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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환율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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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chtwerk1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5-26 22:40 조회7,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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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오르고 있다.
 
참 많이도 오른다. 한도 끝도 없다.

이런 식의 환율을 나는 지금껏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한달 생활비로 두 식구를 위해 천유로 남짓한 돈이 필요하다.
이  천유로의 돈이란, 거의 생계유지비이다. 즉 최소한의 돈이다.
이 천유로가 몇달 전에는 130만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160만원이 넘는 것이다

환율이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 수출환경이 좋아질테니..., 라고 생각하며  나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그냥 참고 있었다.
정부에서 이런 환율을 오히려 조장했으며, 어떤 조취도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환율은 더 올라야 한다고 견해를 가지고 있는다나 뭐라나...
오 늘 중앙일보 사설을 보다가 참 이 나라 정부는 하는 일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생이 기울고 여러가지 경제적 위험의 전조가 보이는데 정부에서 경제를 위해 내놓는 방안이 없다고 오랜만에 중앙일보가  들을 만한 소리를 했다.
나는 이 정부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어찌되었든 빨리 이 재미없고 짜증나는 정권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환율이 오르면 환호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정부 탓하자는 것도 아니라,
그냥
여기 베리린에다가 그냥 하소연이나 하고 싶었을 뿐이다.
간소하게나마 계획했던 여름 휴가도 취소했고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기필코 담배를 끊어야 한다면서 충혈된 눈으로 거울을 노려보기도 했다.

나는 요즘 오르는 환율이 제일 무섭다.
머지않아 1유로에 2000원쯤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런 환율 때문에 인생의 중대한 계획을 수정해야 되거나 하지는 않을까?
가령 유학을 포기한다든지...
그 중에 하나가 나는 아닐까...
오 안돼! 나는 한밤중에도 벌떡 일어난다.
까짓 몇 유로 몇 십만원에 이렇게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하게 살고 있는 나는 참 뭘 하는 인간이기에 그 정도도 버텨낼 경제력이 없는 것일까.

어떤 독일어 소설의 첫머리는 대충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뒤숭숭한 꿈으로부터 깨어났을 때, 자신이 한 마리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혹 내가 어느 날 다음과 같은 일기를 써야 할까봐 두렵다.

"오늘 아침 뒤숭숭한 잠자리로부터 깨어났을 때, 환율이 1유로에 2000원으로 변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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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kscrew님의 댓글

kscrew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마지막 문장.........공감합니다.
스트레스받은상황에서 잠자리에 들을려고 했는데 박장대소를 하게 해주었습니다.


햄돌이님의 댓글

햄돌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공감입니다! ㅠ_ㅠ 매일 네이버를 켤때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키게 됩니다. 오른쪽 윗편에 있는 환율정보 때문에요.. ㅠ 안그래도 왜 환율이야기가 없나 했습니다. 환율 이노무자식 ㅠ


시에나님의 댓글

시에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부모님과 일주일에 세네번 정도 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는데...
요새 주 내용이 환율이에요.
환율이 올라서 돈 보내주시는게 힘드실까봐 독일에서 전전 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그져 열심히 하라는 말뿐.
근데 이 나쁜 딸은 코피 터져라 공부는 안 하고...에고. 나이먹어 참~~
2000원대를 육박하면 저는 그냥 인생이 무서워 질것만 같습니다.
소고기도 그렇고 환율도 그렇고... 왜 이렇게 한국은 저에게 시련을 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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