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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첫 중간고사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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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erau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2-26 20:34 조회2,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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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독일에 온지도 1년 하고도 4달이 지나가네요...

 어학원에서 공부할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첫 학기가 끝났다는 사실에

 다시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감탄할 다름입니다.


 보통 절박하다고 느끼거나 그런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만 해당되나 봅니다. 하하핫.



  이러나 저러나 첫 학기를 마무리 지은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역시나 좌절감 뿐이네요.

  사실 시험 준비를 그다지 열심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겨우 여섯개, 프락티쿰을 포함하면 그 두배이지만

  대략 강의당 6~8챕터, 챕터당 20페이지에 달하는 PPT의 양과 교수님들이 정성스럽게 뽑아 준 각각
 
  대략 50여개의 문제 리스트, 그리고 지난 시험 Belege 들때문에 시험에 대해 진즉 포기해버린 제 방만이

  되돌아온거였죠. 이미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기에 '독일이라고 별거 있겠어?' 라고 생각했다가 큰코 다쳤네요.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할 것도 없을만 한데, 벌써 한과목을 nicht bestanden 해버리니

  '나는 누구인가?' 라는 원초적인 질문이 머리속을 꽉 채우네요.

 
  제 과에 외국인은 저를 포함 총 네명입니다. 교환학생으로 온 여학생, 시리아 난민 친구, 그리고 베트남 친구.

  베트남 친구는 1학기 중순쯤부터 보이질 않더군요.

  시험도 치지 않은 걸로 봐서는... 아마 어딘가에서 일을 하는가 싶습니다.


  같이 다니는 시리아 친구는.... 진즉 exmakulitieren 하겠다며 제게 성화를 토했지만...

  이래저래 최소 2학기까지는 같이 다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러시아 교환학생 친구는.... 인사조차 거의

  안할 정도로 친분도 없지마는, 매 시험마다 꽤 빠른 시간안에 답안을 작성한 걸로 보아 열심히 공부했나봅니다.

  그 학생이 제한시간보다 빨리 답안을 제출하고 나설때마다, 저는 텅텅 비어있는 제 답안지를 보며

  한숨만 내쉬었지만... 어쩌겠습니까... 제 업보겠지요.


 
  학기 시작전, 낭만과 열정의 캠퍼스 생활을 기대 하진 않았습니다.

  저란 놈은 이미 후즐근한 제 독일어 실력을 알고 있었거든요. C1면 뭘 하겠나요, 입밖으로 나오는 건

  그저 기본적인 생존 독일어뿐 인것을...  친구들끼리 대화하는 내용을 여전히 잘 못 알아듣겠는 것,

  제발 나에게 말을 걸지 말아주길 바라는 속마음을 애써 독일어 울렁증때문이라고 탓해봅니다.

  과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1,2 학기는 어학원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자는 다짐을 한지라

  그들이 제게 먼저 다가와 주지 않음에, 또한 제가 먼저 다가가지 못함에 슬프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엔... 제가 좀 늙었거든요. 후후훗

 

  나의 방만과 실수들을 탓할 대상을 찾아보아도, 결국은 이 넓디 넓은 독일에 탓할 것도, 믿을 것도

  결국은 저 자신일 수 밖에 없네요. 벌써 한학기가 끝났다는 사실과 함께 이제 겨우 1/7이 지나갔다는

  생각에 여전히 한숨부터 나오지마는, 제가 선택해서 여기까지 왔고 또 나아갈 길이 분명하게 보이기에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혼란스럽지는 않네요. 다만 무엇보다도 '해야만 한다' 라는 압박감을

  좀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2학기부터는 좀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마 독일에서 대학 입학을 준비하시는 많은 예비대학생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저도 하고 있는 걸요 ㅡㅡV

  다만 한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대학입학고 중요하긴 하지만 마음만은 편하게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긴 어학생활을 끝내고 쭐라슝을 받으신다면, '이제 다 됐다' 가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가 되니까요.


  이제 저는 시험이 끝났음도 곧 있을 Nachklausur를 준비해야 하네요.
 
  그런데 슬프진 않네요. 분명 몇몇 독일 친구들도 저와 같이 시험을 볼거라 확신하거든요. 흐흐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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