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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환경이 과연 좋은건지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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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ang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1-24 13:28 조회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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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사 시작한지 5개월 정도된 시점입니다.
학교가 아닌 연구소 소속이 되어 학위만 협력 학교에서 받는 형태입니다.
현재 몇개월 다녀본 결과 여기에서 과연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생깁니다...
거의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괜찮을까.....라는 위기감이 듭니다.
한번 읽어보시고 어떤지 의견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미팅이 너무 많습니다..만 알맹이가 없습니다

일단 총 미팅들을 나열해보자면:
- 지도 교수로부터 1달에 한번 10분 이내의 피드백 (지도교수는 institute director라 얼굴 보기 힘듬)
- 2달에 한번 지도 교수와 포닥과 함께 정기적인 1시간 가량의 미팅 (초기라 아직 시작을 안했습니다)
- 포닥과 매일 아침 대략 20분정도 good morning meeting
- 1주일에 2번 포닥과 정기적인 미팅 + 1번의 포닥이 속한 팀미팅
- 1달에 2번 다른 팀미팅 (포닥이 속한 팀 말고 다른 팀, 여기 박사생들은 전부 2팀에 소속되어서 이 팀은 명목상 행정적인 업무 지시등만 전달합니다)
- 2주에 한번 다른 협력 학교와의 조인 미팅 + 또 다른 협력 그룹과의 조인 미팅

언뜻 보면 굉장히 잘 tracking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들여다본다면 속은 비어있는 미팅들이 대부분인 거 같습니다...
아침미팅은 단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는 의미인 것 같고 (코로나 시기라) 별로 중요한 얘기도 하지 않고 수다만 떨고 끝납니다. 왜 일주일에 포닥과 2번이나 만나야 하는지 잘은 모르겠고요 (1번이면 충분하다 생각됩니다) 별로 리포트할 것도 없다면 그 시간에 자기 할일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걸 문제 삼고 미팅을 취소해도 되냐고 하면 저에게 마이너스가 되겠지요...... (거의 회사 분위기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에게 가장 도움 되는 조인 미팅들에는 이 포닥이 참석을 아예 안하거나 대충 한다는 겁니다. (포닥에 대해서는 밑에서 더 설명할게요) 그러니 저의 일에 대한 이해도 없고 피드백도 별로 제대로 주지도 못합니다.


2. 포닥의 지도력

포닥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고, 저와의 연구 분야는 조금 다릅니다. 저말고 박사생 1명(이론)을 더 맡고 있는데 이 친구도 처음에 힘들었다고 합니다. 포닥이 이 박사생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서 박사생이 거의 가르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가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다른 그룹과 조인을 시작해서 지식을 더 전달받고 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인게, 물론 이 친구만큼 심한건 아니지만 저의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사실 모든 장비와 소프트웨어 코드가 협력 학교에 있기 때문에 전혀 제가 필요한 정보들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것에 대한 불만이 저도 모르게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보니 개인 미팅때 점점 질문수도 줄어들고 간단히 보고만 하는 형태가 되어간것 같습니다. 이러면 안되는 걸 알지만 별로 의미있는 피드백이나 제안을 해주지 못하다 보니 다른 그룹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치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엄격한 룰... 회사 분위기

그리고 이 포닥만 이런건지 아니면 전체 연구소가 이런건지 모르겠는데 자신이 출근하는 시간 (9시 이전)에 제가 출근하지 않으면 굉장히 부정적으로 봅니다... 제가 전에 있었던 석사 그룹이나 다른 박사친구들 말 들어보면 사실 코로나이기도 해서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이 전 그룹의 박사는 뭐 오후2시에 와서 오후10시에 퇴근하곤 했어요. 성향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연구소마다 룰이 다 다르겠지만 여긴 유난스럽게 회사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거 같아요. 포닥의 피드백을 처음 받고나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 전에는 저도 자유출근제라 생각하고 11시 전으로 보통 도착하고 (집에서 1시간 거리고 버스가 1시간에 1대있습니다), 또 이 연구소가 문을 일찍 닫아서 (6시면 다들 집에 갑니다) 어쩔수 없이 집에 돌아와서 좀 더 일을 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저는 효율을 중시해서 몇시간 일을 하느냐보다 얼만큼의 일을 하느냐 주의라 제가 만약 포닥이더라도 일만 잘 하면 딱히 상관 안할거 같은데 이런 푸쉬를 받으면 쓸데 없는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거 같아요.

박사생들만 있는게 아니라 직장인들도 있어서 아마 그런것도 같고... 다른 같은 산하 연구소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이런 분위기는 아니고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인거 같습니다. 연구소장 성격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연구소장인 지도 교수도 성격이 워낙 다혈질이고 강한 성격이라 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뭐 물론 따라야 하는 룰이지만, 저와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또한 전에 의사소통의 문제로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굉장이 화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자신은 institute director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만날 수 없고 반드시 저위의 포닥이나 팀리더를 통하거나 행정실을 통해서 연락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중요한 일로 이메일을 드렸다가 제가 포닥이나 팀리더와 상의하지 않고 바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에 화가 굉장히 나셨었습니다.


4. 분산된 일 형태

사실 학교에서 박사를 하면 포닥이 여러명, 박사도 여러명, 여기저기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많은 지식을 전달받고 또 비슷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몰라도 다들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도움이 필요할때 누구한테 가야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제 위의 포닥 1명, 새로 들어온 포닥1명, 박사생 1명, 저 이렇게 4명이 한 그룹이고 이게 다입니다 사실상.... (다른 팀에도 속해있지만 이 팀은 사실 정말 명목상 존재하는 그룹...) 다들 배워가는 입장이고 하는 일들이 완전 다르니 별로 배울 수 있는게 없어요 아주 기본적인 지식말고는요. 따라서 다른 협력 학교 그룹에 도움을 요청을 많이 하다보니 제가 커뮤니케이션도 잘안하고 일도 안하는 걸로 보였을 거 같습니다.... 이런 형태의 그룹에서 제가 정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하고 싶은 연구를 제대로 해내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다른 그룹의 도움에 크게 의존해야하는 일의 구조..... 저도 전에 한 분야가 아니라 조금 새로운 분야 뛰어드는 건데 잘 개척해나갈 수 있을지요...



이 모든 걸 종합해서 보자면, 미팅은 많지만 실직적으로 하는 건 없고, 그룹이 있지만 지식은 없다는 결론입니다.
논문도 별로 잘 안나온다고 들었어요 포닥에게서. 이 연구소에서 이 새 분야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기도 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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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welt님의 댓글

Umwel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는 이공계 박사 과정 5년차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말씀하신 환경을 제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서 함부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Malanga 님의 글에서 전반적으로 지금 박사 과정 초기 단계여서 열정이 크시고 환경은 그 열정을 뒷받침할만큼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것으로 느낍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 교수와 포닥 동료는 저에게 "그냥 박사 과정일 뿐"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제 경험상 한국 학계에서는 박사 과정 때 대단한 결과를 얻어야 장래에 커리어가 보장된다고 많이들 생각합니다.
독일에서는 박사 과정은 도로주행 처럼 교수와 함께하는 연구 체험 정도로 생각합니다.
Malanga 님이 원하는 연구, 원하는 만큼의 실적은 박사 이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박사 과정 때 에너지를 비축해 놓으시고 앞으로의 연구 커리어에서 폭발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본 박사 학생들 대부분 처음에는 열정으로 가득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여유를 갖습니다.

박사 공부는 불편한 환경 속에서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연구 환경은 없습니다. 독일 연구원에도 비효율적인 체계는 많습니다.
3번에서 말씀하신 내용은 의아하긴 하네요. 독일에도 권위적인 50-60대 아저씨들 종종 있습니다.
마음 차분히 하시고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매진하시고 만족하시는게 어떨까요?

  • 추천 4

게르마니스틱님의 댓글

게르마니스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저와는 상관 없는 내용의 글이지만 댓글 쓰신 분의 따뜻한 조언이 참 보기 좋아서 추천 누르고 갑니다!^^


BerlinerKindl님의 댓글

BerlinerKindl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위에 조언주신 분과 같은 의견입니다.
저는 베를린에서 이공계 박사과정 3년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Malanga님의 상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Malanga님께서 잘하고 계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박사 학위는 분야의 전문성 상징이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이미 느끼셨듯이 여기서는 성과보다는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미팅이 너무 많습니다..만 알맹이가 없습니다
저는 주 5회 미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지도교수님과 함께 전체 미팅 1회, 프로젝트 미팅 1회, 소규모 팀미팅 3회로 하고 있네요. 미팅 횟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큰 알짜가 없죠 하하, 공감합니다. weekly로 연구 성과내기는 그렇게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1년차에 막상 여기서 학기마다 학술대회를 나가거나 논문을 내야한다고 혼자 중압감을 가지고는 했는데 실상은 연구실에 입성하고 3개월 째가 되어서야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잦은 미팅은 그대로인 상태에서요. 무언가 일을 벌이고자하니 허락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대다수고, 맘대로 재료를 쓰지도 못하니 이 점이 너무 답답해서 한번은 제 supervisor에게 속을 털어봤는데, 연구실의 졸업 요건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연구 퍼포먼스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주더라구요.

2. 포닥의 지도력
그러나 아시다시피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해외에 머무른다고 한들, 학위 과정 도중에 진행한 연구 스펙이 취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죠. 그것을 염려하시는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의 여유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연구 경력 10년의 포닥분들이라도 이분들의 분야에서 벗어나면 조언 받기가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3. 엄격한 룰... 회사 분위기, 4. 분산된 일 형태
잦은 미팅이나 낮은 업무 효율이 어차피 해야하는 통과의례라면, 이것에 대한 시간낭비는 재쳐둔 상태로 학위를 위해 논문을 살펴보시고 그것을 정리해서 포닥에게 Malanga님의 연구를 설득시켜보는건 어떨까요?
결국에는 학위과정을 위해서는 fundamental theory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있는 연구실 멤버수가 50명정도 되는데, 큰 분야 하나에서 세부 분야가 서로 다르다보니 잦은 미팅으로 멤버들간의 연구 주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미팅으로 서로 토론하거나 co-work을 가지는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오히려 연구적인 조언이나 comment 주고 받는 것이 큰 장점으로 되었어요. 직장이라도 얼굴 자주 보이고 친해져서 나쁠게 없습니다.
업무, 연구 둘 다 난상토론 하는 것이 본인 연구 발표를 하거나 설명할 때도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사실 저는 Malanga님과는 반대로, 언어가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어떻게든 1년차에 미팅이나 업무 기회를 참여하기를 원했었습니다 (ㅠ_ㅠ)

물론 Malanga님께서 이것을 안하시는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박사 학위에 대한 그 고민이 좋은 성과를 내는데 반은 진행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분께서 조언주신 것처럼 박사과정 학생들이 다들 열심히하고 열성적이죠. 그런데 저는 당연히 다들 열심히니까 당연한겁니다이기 보다는 Malanga님이 이미 그 고민을 하신 것부터 특별하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글 올리시기까지 고민하시고 여러모로 생각 많이 하셨을텐데, 아직은 동기부여를 좀 더 잡아주세요. 1년이 지나도 같은 고민이라면 그때는 매우 우려하시고 문제점을 해결하셔야만 한다고 봅니다.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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