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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설 차가운 사월 그녀 외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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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amorgan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4-14 09:12 조회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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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사월 그녀 외줄타기


외줄에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아직 차가운 사월의 어느 아침
그녀는 굳게 입을 다물고
외줄에 올라 자전거를 탑니다

그녀의 입술이 파랗게 될수록
그녀의 가슴은 뜨거워 집니다

두 눈은 잿빛 하늘을 향하고
두 팔을 옆으로 벌린 채
몸 가운데를 잡아 봅니다

말은 생각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은 말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삶은 죽음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죽음은 삶이 없으면 죽을 수 없다고

그렇게 톱니들은 맞물고
그녀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어젯밤 격렬했던 속삭임과
어릴 적 부러진 꿈들과
눈을 감으면 보이는 어지러운 형상들을
한꺼번에 떠올립니다

외줄에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아직 차가운 사월의 어느 아침
그녀는 잿빛의 하늘 뒤로 숨은 낮달처럼
사라진 듯 합니다 그런데

사라짐은 나타남이 없으면 도무지 사라질 수 없습니다
나타남은 사라짐이 없으면 도무지 나타날 수 없습니다


15.04.2010 fatamorg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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