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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소식] - 교육관련 소식을 전하는 곳입니다. 대개 새아리의 교육뉴스를 나중에 이곳으로 옮겨 모아두고 있습니다.

등록금 도입 반대 데모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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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Freund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6,312회 작성일 06-08-18 21:22

본문

시위에 참가 하기까지

독일로 오기 수년 전부터 나는 미국식 교육 개혁이 독일에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서 이미 들어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독일로 유학오는 것이 과연 가치있는 일일지를 고민해왔다. 그런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독일 유학을 권하지 않았으나, 다른 많은 사회 철학도들이 그렇듯 나 역시 독일 사회에 대한 선망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이 길을 선택하였다. 그렇지만 역시 아니나 다를까, 등록금 정책은 보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이곳 헤센 주에서 가장 강력하게 수행되려는 조짐이 있었고, 이 움직임은 때마침 내가 이곳 마부르크에 와 있을 때 특히 절정인 듯 보였다. 내가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마부르크 대학생들의 가두 시위를 보았는데, 소심한 줄만 알았던 독일 학생들이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모인 것 같아 마냥 신기하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그 이후 시위가 헤센 주 이곳 저곳에서 기획, 진행되지만 법안은 법안대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면서 틀렸구나, 독일은 프랑스와는 다르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7월 13일 마르부르크에서 있었던 등록금 반대 데모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사실, 거기에 별 다른 이유는 필요 없는 듯 하다. 등록금 도입 정책은 교육을 공적 책임에서 사적 부담으로 넘겨 버리겠다는 말이고, 그런 한에서 독일 적어도 헤센 주정부는 복지 사회의 이념을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의사 선언을 한 셈이다. 게다가 특정 지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에게 세배나 더 많은 등록금을 요구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적인 이유로 설명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내외국인간의 차별, 외국인 간의 차별)이자 배척이라고 밖에 설명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등록금 정책은 경제적이기보다는 무척이나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때문에 나는 내가 이제껏 독일 사회에 대해 가져왔던 신뢰-이성적인 사회라는-를 잠시 유보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자신이 부당한 제도의 피해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면 공적인 담론장에서 무언가 의사 표명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는 명확한 일이었다. 물론 외국 유학생으로서 자신의 현실적인 법적 처지를 사전에 고려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이를테면, 경찰에 잡혔을 때를 대비해 신분증을 가지고 나오라는 선배의 말에 아직 공부를 시작도 못한 내가 소심하게 겁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고민은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 자신과 선배들을 믿었기에 데모에 참가하게 되었다.


 시위가 시작되면서

오후 5시, 약속 장소인 멘자 앞에서 책을 읽으며 사람들을 기다렸다. 서서히 근처에서 한국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분들이었다. 잠시 후부터 나와 친한 몇몇 선배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선배들을 통해서 모르는 한국 유학생들과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이어 한인 학생회 선배들이 나와서 법안 통과와 관련하여 현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브리핑을 해주었다. 법안은 이번에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포기로 볼 것이 아니라 연장 전략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였는데, 사실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는 사안이었다. 브리핑과 함께 몇몇 분들이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나니 6시가 넘어 있었다. 멘자 앞 광장에 독일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간단한 기조 발언이 있었다. 그 사이 이 날 한인 유학생 데모 참가 멤버들 거의 모두가 모여들었다. 우리가 그 쪽으로 간지 얼마 안되어 가두 행진은 시작되었다. 이 날 우리는 거의 유일한 외국인 학생 모임으로서 은근한 주목을 받았다. 우리는 어느 한국 여학생이 작업해주었다는 Legalisierter Fremdenhass 라는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다녔는데, 많은 독일 학생들이 우리의 등장을 반기면서 사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외국인 유학생 자격으로 시위에 참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투쟁을 단지 그늘에서 지켜보다가 무임승차를 하든가 무기력하게 한숨만 내쉬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해야만이 정당하게 우리의 의지와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는 Universitaetsstraße을 거쳐 Oberstadt까지 약 두시간 가량 함께 걸었다. 하늘은 잔뜩 찌푸렸고, 먹구름이 껴 있었다. 게다가 후덥지근해서 땀도 좀처럼 마르지가 않았다. 시가 행진을 하기에 좋은 날씨는 결코 아닌 듯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는데, 다행히 빗방울은 더 많아지지도 더 굵어지지도 않았고, 행진 중간 어느새 그쳐 있었다.

우리는 저녁 8시경 Oberstadt의 광장에서 데모를 마쳤고, 다른 독일 학생들보다 조금 더 일찍 멘자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회의를 시작했다. 후덥지근한 날 가뜩이나 갈증이 나던 차라 맥주가 정말 반가웠다. 이 회의에서는 이 데모와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의제들이 다루어졌고, 그 의제들 각각에 대해서 온갖 가능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느 한쪽에 쉽게 찬성하기 힘들만큼 치열하고 정당한 견해들이어서, 듣기만 하는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고민스러웠다. 이 문제들은 앞으로 이 시위가 계속되는 만큼 우리가 안고 가야만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는 2-3시간이나 지속되었고, 아직도 토론할 꺼리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다음날 있을 ‚등/반/사’와 주의회 의원과의 중요한 면담에 대한 준비를 위해 몇몇 사람들만 남고 우리는 자리를 정리해야 했다. 나와 몇몇 선배들은 먼저 자리를 떴는데, 이때가 이미 밤 11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위를 마치고 나서

이제 생각해보니 많은 것들이 더 명확해 지는 것 같다. 민주주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민주주의는 제도로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동시에 비로소 실현되는 어떤 것이다. 반민주적 시도들에 대항하는 한에서 민주주의는 존재한다. 이곳에서 내가 외국인이고 법적으로 주권자가 아닌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자신과 관련된 사안을 매개로 하여 민주주의를 ‘함’으로써 이곳 사회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단일 민족이라는 것이 긍지의 근거로까지 되는 한국식 사고로는, 세금도 안내고 족보도 없는 외국인이 자기 의지로 남의 땅에 와서는 자기 권리를 요구한다는 것이 뻔뻔해 보이기조차 할 수 있는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사태로 추측할 수 있는 바, 이제는 상당수의 독일인들도 이렇게 생각하는 듯 하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지 경제적 이해 관계 때문에 생기는 투쟁이 아니다. 남의 나라에서 나의 권리, 더 나아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국적이 다른 이들끼리 서로 연대하는 일은 그 사회의 발전에 공헌하는 일이다. 정말 한번 뻔뻔하게 말해보자. 그들이 우리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시위에 열심히 참여하는 한에서는 말이다. 이날의 경험은 이 사실을 더 분명하게 느끼고 깨달을 수 있게 해주었다. 

끝으로, 어찌 보면 잠시 이 곳에 머물다 갈 손님일 나에게 이런 뜻 깊은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여러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제 곧 공부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인데, 단지 옳은 일이라는 이유로 본인들의 학업을 보류하고 여러 날 밤을 새면서 이러한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이끌어준 분들이다. 이국 땅에서 본격적인 유학생활이 시작 되기 전부터 정말로 가치있는 것들을 배우고, 선물 받은 기쁜 날이었다.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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