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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사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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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5-06 23:28 조회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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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란의 주동 세력

이번 주동세력이 누구였는가는 집회현장에서 확인된 셈입니다. 먼저 탄핵서명의 주동자가 어느 평범한 고등학생임이 밝혀졌고, 인터넷을 통한 집회정보의 빠른 확산의 주체들은 바로 여중고생들임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정치세력들의 깃발과 구호를 철저히 거부했으며, 비폭력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앞세웠습니다. 새로 등장한 이 거대한 시위대에 당혹함을 느낀 건 정부뿐만이 아니라 소위 시위의 대부격이라 할 만한 운동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밝고 가벼우면서도 확장력과 원할한 소통을 가진 새로운 시위와 운동을 모색하던 이들도 그들의 발을 맞추느라 황급했습니다. 지도자의 목소리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기존의 시위형태가 늘 비장했다면, 취향에 맞춰 온라인상에 해쳐 모이듯, 한 곳에선 노래를 부르고, 또 어느 곳에선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시낭송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단상에 올라가 거침없이 생각을 털어놓기도 하는 오늘의 집회는 집회라기보다는 축제의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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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판단력

정부 측에선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어린 학생들을 두고 ‘판단력이 미숙한’아이들 이라며 염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국민의 건강과 생명 따위는 내팽겨친 시장주의 탈리반으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는 세력들이 내놓은 반론들 중에 귀담을 만한 건 딱 한 가지 있었습니다. ‘한우도 위험하다’ 거기까진 좋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한우도 위험하니 미국쇠고기 전면 개방하자? 질병이 있으니 질병을 적극 수입하자? 이게 성숙한 판단력인가요? 제가 보기엔 판단력이 미숙한 건 2mb정부입니다.

 

대규모의 시위대가 형성되자 정부 측에선 정치적 배후 집단, 선동자들을 색출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옛날에 하던 빨갱이 사냥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무조건 선동자, 반미 좌익 배후 세력을 색출하여 일단 조진 후 반공의식에 불을 지펴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거지요. 이 모든 건 공포감 조성이란 코드로 짜 맞춰 집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배후세력이나 선동자들은 없지요. 그래도 끝까지 최초 등교거부 문자를 날린 사람을 색출하겠다며 안달입니다. 2mb정부는 이걸 알아야 합니다. 이런 공포감 조성으로 흐지부지 위기를 넘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지난 대선과 총선에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표를 던졌거나 그렇게 되도록 방관한 것엔 ‘설마 과거로 회귀하진 않을 것’이란 믿음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2~30년 후퇴한 정부의 공포감 조작 뻘짓은 국민의 가슴에 뼈저리게 심어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국 그대들이 껴안는 거예요. 이 판단력 미숙. 이번 시위 중엔 그런 발언도 있었다죠, ‘2mb이 광우병에 두려움이 없는 건 어차피 뇌 용량이 2mb이니’

 

판타지

‘교과서는 판타지가 아니다, 우리가 사회과목에서 배운 복지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이번 시위 중에 나온 한 여고생의 발언이었습니다. 이 어린 학생들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그들이 결코 하찮은 괴담에 휩쓸린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공기업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를 얘기하고 교육자율화와 대운하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습니다. 한참 예민하고 풍부한 감수성의 나이에 입시 경쟁에 심신을 몽땅 포박당한 여학생들에게 있어서의 삶은 불만과 불안 그 자체입니다. 어린 학생들은 그것을 무분별한 일탈로 해소하지 않고 구체적 사회비판으로 관철했습니다. 그 사회비판이란 공허한 이념 어휘가 아닌, 오늘과 미래의 나 자신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는 현실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었습니다. 도덕과 윤리와 사회 교과서등을 판타지로 만들어버린 정부, 2mb은 거리에 쏟아져 나온 여중고생이 괴담과 정치적 배후에 선동된 미숙한 판단력의 존재라는 판타지를 믿고 싶을 겁니다.

 

광우병 논란

여러 근거 부족한 괴담?을 근거로 정부측은 자신을 정당화하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따져야 할 것은 ‘명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명확한 것’이 무엇인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질병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여기서 정부가 택해야 할 것은 예방우선의 원칙이죠. 이번 졸속굴욕협상은 이 예방우선의 원칙을 무시했습니다.

 

광우병 발생원인은 대충 육골분으로 결론 나고 있습니다. 즉, 적은 비용으로 빨리 살찌우기 위해 초식 동물을 육식으로, 나아가 소에게 동족 소를 먹여 키운 것이죠. 이건 자본주의적 식품생산 방식이 몰고 오는 필연적 결과입니다. 현재 광우병에 가려진 유전자 변형 옥수수 문제 또한 그렇지요. 최소 비용과 최단 시간으로 최대 이윤을 내는 게 자본주의의 최우선 과제이다 보니 윤리 따위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모든 것은 경제적 이익에 짜 맞춰 집니다. 이 비윤리적 착취의 관계는 인간과 인간 사이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란 생태의 문제로 이어지고, 신자유주의로 이름 되는 이 자본주의세계에선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작용합니다. 현재 미국이 쇠고기 수출에 혈안이 된 것도 그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30개월 이상의 처치 곤란한 쇠고기를 이익을 거두며 처분할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경쟁제일, 입시지옥에 몸과 정신을 온전히 포박당한 아이들,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저하됐고, 뼈에 칼슘과 철분은 현저히 모자라고 오히려 영양실조가 늘었다 합니다. 초식동물을 빨리 살찌우기 위해 육식동물로 키우다 미쳐버린 이 세상, 그 보조리함을 아이들은 성장하는 온 몸으로 느끼고 있을 겁니다. 어린 여중고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 어른들 머리로는 해석 불가능의 현상이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그건 어쩌면 추상적 존재 박탈감을 넘어선 육체 그 자체의 문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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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머리앤님의 댓글

까망머리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이씨가 부씨를 만났을 때 부씨한테 불도저라는 별명에 대해 그랬대요.
자기는 컴퓨터를 가진 불도저라고.

그 컴퓨터 용량이 2MB라...

밑에 XX님이 올린 '미친놈들'이란 글제목을 보면서 문득 전에 '미친년이 희망이다'라는 글을 올리셨던 게 생각나서 피식 웃었는데, 미친놈은요? 미친소는요?


XX님의 댓글

XX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미친년은 사랑스럽고, 미친소는 슬프고, 미친놈은 정신 차릴 때 까지 좀 맞아야 겠죠?^^;;

또 누군가 오해할까봐 진지하게 부언설명 하자면요...
미친년은... 세상의 불합리한 폭압에 대항하여, 승산 없는 싸움에 맹렬히 뛰어들었으니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죠. 유관순을 미친년이라 표현한 그 시처럼, 그래서 희망인 것이고, 사랑스러운 것이고

미친소는... 자본주의 식품생산 방식의 피해. 인간이 안량한 수익을 위해 초식동물에게 육고기를 먹인 결과로, 소들의 근육이 망가지고 뇌에 구멍이 뚤려 고통을 받으니, 가슴이 아프고요

친일 역적을 국회의원으로 뽑고, 성 폭력 전과자를 국회의원으로 뽑고, 미국에선 개나 먹는 식품 쓰레기를 돈주고 사와서 국민 입에 넣으려는 미친놈들은 .... 정신 차릴 때 까지 좀 맞아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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