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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잡아주는 매너와 작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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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오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2-04 00:17 조회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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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지낸 지 7년이 넘었습니다.
조금씩 독일식 습관이나 생활방식을 갖게 되는 것은 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뒷 사람이 안전하게 손이나 몸으로 지탱할 때까지 문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또한 소소한 인사가 항상 뒤따르기 마련이죠.

오늘 한국 마트에서 장 보고 나오다, 그에 관하여 조금은 황당하게 느껴지는 일이
있어서 끄적거려 봅니다.

뒤에 계신 남자 분께서 상자에 장 본 물건을 잔뜩 담고 오시기에 문을 잡아드렸습니다.
두 손이 자유롭지 않다보니 문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예상되길래,
이번엔 아예 다 통과하실 때까지 문을 열어드렸습니다.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문 붙잡고 기다리는 제 얼굴을 쓱 한 번 보시더니
본인 차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나가시더군요.
씁쓸하지만 어차피 인사받자고 한 일은 아니니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뒤에 나오는 다른 남자분이 문 잡고 있는 절 보시더니,
이 때다 싶으셨는지 쏜살같이 문을 통과해 가시는 겁니다.
그 분은 손에 든 짐도 없으셔서 본인 손으로 문 잡으셔도 됬을텐데.

저는 무거운 장바구니 때문에 후들거리는 손으로, 그 두 분들 지나가시지 좋게 서비스를 해드렸구요.
그러고 나니 참 제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하하하.

삶이 팍팍하더라도, 상대에 대한 작은 배려와 조그만 감사가 있다면,
조금은 더 즐거운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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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Mohn님의 댓글

Moh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도 이런 배려들이 참 아쉽습니다.
한국에 방문했을 때 큰 아이가 유모차를 타야 하는 어린 나이었습니다.
물론 유모차를 끌고 다녔지만 문 열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뒷걸음으로 겨우 문을 열어 들어갔고.. 저도 뒤에 사람이 바로 오고 있었기 때문에 예의상 문을 잡고 있었습니다. 유모차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요.. 그렇게 저는 한 열분 정도를 통과 시켜드리는 문지기가 되어있었습니다. 누구 하나 그 문을 잡아주려 하지 않고 누구 하나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더군요.
저 역시 고맙다는 얘기를 들으려고 한 일은 아니지만 참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내가 받은 작은 배려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오이님 글을 보니 갑자기 생각나서 저도 보태서 적어봤습니다..

  • 추천 2

평생쟁이님의 댓글

평생쟁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여름오이님 글 공감해요. 한국에서 몇번 그런일이 있고부터 뒷사람 다치지 않을것 같으면 그냥 놔버리게 되더라구요. 한편으로는 독일에서 배려라는 걸 배우고도 이렇게 행동하는 저를 보면 씁슬하기도 했고요.

  • 추천 2

사람님의 댓글

사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문 잡아주는 배려가 "독일식 습관이나 생활방식", 혹은 문화라고는 생각 할 수 없다고 보고 동의 할 수 없네요. 상대를 돕고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꼭 문화적인 것인지, 문화 이전에 좀 더 근본적인 것은 아닌지, 타자를 내면화 하고 공감 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저는 오히려 반대의 경험이 많은 것도 있고,(내 경험범위의 1/x 한국인의 친절 배려 감사, 같은 범위의 1/x 독일인의 배려와 관련된 무감각 이기성) 각각의 상황과 사람의 개별성을 놓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만. 자가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확인의 필요 혹은 사회적 자아가 속한 그룹을 통한 나의 대자적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같은 그룹의 소속자의 행위에 좀 더 예민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여하간 말씀 하신 대로 모두가 이런 배려와, 감사의 표현을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 추천 2

kikikiki님의 댓글

kikikik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해외는 독일만 가보셨나보네요. 독일식이 아니라 북미.유럽국가들과 아프리카 일본국가를 가보았는데 뒷사람위해 문잡습니다.가본나라중에 한국인하고 중국인만 그러지않네요. 오히려 한국은 회전문같은경우 앞에가는데도 젊은아줌마가 밀지를 않고 서있네요 정말 어이없어서 들어가다가  나왔습니다. 어떻해 하는지 보려고 결국에 자기가 뒤돌아보고 밀고 가더군요.

  • 추천 2

yooi님의 댓글

yoo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윗분 굉장히 어려운 단어들로 말씀해 주셨는데, 저도 근 8년간 독일 살다가 항상 한국 가면 느끼는 점입니다. 마트고 어디고 문을 잡아주면 고맙다는 말한마디 없고 딱 이 글처럼 문 열렸을때 자기 나가려고 뛰어와서 미꾸라지처럼 쏙 나갑니다. 뒷사람이 오던말던 문 잡아주는 건 본 기억 거의 없구요. 북적대는 마트에서는 뒤에서 카트로 사람 들이받거나 카트로 발을 깔고 지나가도 미안하다는 말 들은게 손에 꼽습니다. 자기가 사람 친걸 알텐데도요. 저도 물론 한국 살때 그랬겠지만 씁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 추천 3

susane님의 댓글

susa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도 여기 10년 살았지만 독일인들도 쏙 빠져나가는 건장하신 분들 많습니다. 울 아이가 문잡고 있었는데... 한국이든 독알인이든 일반화하지 말고 그냥 그런 케이스니 다음번엔 좋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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