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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끝내주는 된장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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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nenblum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7-27 15:48 조회6,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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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금년으로 넘어오던 겨울,
사촌 오빠네 가족이 유럽 여행을 오면서 엄마가 싸주신 된장을 가져왔었다.
비닐팩에 양분해 담긴 된장.
많이 싱거우니까 소금을 더 넣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씀.
예전에 엄마의 레쩹트 따라서 고추장을 담아 본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대략의 지정된 양이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온 아기 된장 덩어리에게는 얼마의 소금을 넣어야 하는지 아무런 지정량이 없는 상태.
난감했다.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한다는 말이야?
고추장처럼 잘 저어지는 것도 아닌 된장 덩어리에다가 소금을 골고루 첨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섞이기는 하는 건지 의구심을 되풀이하다가 결국엔 그냥 맨 위에다 소금을 뿌려놓기로 했다.
그러고는 그냥 잊었다. 멀리 미국으로 날아갔다가 한국으로 날아갔다가. 정신없이 여름학기를 보내고 지난 주에 문득 냉장고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는 된장통이 눈에 띄였다. 어, 이건 뭐지? 열어보니 된장이었다. 그런데 상태가 불량했다. 썩은것만 같이 진물이 좍 깔려 있었다. 찍어서 맛을 보니 뭔가 이상하다. 된장이 상하기도 하나? 왜 이렇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뿌려두었던 소금이 녹아서 그런 것이었다. 다시 된장통에 대변혁이 일어났다. 아래 위 좌우가 바뀌어야 했다. 뭐가 문제일까? 충분히 짜기는 한 것일까? 아무리 찍어서 맛을 본들 얼마나 싱거운지 얼마나 더 짜야하는지 내게는 판단불가.
그러다가... 아직 익지 않은 된장일텐데, 냉장고에 두면 안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좀 익으라고 햇볕에 내다놔야 할까? 하면서도 여전히 냉장고에 방치해 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볕이 좋던 날, 된장이 생각났다. 이렇게 볕이 좋은데 된장통을 여기다 열어둘까? 그래서 된장통을 베란다로 가져왔다. 하필이면 그 때 똥파리로 추정되는 파리가 날아다닌다. 그 파리를 안봤으면 몰라, 그걸 보고서는 된장통을 거기에다 열어둘수는 없더라. 결국 볕이 잘 드는 다락방으로 갔다. 창가에다 갖다놓고 문을 닫았다. 이틀 후에 주인집의 아들이 온다고 해서 된장통을 치우러 갔는데 냄새가 끝내준다. 된장이니 오죽하랴. 된장통은 뚜껑이 닫힌 채 베란다에 있는데 다락방에 배어 있는 된장 냄새가 끝내준다. 온 집안으로 냄새가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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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onnenblumen님의 댓글

sonnenblum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히끄무리 하던 된장이 햇볕을 충분히 쬐어 그런지 제법 탐스런 된장빛깔을 띄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된장통 열어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micha님의 댓글

mich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엄마표 된장이니 맛이 좋으리라 생각되네요.
저는 친정엄마가 된장을 짜게 담궈서 소포로 보내줍니다. 짜게하니 배로 와도 문제없더군요.
메주콩도 보내주셔서 이걸 하루저녁 불린후 푹 삶은 다음 식혀서 보내주신 된장에 넣어 잘 버무려 냉장고 깊숙한곳에 한달이고 두달이고 둡니다.
그러면 한참동안 먹을 맛있는 된장이 완성되지요.
2년전에는 친정엄마가 알알이 메주콩을 준비해오셔서 독일땅에서 장을 담궜답니다.
된장도 간장도 지금껏 잘 먹고 있네요.
발콘에서 간장을 끓이던날 이웃에 눈치보던 생각이 문득나며 sonnenblumen님 된장 냄새가 솔솔 나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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