭔가 하고 ^^
 그런데 요번에 한국 가서 보니 다들 ' 비 엠 더블류 ' 라고 하시 더군요. 영어로 하다보니.
어떤 분은 벤쯔니 메르체데스가 한국서 유명한 독일 차라나요 . 거기서 혼동이 생겨
BMW 가 Mercedes Benz Wagen (원래는  Bayerische Motor Werke ) 인줄 알았다나.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서는 실제로  Mercedes 가 BMW 보다 더 수준 있는차로 통 한다더군요.
 통계를 보니 한국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외제차는 BMW 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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