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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설 흐르지 않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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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amorgan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5-14 12:19 조회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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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않는 강


저 높은 흐름에서
떨어져 내려온 나로서는
미끈한 철골 콘크리트의 바닥 보다는
세월과 내 조상들의 흐름이 깎아 놓은
바위와 모래의 바닥이 훨씬 더 좋습니다

당분간 이 강은 더이상
흐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사중이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태어난 나의 조상은
하늘에 올라 높은 구름에 머물렀다가
높은 산 계곡으로 내려왔다고
전해집니다 바위와 모래와 흙으로
스며들었다 내와 강이 되어 흐르고
결국 하늘로 바다로 돌아가는 것
수만년을 반복해 온 우리의 오래된 삶입니다

사람들은 참으로 우스운 짓을 하며 삽니다
백 년을 살지 못하는 개체들이면서
거짓 약속을 해대며 스스로 속고 속이고
욕심의 흉한 건물들을 세우고 부수고
서로를 짓밟고 서슴없이 난도질 합니다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삶을
죽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이 연극이 짧은 단막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파멸하여 자기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 끝난다는 걸

알면서도 미안합니다 상처입은 삶과 죽은 영혼들에게
이 마음 전할 길이 없어 미안합니다
내가 잠시 흐르지 않는다고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빕니다


14.05.2010 fatamorg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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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bikult님의 댓글

bikul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강은 흐르지 않아도 슬프지 않습니다.&nbsp; <BR>공기는 오염되어도 아프다 하소연하지 않습니다.<BR>태양은 먹구름에 가리워져도 울지 않습니다. <BR><BR>단지 그들이 사라지고 없을때 고통받는 것은 오로지 우리 사람일 뿐입니다. <BR>


fatamorgana님의 댓글

fatamorgan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P>유미님, bikult님, 주말은 잘 보내셨는지요?<BR><BR>아무쪼록 사람들이 잠시라도 물이 되어, 강이 되어, 바람이 되어, 해가&nbsp;되어 자신들의 '문명'이라는 덧없는 덩어리를 돌아 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BR><BR>오늘 오전에 우산을 잊고 나와 비를 시원하게 흠뻑 맞고 돌아다녔네요. 사람들은 슬픔을 슬픔이라 부르고, 아픔을 아픔이라 부를 줄만&nbsp;알 뿐, 남을 슬프게 하고, 아프게 하는데 그&nbsp;끝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BR><BR>태국의 수도 방콕에서는 군인들이 시위하는 군중들에게 또다시 총을 겨누고 있다고 하는군요.</P>


유미님의 댓글

유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삭막한 세상에서 주말인사를&nbsp; 건네주는 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집니다.<br>어제 남편과 이근처 Bad Lippspringe 에 드라이브를 하고 산보도 하고 커피와 함께&nbsp; 백조모양의 Windbeutel도 먹고 왔죠. 시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nbsp; 함께 몇 번 가 보았던 곳인데... <br>여기 저기에 보행보조기라고 할까...Gehhilfe 를 사용하고 다니는 노인들을 볼 때... 좀 슬퍼졌더랍니다..<br>그리고 장애자를 볼 때 건강한 자신이 넘 행복하다고 느껴지고요..<br>해가 나왔다가 반가와서 미소를 지려고 하면 사라지곤.. 하더라고요..<br>


noelie님의 댓글

noel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fatamorgana 님 안녕하세요?<BR>님의&nbsp;글과 제목을 대하고 갑자기 Bridge of No Return&nbsp; 이 떠오릅니다.<BR>마지막 줄에 ' 내가 잠시&nbsp;흐르지 않는다고' 라고 하신 것처럼 다리는 '내가 잠시 막혀 있더라도' 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fatamorgana님의 댓글

fatamorgan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P>반갑습니다. noelie 님.<BR>그러게요. 원래&nbsp;흐르지 않으면 강이 아니고,&nbsp;오고 갈&nbsp;수 없으면 다리가 아닌데 말입니다. 정말이지 스스로 모순을 만들어 가는 우리 사람들의 모습이네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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