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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설 밤섬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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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균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2-01-16 23:39 조회5,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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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섬에 갔다



패배가 예정된 싸움이 끝난 후,
나는 패배한 자로서,
더는 당당할 수 없는 자로서
밤섬으로 돌아간다
나의 어머니가 나의 태를 묻은 곳
그날 밤 어머니는 개들 짖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 하셨다고 한다
그 후 오래지 않아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마을에는
개들이 그날 밤 태를 먹어치웠다는
풍문이 오래오래 떠돌았다
그놈들은 피묻은 주둥이로
더운 입김 내뿜으며
밤새 내 태무덤가에 어슬렁거렸다고 한다
그후로 나의 삶은 항상 위태로왔던 것
이제 고향
나의 존재가 생겨나고 사라진 곳
그곳으로 돌아간다
거기 나의 태묻은 자리에 누워
나의 상처와 함께 고요히 썩어갈 것이다
개들이여 또 한 번 울부짖으렴
또 한 번 먹어치워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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