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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유학 3년.. 나 아무래도 뿔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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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aris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7-26 09:43 조회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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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4일 -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동이트면 잠이들고, 해가지면 눈을뜨는 뒤바뀐 일상이 시작된지도 한달..
아침 8시에 잠이들어 저녁8시에 눈을떴다.

조금만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컴퓨터에 전원을 켠 순간 머릿속은 비어버렸다.
검은색 바탕에 알 수 있는 단어라고는 Windows Error. . . . . . . . .
정신나간 사람처럼 컴퓨터 앞에 쪼그리고 앉아 Enter와 Esc를 눌러댔고,
2시간쯤 지나서일까.. 드디어 화면이 떴다!

수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두드렸다.
내가 이렇게 미쳐있었던가... 컴퓨터, 인터넷 이라는 것에 대해..

몸에서는 1분마다 아니.. 1초마다 불어가는 살의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러려고 이곳에 왔던가.. 생각하니 갑자기..마음이 .. 좀.. 그랬다...

'엄마가 뿔났다'에 엄마처럼,하루하루 뭘 해먹어야 하는지가
제일 고민이 되어버린 꾸리꾸리한 3년 유학생활..

참 많이도 높고 낮은 산을 오르고 또 올랐었다.
도움을 잘 청하지도 못하고, 혼자 해결해보려는 성격탓인지,아니면 덕분인지..
머리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속에서 독어는 더욱더 빨리 늘어갔다.

그때는 계획이라는게 있었다.
컴퓨터 대신 항상 사전이 있었고, 군것질거리 대신 책을 달고 살았다.

친구들이 미팅이다 소개팅이다.. 동아리 활동이다..
갖가지 상상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대학생활 이야기를 해줄땐 부럽기도 했지만,
나도 너희들이 모르는..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그런 무궁무진한 일들과 경험들을 하루하루 겪고 있다고 마음속에서 외쳤었다. 

하늘을 찌를듯한 자존심에 더하기 하나 해서 욕심까지..
그렇게 해서 비행기에 올라 보란듯이 내로라 하는 학교까지 붙었는데,
자꾸만 다른쪽으로 돌아가는 내 머릿속을 어떻게 다시 돌려야 하는것일까..

그칠줄 모르고 무섭게 올라가는 환율에..
매번 방학때마다 한국을 드나들었던것도 그렇고 해서,
다음학기 시험 준비도 할겸, 자꾸만 달아나려는 마음을 꾹꾹 부여잡았고..
그렇게 나는 지금 라인강을 보고있다.

마지막 레슨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손톱을 길렀었다.
그랬는데 참 어색하고 불편했다.  
다시 또 깎아야지..
흐지부지 마음도, 머릿속의 생각들도 모두 강에 흘려보내야지..
다시 흘러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반복되는 일상에, 잠시 잠깐이라도, 처음 유학길에 올랐었던 그 순간을 잊은
모든 분들을 대신해서, 제마음과 함께 글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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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lieblich77님의 댓글

lieblich77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처음 하는게 컴터...--;;
가끔 중독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네요...ㅜ.ㅜ

2시간동안 화면이 안나오다가 나왔다는건.. 상당히 문제가 있는것 같아요..
언능 복구 씨디 돌리시길..^^


vonarisa님의 댓글

vonaris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아까 답변 남겨주신 분이시네요 :-)
무서워서 컴퓨터를 못끄겠어요..
아무래도 이번기회에 중독성 고쳐질듯..ㅠ


HSYPIA님의 댓글

HSYPI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와!! 글 솜씨가 대단하세요.
흐트러진 제 마음도 다시금 정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듭니다.
많이 느끼고 갑니다. 화이팅 하세요^^ 추천!!!


haki님의 댓글

hak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오랫만에 뱅기타보니 너무 좋군요...
날씨가 좋으니 웬지 울적해져 있었는데 ..동병상련의 묘미..란 참 시간과 거리에 제한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수박님의 댓글

맛있는수박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정보공개를 안해놓으셔서 쪽지가 안보내지네요.
생각하는것과 느끼는것과 많이 비슷하네요
하노버에 놀러 오세요.
말이 잘통하는 친구가 될수 있을것 같아요. ^^;;


vonarisa님의 댓글

vonaris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답변 남겨주신분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조금 나는것 같아요:-)
하노버에는 아직 가본적 없는데.. 꼭 한번 놀러가고 싶네요~


youyou님의 댓글

youyou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도 3년차 되는데 워낙 도움을 잘 청하는 성격이라 독어가 안 느는군요. -_-;;
우리 몸이 정직해서인지, 집중해서 고생하면 그만큼 나중에 쉬어줘야 하는것 같아요.
그간 많이 이루신것 같은데 앞으론 내 몸도 생각해 가면서
스스로 칭찬도 해주고 쉬엄쉬엄 차근차근 정진하시길. :)


청춘예찬님의 댓글

청춘예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캬~~ 오랜만에 베리 와서 ...너무 따땃한글 읽고 갑니다!

도입부의 글을 읽고 전 제가 예전에 쓴글인가 싶을정도로 제얘기인거 같아서 깜짝 놀랬습니다!
저도 아침 9시다되서 잠들고, 저녁 7시반에 깨서 달려나가 우유사고 물사려니 ALDI가 문닫아서
집에 터덕 터덕 걸어오면서 내가 왜 이런 폐인이 되었나,,,,하며 집에 와서는 친구들 싸이를 보면서 향수병을 달래고 ...그러고 혼자 피시방 모드로 밥먹고 하던..

눈을뜨자마자 컴을 키는건 한국유학생들 80%는 그럴겁니다. 그중 저는 컴을 완전 가족처럼 달고 살죠. 매일 이야기를 하듯이...절대 잠재우지 않습니다~ ㅎ

우리가 컴을 하고 인터넷을 많이 하는 이유는...소통을 하고싶다는 어떤 표현입니다.
우리가 아마 한국에 살았으면 이만큼 인터넷을 하진 않았을거예요.전 오히려 독일와서 한국뉴스 더 많이 보고 한국정세 빤히 정말 잘알고 사는걸 느낍니다.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 가끔 컴한테 말도 해요 ㅎㅎ

님의 심정 너무 이해잘가네요... 자연스러운거예요~ 우리힘내자고요

그런데 전 지금은 , 우선 마음을 조금 비웠습니다.

한국인사이에서의 미묘한 경쟁이나 거리감 그런거에도 너무 상처를 잘받는지라,
집에서 브람스 음악이나 들으면서 나의 시간에 만족합니다..
1등이 되겠다던 유학초기의 맘은 사라지고, 내마음만 잘 관리 하고 이땅을 떠나려고요..
그런데 내일 비자 연장하러 가거든요...근데 솔직히 좀 많이 받았음합니다.
이 재미없는 천국.독일이 좋긴 좋은건 아니까요.

우리 모두 다 잘될겁니다~~
독일유학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잖아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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