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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전화(유학생활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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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mer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2-01-11 07:19 조회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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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안부전화려니 하고 받은 전화에서 다른 도시에 있는 선배 하나가,

"나 다음주에 한국 들어간다"

한다. "좋겠네요, 한번 다녀오면 정신도 맑고 공부하기도 좋을 거야"

"아니 그게 아니구, 전부 다 정리하고 그냥 들어갈려구"

내가 독일에 나올 때도 사람들이 말하기를 세가지 G 가 받쳐주어야 "성공적인"(뭐가 성공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유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첫째 Gesundheit(건강), 둘째 Geld(돈), 셋째 G가 뭐였는지는 잊어버렸다.

선배는 결정적으로 Geld에 문제가 생겨, 더늦기전에 정리하고 들어가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일해가면서 버티는 사람도 있는데... 라고 말은 했지만, 나 또한 그렇게 일하면서 공부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선배의 선택에 조금도 반대할 생각이 없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면 좋은 일 생기겠지, 방 새로 얻고 연락처 생기거든 꼭 연락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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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화를 받기 직전, 나는 한국에 있는 선배에게 벼르던 전화를 했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모대학 수강편람을 보다가 선배의 이름을 보고 새해인사 할겸 연락했다고 말을 시작했다. 선배는 시간강사 일 좀하면서 논문을 마지막정리하는 중이란다.

"형이 80학번 이던가? 한국 있을 때는 그게 참 많은 나이로 보였는데, 여기 나오니까 그게 젊은 나이로 느껴지네, 나이많은 사람이 주변에 하도 많아서."

뭐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면서 내가 먼저 웃었었다. 선배는 아직도 퇴계철학을 주로 공부하고, 아직 장가는 못갔고, 최근들어서는 연로한 어머니가 약간(?) 아프셔서 효자노릇 하는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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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짐 싸서 귀국한다는 선배는 이렇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들어가서 적당히 취직해야지, 나이 먹어서 학위라고 해 오면 누가 반겨주겠니? 여기 있으면 나이 잊어버리고 편하지만, 한국 가서 살 생각을 해야지. 너도 젊은 나이 자랑말고 늦지않게 논문써라."

가끔 독일애들이 "공부끝내고 돌아가면 너 한국에서 뭐하니?" 라고 물으면, "내 꿈은 작가Schriftsteller야" 라고 말한다. 그럼 애들은 참 멋있어 하지만, 그래도 나이가 좀 된 애들은 "그걸론 밥벌이가 안될텐데" 하고 다시 묻는다.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 번역가로도 활동할거야." 번역도 돈이 안된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그정도 대답하면 대개 고개를 끄덕거린다.

"돌아가면 대학교수가 될 거야"라고 말할 자신도 없고, 그렇게 말하려면 신경질이 나기까지 한다. 한국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그렇게 말한다는 것을 나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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